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지리산 자락에 숨어있던 작은 집을 구하고, 그 집을 고칠 사람을 찾던 중 두달만에 인연이 닿은 건축가. 이제 살았다 싶었지만, 진짜 전쟁은 그때 시작됐다.

BYELLE2016.06.02


집을 그려보자. 우선 큰 네모. 그 안에 안방과 작은방, 부엌과 욕실. 거실에는 서로 마주보는 티브이와 커다란 소파... 24평형, 32평형 혹은 40평형대. 정형화된 아파트 구조가 떠오른다. 물론 보편화된 구조는 그 나름의 당위성이 있다. 그것이 가장 편하고 실용적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집이 그 구조를 갖게 된 것.


하지만 귀촌한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다. 실내가 전부가 아니다. 집안에 시선이 갇히지 않는다. 마당이 있고 멀리 보이는 좋은 풍경이 있으므로. 게다가 우리의 집공사는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기존의 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집 구조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집 설계를 위한 건축가와의 대화는 꽤 흥미로웠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것들,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삶의 형태를 고민해야 했으니까.



일하지도, 잠을 자지도 않는 시간엔 주로 뭘 하느냐, TV는 얼마나 보느냐, 심지어 저녁밥은 뭘 해먹느냐까지. 건축가는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리고 한달 후. 설계도와 견적서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다시 막다른 골목을 만나게 됐다.


문제는 돈. 애초에 우리가 제시했던 비용과 맞지 않는 견적서를 받게 됐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 우리는 무지했고, 건축가는 건축가로서의 욕심을 좀 더 냈고, 우리와 건축가는 죽이 잘 맞았고, 다함께 손을 맞잡고 두둥실 떠올라 한없이 달콤한 꿈을 꾸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 설계가 무슨 죄냐. 에라이, 돈! 결국 돈이 문제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모두 함께 손을 맞잡고 잠시 반성(?)한 뒤 설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한달 후, 계약서를 쓰고 다시 한달 후, 마침내!!! 공사는 시작되었다.




<INTERVIEW> 건축가와의 대화

건축가 강성진(건축사무소 틔움(TIUM), 디자인랩 오사(5osa.com))


첫 번째 미팅 기억하죠? 눈이 꽤 내렸던 날이었는데. 그날 두시간 가량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막연하게 그려본 우리 부부의 집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지금 유행하는 것, 트렌디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함께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그런 집을 원한다는 걸 알게 됐죠.


함께 늙어가는 집이라...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생각이었어요? 최소한의 건축. 기존의 공간이 갖고 있는 본질만 남기고,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 제 역할은 건축가로서 갖고 있는 전문성을 이용해 건축적인 어휘로 공간을 풀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더 어려워요.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를 활용한 포장술이 오히려 더 간단하죠. 최소한의 건축을 하려면 하나의 요소가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요? 옛날 사람들이 시멘트 블록을 외벽으로 쌓았던 건 돈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다른 요소를 추가할 여력이 없으니 기능에만 집중한거죠. 오늘날의 건축에는 기능적인 면 뿐 아니라 다양한 심미적인 요소가 가미되는데, 그것들을 전부 배제하기로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시멘트 벽돌 조적을 택했고, 내부는 미송합판 마감으로 정했죠. 그것들이 기존의 부재와 함께 ‘에이징’될 것 같았거든요.


건축주에게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나요? 가장 오래 ‘정주’하는 공간. 잠자지도 않고, 일하지도 않을 때 어디에 머무는지 물어요. ‘정주공간’을 따라서 ‘목적공간’을 함께 배치하죠.


예산때문에 설계를 대폭 수정하는 일이 있었죠. 그 때문에 계약까지 한달 가량의 시간이 흘러버렸고요. 그 때 심정이 어땠어요? 내가 오해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오해와 욕심에서 나온 결과였으니까. 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확장했던 부분을 줄이고 새로 설계해야 했는데, 그때 나름의 원칙을 세웠어요. 기존 한옥을 살리는 것. 젊은 부부의 삶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만 확장하는 것. 그리고 건축주에게 말했던 ‘장면’들을 선물하는 것.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 살렸다고 생각해요.


설계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도 있나요? 가장 아쉬운 점은, 주 정주공간이 신축부분에 있다는 것. 주생활공간, 즉 침실을 남쪽에 두어야 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한옥 부분에서 더 많이 머물기를 원했지만, 구조상으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예산문제인데, 지붕을 바꾸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70년 전에 지어진 한옥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아닌, 그 사이에 덧붙여진 요소였으니까요. 중간에 편하게 살기 위해 고친 부분을 제거하지 못한 점이 끝내 아쉬워요.


반대로 하동 집을 설계하면서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 했던 부분이 있나요? 건축주의 요구사항이거나 혹은 개인적인 욕심이거나. 무엇보다 서쪽으로 보이는 지리산 풍경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집의 앞면보다 서쪽 면에 창이 더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죠.


심지어 화장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던데요? 화장실 창문이 큰 편이죠? 사실, 서향으로 창을 내는 것이 건축적으로 최선은 아니에요. 빛이 낮고 길게 들어오기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 집의 경우 서쪽 지리산 풍경이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방향 시퀀스를 많이 만들게 됐죠. 창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해주는 요소인데, 목적과 형태에 따라 각각의 성격이 있어요. 크고 활짝 열린다고 무조건 좋은것만은 아니죠. 바라보기만 하는 창인지, 바깥 간섭은 어떤지, 혹은 환기가 필요한지 등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해요. 아지트는 픽스창, 화장실과 욕실은 프로젝트 창으로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죠. 각각의 역할이 다르니까.


현관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독특한데요. 출입구로부터 서쪽으로 보이는 지리산이 보이는 픽쳐 프레임. 그 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 집이 보여주는 첫인상이죠. 현관에서 시작되는 ‘건축적 산책로’의 끝에 픽쳐 프레임을 마련한 거에요. 산책로를 즐기다가 그 끝에서 지리산 풍경을 만나게 되는 거죠. 공간 내부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시야가 바뀌는 공간구조, 동선이 길어 불편할 수 있지만 건축주가 선뜻 허락했죠.


‘아지트’라 부르는 공간도 특이해요. 흔히 리딩 누크(Reading Nook)라 일컫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늑한 구석이죠? 건축주에게 선물하고 싶은 공간이었어요. 지리산을 담는 전창과 낮은 벤치로 디자인해서 코지한 분위기로 연출하고자 했죠. 간단한 작업, 독서, 대화, 사색과 묵상을 위한 공간입니다.



평면도, 측면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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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R & PHOTOGRAPHER 김자혜
  • EDITOR 채은미
  • ILLUSTRATOR 김참새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