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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패션, 예술의 융합, 이머전 쿽

예술고 요리의 경계를 허무는 푸드 크리에이터 이머전 쿽.

프로필 by 권아름 2024.08.02
데친 배를 화이트 초콜릿에 담그고 핑크 소금을 살짝 뿌렸다.

데친 배를 화이트 초콜릿에 담그고 핑크 소금을 살짝 뿌렸다.

음식과 패션, 예술을 융합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아티스트 또는 셰프…. 자신의 직업을 정의한다면
사람들이 음식을 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요리를 조각이나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셰프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시드니를 거쳐 뉴욕에서 살았고, 지금은 런던에 거주 중이다. 다양한 문화가 당신의 창작 방식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굉장히 모험적인 성향을 갖게 됐다. 다양한 재료를 시도하고 실험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중식과 한식은 맛과 식감, 요리법이 매우 다양해서 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거의 매일 점심으로 김치, 시금치볶음, 마늘과 참기름을 사용한 김밥을 만들거나 계란 고명과 채소를 얹은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웃음).
당신만의 작업 컨셉트와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정확성, 미니멀한 구성, 섬세한 질감의 균형. 실제처럼 착각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한 트롱프뢰유(Trompe-l’oeil) 스타일. 나는 종종 음식을 정물화처럼 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예술과 요리의 경계를 허무는 ‘조각’ 같은 음식이다. 그리고 놀라운 요소를 포함시켜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단, 이해하기 어려운 것보다 유쾌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학적이고 개념적인 측면을 넘어 음식의 맛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북아프리카의 주식인 좁쌀 모양의 파스타 쿠스쿠스로 피라미드와 프리즘을 만들었다.

북아프리카의 주식인 좁쌀 모양의 파스타 쿠스쿠스로 피라미드와 프리즘을 만들었다.

어떤 방법으로 대중의 다이닝 경험을 확장해 왔나
프로젝트 범위는 다양하다. 로즈우드 호텔 그룹에서 뤼나르 샴페인을 위한 스낵을 만드는 장기적인 이벤트부터 인터랙티브 워크숍, 패션 브랜드 로에베와 미우미우에서 선보인 식용 설치미술과 같은 조형물 형식, 소더비와 샤넬 · 에르메스에서 음식과 함께 세트 제작을 하고 캠페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브랜드 파트너십까지. 그중 로즈우드 호텔에서 만든 ‘땅콩 진주’는 수천 개의 땅콩 껍질을 깐 뒤 콩을 꺼내고, 빈 껍질은 요거트를 바른 건포도로 채웠다. 그리고 식용 접착제로 밀봉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견과류지만 깨면 무지갯빛이 나는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껏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온 것으로 안다
영국에 있는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 대학에서 공부한 미술사는 지금 작업의 토대가 됐다. 구도와 선, 조명, 질감을 이해하는 등 미술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 후 요리 학교에 진학해 고전적인 요리 방식을 이해하면서 창의성과 혁신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미국 뉴욕에 있는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와 유명 자연주의 레스토랑 ‘블루 힐 스톤 반스(Blue Hill at Stone Barns)’에서도 일했다. 전문적인 주방에서 일하며 조직력과 팀을 이끄는 법을 배웠다. 또 긴박함 속에서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빠르게 반응하며 인내심을 길러온 노하우가 현재 내가 일하는 방식이자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방식에 녹아 있다. 그리고 사진과 비디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동안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
작업할 때 사용하는 특별한 도구가 있는지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 중 하나가 새로운 장비를 찾는 것이다. 손으로 할 수 없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페이스트리, 케이크 데커레이션 숍은 물론 철물점, 화방을 끊임없이 둘러보고 있다. 그곳의 모든 도구가 식재료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된다.
호밀과 숯 크래커를 세워 기하학적 도형처럼 연출했다.

호밀과 숯 크래커를 세워 기하학적 도형처럼 연출했다.

당신의 요리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맛과 컨셉트, 디자인, 삼박자가 균형을 이루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내 요리는 혁신적이면서도 세련되고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배경이 미술사이기 때문에 그림과 가구, 디자인, 조각 등 다양한 문화 자료를 참고한다. 또 타고난 공간 감각과 촉각, 실습 기술을 바탕으로 음식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일상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테이블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절제를 통한 세련미를 표현할 때 음식은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꽃을 곳곳에 두고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얇고 섬세한 테이블웨어를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완벽하게 불완전한 대칭’ 균형을 이루는 연출도 좋아한다. 촛불을 켜 사람과 음식에 부드러운 호박색 빛을 드리우는 걸 잊지 말길.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아트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