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뼈대만 남기다

“저 낡은 집을 사서 뭐할라꼬?” 동네 어르신들 말씀이 맞았다. 70년된 농가주택은 생각보다 낡았고, 집을 고치는 과정 중 가장 힘든 일은 철거와 구조보강이었다.

BYELLE2016.06.16



집도 늙는다. 늙으면 고장이 난다. 늙어 고장난 집을 고치는 첫 걸음은 고장난 부분을 고쳐주는 것.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구조 보강’이라고 부른다. 기둥만 남기는 철거를 마친 후 시작된 구조 보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꽤 흥미롭기도 했다.
“전문가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은 매우 흔한 착각입니다. 노후주택 리모델링은 결국 변수와의 싸움이에요. 예측불가죠. 마구 튀어나오는 돌발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가장 많았습니다.” 시공을 진두지휘했던 이승만 대표(하람 A&C)의 말이다. 철거 후 구조 보강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기둥’이었다. 





목수가 도착한 첫 날. 그는 청진기 대고 진찰하듯 방망이를 들고 집 전체를 돌며 기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 겉으로 보기엔 튼튼해보였던 기둥 중 속이 텅 비거나 썩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 문제는 ‘구들’이었다. 구들 난방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습기가 나무를 썩게 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 실제로 기둥의 실외 부분보다 실내 부분이 더 심각했다. 기둥이 불안하면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집이 넘어가거나 돌아갈 수도 있다. 결국 그날의 공사는 접었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이 위기의 순간에 ‘도편수’라는 선수가 구원등판하게 된다.



도편수는 일반 목수와는 구별된다. 전통한식기법으로 한옥이나 누곽, 사원, 사찰 등의 목조구조물을 만들거나 복원하는 전문가다. 하동에서 한시간 거리인 남해에 있다는 도편수 한분을 어렵게 모셨다. 기둥 두 개를 통째로 교체하고 두 개는 밑부분만 새로 끼워 넣기로 결정. 도편수는 질좋은 소나무를 가져와 껍질을 낫을 이용해 손으로 벗겨내고 엔진톱으로 정리했다. 중심 축을 잡아서 기둥을 세우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기존에 있던 주춧돌에 한참동안 물을 뿌리면 먼 옛날 집을 지을 때 사용한 먹선이 희미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보수할 때엔 그 선에 맞춰 기둥을 세운다. 기존의 기둥보다 더 굵고 튼튼한 나무로 보수하게 됐다.
변수는 이게 다가 아니다. 집이 전체적으로 왼편으로 넘어가 집 지붕의 오른쪽보다 왼쪽이 5cm가량 낮았다. 더 넘어가지 않도록 사선으로 보강을 하고 추이를 살피기로 했다. 구들을 걷어낸 바닥에서는 커다란 돌이 끝도 없이 나와, 마당 한켠을 가득 채웠다. 보와 기둥을 보호해야 하므로 커다란 장비가 들어올 수 없는 상황. 결국 작업자들이 망치로 직접 돌을 깨고 나르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이 많은 돌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악양면 전체에 돌이 많다는 게 동네 어르신들의 설명. 제주도처럼 집집마다 돌담이 쌓여있는 동네 풍경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팔순을 넘긴 앞집 할머니는 추억한다. 70년 전,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 집을 지었었다고. 그때 당신도 흙을 바르는 일을 도왔었노라고. 한때 당신의 오라버니가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고. 비어있던 집에 와 살겠다니 반갑고 고맙다고. 우리의 생각이 짧았나? 너무 낡은 집을 사서 괜한 고생을 하는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 때 즈음 들었던 할머니의 말씀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고생스러워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거야.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을거야. 물론 한 번 더 하라면 절대 안할테지만(흑흑흑)...

to be continued...

Keyword

Credit

  • WRITER & PHOTOGRAPHER 김자혜
  • EDITOR 채은미
  • ILLUSTRATOR 김참새
  • DESIGNER 변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