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특히 주목할 건축가 4
공간을 넘어 삶을 설계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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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2일부터 25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영화제는 건축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건축가의 삶을 들여다보는데요. 건축가의 열망과 신념, 삶이 투영된 자화상으로서의 건축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상영작 속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과 작품을 짚어 봅니다.
제프리 바와 – 정글에 집을 짓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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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제프리 바와는 종종 ‘트로피컬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정체성은 자연과 건축의 대화를 끝없이 꿈꾼 몽상가에 가깝습니다. 밀림 속 칸달라마 호텔은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라 숲과 호수에 바와의 상상력이 뿌리내린 풍경이었죠. 그가 머물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루누강가에서는 따스함이 더욱 묻어납니다. 바틱 예술가 등 지인들과 교류하던 바와의 안식처 같은 공간으로, 예술가들에게는 지금도 영혼의 쉼터로 회자됩니다. 화려한 제스처보다는 자연 속에 숨을 고르는 듯한 풍경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응을 꿈꿨던 바와의 건축을 영화제에서 다시 만나 보세요.

비조이 자인 – 손으로 지은 가장 현대적인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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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건축가 비조이 자인은 지금 건축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이 영화 <비조이 자인: 조율의 감각>인 것을 봐도 그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는 시대를 역행하듯 흙과 돌, 대나무 같은 전통 재료를 고집하고 실제 그 재료로 작업하는 지역의 장인들과 협업해 건축을 짓는데요. 그런 결과물로부터 지금 우리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대적 미학을 길어내기 때문입니다. 비조이 자인은 자신과 함께할 장인들을 모아 스튜디오 뭄바이라는 그룹을 만들고 집단 창작 건축을 선보여왔는데요. 팔미라 하우스, 코퍼 하우스, 그리고 최근작 아마야 호텔에 이르기까지. 그의 건축은 늘 인간의 손길과 자연의 질감을 그대로 남겨둡니다. 지난해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열렸던 전시 <건축가의 숨>은 그가 왜 바로 지금 주목받는 건축가인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로리 올린 – 도시를 무대로 만든 조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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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조경건축가 로리 올린은 ‘공원은 사람들이 앉는 순간 완성된다’는 철학으로 공공 공간을 혁신해왔습니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그 철학의 결정체죠. 뉴욕 마천루의 핵심지 한복판에 자리한 공원은 1960년대에는 범죄와 노숙의 온상이었지만 로리 올린이 조경과 구성을 달리하며 시민이 모이는 도시의 거실로 변모했어요. 도심 속 오아시스, 뉴욕의 가장 낭만적인 공간 등으로 꼽히며 그 자체로 뉴욕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영화 <로리 올린의 응시하는 삶>은 지난 50년간 그가 어떻게 도시를 무대로 만들고, 예술적 집단 감각을 불어넣었는지 기록합니다.

알바루 시자 – 겸손을 미학으로 바꾼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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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의 거장 알바루 시자는 1992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영화 <알바루 시자 x 마얀 송: 시와 철학의 건축>은 90세가 넘은 알바루 시자가 20세기 건축 거장이 되기까지 포르투에서 만난 그의 철학과 인생을 조망해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안양파빌리온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최근에는 대구의 사유원까지 국내에서도 여러 족적을 남긴 그의 포르투 건축은 어땠을까요. 그는 건물이 드러나는 대신 풍경이 드러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레사 수영장은 바위와 바다에 묻혀 멀리서는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바닷물과 콘크리트가 어우러지며 자연을 더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인근에 함께 자리한 보아 노바 레스토랑에서도 건축과 풍경이 한 몸처럼 어우러지죠. 자연 앞에 겸손한 건축, 인간 중심으로 사유할 수 있는 건축의 대명사인 그의 철학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글 이다영
- 사진 서울국제건축영화제 · 각 스튜디오 · 아마야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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