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 작은 새 집을 닮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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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업다운’ 블라인드가 런던 도심 전망을 숨기거나 드러내기도 하는 창문. 왼쪽으로 엣시(Etsy)에서 구입한 프랑스 골동품, 오른쪽에는 나선형 계단을 닮은 책 선반이 놓여 있다. 커피 테이블은 집주인의 어머니 집에 있던 오래된 문으로 만든 것, 블루 컬러의 3인용 소파 ‘블루 제이’는 슈마허(Schumacher)의 벨벳 ‘갱스부르(Gainsborough)’로 리폼했다. 맞은편에 놓인 두 개의 미드센추리풍 라운지 체어 ‘시에스타(Siesta)’는 빈테리어(Vinterior) 제품. 무라노 유리와 브라스를 조합해 만든 모빌 샹들리에는 라이팅 메이커 실비오 피아텔리(Silvio Piattelli)의 디자인.
런던 노팅 힐의 한 타운하우스 처마 밑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었던 집이 있다. 2층 높이의 북향 창문으로 런던 스카이라인을 가로질러 북쪽을 보면 에르뇌 골드핑거스(Ernö Goldfinger)가 설계한 브루탈리즘 건축물 ‘트렐릭 타워(Trellick Tower)’의 전경이 그대로 보인다. 마치 새 둥지 같은 이 집은 런던에서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과 가족의 아지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리모델링을 맡은 디자이너 레이첼 처들리(Rachel Chudley)는 예술가의 다락방이 지닌, 소박한 성격을 유지하면서 아늑함을 더하기로 했다.

메인 침실. 침대 헤드보드와 사이드 테이블을 모두 데다르(Dedar)의 ‘슈바르츠발트 (Schwarzwald)’ 패브릭으로 둘러쌌다. 벽에 걸린 패브릭은 와츠 1874(Watts 1874)의 ‘햄프스테드 베르두레 (Hampstead Verdure)’. 커튼은 묵직한 크래프트 리넨 소재로 만든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의 작품.
“모더니즘 디자인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는 절충적 혼합이 필요했어요. 당연히 편안한 공간으로 완성돼야 하지만 서재 계단과 코르크 스크루 와인 프레스 등 창의적인 디테일이 살아 있길 바랐죠.” 레이첼은 디자인을 맡긴 집주인이 컬러광이라는 사실에 기뻐했다. "실내 톤을 조금 낮춰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는 항상 더 밝아야 한다며 모든 변화에 찬성했죠. 모든 사람에겐 창조적인 영혼이 있어요.

벽난로 위에 걸어 둔 작품은 경매에서 집주인이 발견한 작품.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그림 속 구름을 모티프로 한 리넨 벽지로 천장을 장식했다. 러그는 플로어 스토리(Floor Story)의 '아틀랜틱 스트릭스(Atlantic Streaks)'. 분홍빛 벽은 리틀 그린의 ‘마스퀘레이드-라이트’ 컬러로 칠한 것. 앤티크 자코비앙 체어의 등받이와 시트는 슈마허의 ‘더 웨이브 벨벳’으로 맞춤 제작했다.
컬러와 예술로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는 방법 중 하나죠.” 레이첼이 디자인 작업 중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두 층을 연결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이었다. 그는 계단 모서리에 설치된 수자니(Suzani; 중앙아시아 자수가 놓인 태피스트리) 조각이 너무 커서 계단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고 회상했다.

벽지는 콜 앤 손 (Cole & Son)의 ‘캐스케이드(Cascade)’. 데이베드는 에드워즈 업홀스터리(Edwards Upholstery)가 제작한 것으로 슈마허의 벨벳 '로키(Rocky)’로 덮여 있다.
“런던의 완스테드(Wanstead)에 있는 ‘이미지 인 프레임’ 팀의 기술과 인내심 덕분에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레이첼은 집주인의 플랫-팩(Flat-Pack) 소파를 밝은 파란색 벨벳으로 바꿔 런던 풍경을 그림처럼 담아내는 창문 프레임의 짙은 선홍색과 대비를 이루게 하고, 같은 톤의 앤티크 러그를 깔아 방 전체를 채도 높은 색상으로 감쌌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함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꽤 까다로운 조합이죠.” 마지막 터치는 실비오 피아텔리의 조각 작품 같은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다.

노팅 힐 아파트 거실의 파란색 벨벳 소파 뒤편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제작된 노란색 수자니 직물을 걸었다.
레이첼은 웃으며 덧붙였다. “원래 원했던 빈티지 칼더 모빌은 아니지만 놀랍도록 아름다워요. 우리는 모두 합리적인 범위에서 살고 있잖아요!” 거실은 레이첼이 상상한 대로 완성됐지만 윌리엄 터너풍의 구름 가득한 벽지로 장식된 메인 침실은 도박에 가까웠다. 레이첼은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너무 멀리 간 건 아닌지 자주 걱정했다. “완성 후 다시 보니, 꽤 멋지고 화려해 보였어요. 집 주인도 마음에 들어 했어요. 생각보다 자유롭게 디자인한 집이에요. 자신의 ‘인테리어 디자인 팩’에서 과감히 ‘와일드카드’를 사용한 집주인은 살기 편하면서 영혼이 충만한 공간을 얻었습니다. 런던 도심이 바로 저 편에 있지만 여기선 다른 세상 같아요. 마치 높은 나무 위에 있는 작은 새의 둥지처럼 안락한 집이 됐습니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PHOEBE FRANGOUL
- 사진가 BOZ GAGOVSKI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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