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보의 새로운 가방은 이렇게 특별합니다
브뤼셀의 아르누보에서 영감받은 델보의 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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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벨기에 브뤼셀은 조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산업화의 규격화된 구조와 신고전주의의 엄격한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예술가들은 도시의 표면 위에 새로운 언어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벨기에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가 있었다. 그는 철과 유리를 활용해 곡선을 만들고, 식물의 형상을 장식 요소로 사용했으며, 실용적 구조에 상징과 감각을 더했다. 이렇게 탄생한 브뤼셀의 아르누보는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예술과 일상을 연결하고 도시의 기질을 드러내는 건축적 문법이 됐다.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난 지금, 브뤼셀에서 시작된 럭셔리 가죽 브랜드 델보가 이 유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자연의 언어(Langage de la Nature)’라는 이름의 이번 컬렉션은 브뤼셀의 아르누보에서 영감을 받았다. 빅토르 오르타와 앙리 반 데 벨데(Henry van de Velde) 등의 건축가들이 시도했던 자연 기반의 곡선과 재료의 조화, 기능과 장식의 통합을 델보의 이번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델보의 가방은 늘 구조적이었고 종종 건축적이라 불렸지만, 아르누보 시리즈에서는 유려한 곡선과 장인의 손길을 강조했다. ‘자연의 언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델보가 그간 쌓아온 도시적 감각과 제작 기술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다. 브뤼셀과 파리의 델보 아틀리에에서는 장인이 수작업으로 핸드백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오트 쿠튀르 의상 수준으로 제작되는 델보의 제품 스타일은 각각 고유한 기법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번 컬렉션에서 브리앙 미니와 땅페트 스몰은 아르누보 인테리어의 빛나는 타일을 연상시키는 모자이크 자수로 재탄생한 것이다. 카프리스 토이는 블랙 카프 가죽을 금빛 금속과 섬세한 진주, 금속 실로 장식했다. 튤립, 붓꽃 같은 식물 모티프는 브리앙과 빵 미니 버킷 모델에 적용돼 자연에서 직접 가져온 듯한 인상을 준다. 대표 모델 ‘브리앙’은 곡선형 플랩과 안정적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고전적인 브뤼셀 건축물의 파사드를 떠올리게 한다. 플로럴 패턴의 인그레이빙은 자연의 이미지를 과하지 않게 담아내며, 기능성과 미학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델보가 해석한 아르누보는 과장된 표현보다 절제된 감각에 가깝다. 이번 컬렉션은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감성과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다. 델보는 아르누보를 단순한 가방 장식 요소로 차용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플래그십 부티크 역시 빅토르 오르타의 공간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곡선형 동선과 시선을 유도하는 천창의 빛, 벽과 천장이 단절 없이 이어지는 흐름은 단순한 미학적 장식이 아니라 델보가 가방을 예술로 대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이는 아르누보가 추구하던 ‘총체예술(Gesamtkunstwerk)’ 정신과도 맞닿은 것 아닐까.
아르누보는 영국 아츠 앤 크래프츠 운동의 영향을 받아 수공예와 다양한 예술 장르의 통합을 강조했다. 산업적 경직성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유려하며 유기적이고 예상치 못한 것을 포용했던 대안적 경향이자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었다. 자연의 곡선을 인공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수공예적 가치를 높이려 했던 정신은 그 자체로 더없이 순수한 예술이 아니었을까. 아르누보가 추구하던 정신의 본질은 예술적 혁신이었다. 이는 브뤼셀이라는 도시 전역에 아로새겨진 기억이기도 하다. 자연의 곡선을 정교하게 구현하려 했던 정신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델보는 ‘자연의 언어’ 컬렉션을 통해 이 정신을 단지 과거로 회귀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의 언어로 다시 풀어내고 있다. 가죽 표면을 따라 자연의 곡선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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