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친구따라 입어요!

스타일 좀 아는 여자들이 남자친구와의 커플 룩을 버리고 베프와 스타일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의 장난처럼 보이는 신흥 트렌드!

프로필 by ELLE 2014.09.03

 

1 드라마틱한 드레드 헤어와 심플한 모직 코트로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연출한 뉴욕 스트리트 신.

2 블루 & 레드의 강렬한 컬러 파워를 커플 룩으로 연출한 파리 스트리트의 블로거 발렌티나 시라구사와 그녀의 절친.

3 헐렁한 실루엣의 피시넷 패턴과 체크 패턴으로 통일한 톰보이 베프 룩.

 

 

 

 

 

4 애니멀 프린트와 퍼로 연출한 맥시멀 룩으로 무장한 채 스쿠터에 올라탄 패피들.

5 키치한 패턴 플레이도 둘이 있을 때 더 파워풀한 효과를 내는 법.

6 패피 절친들은 옷과 소품뿐 아니라, 스트리트 사진가 앞에서 취할 포즈까지 계산해 둔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커플은 서로를 닮아간다고 한다. 처음엔 말투가 비슷해지다가 우연히 제스처가 겹치는 일이 많아지고 나중엔 미세한 표정 주름까지도 비슷해진다. 패션 스타일을 공유하는 것쯤은 당연한 일. 그런데 최근 ‘힙’한 커플 룩은 연인이 아닌 절친과 스타일을 공유하는 방식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유행은 영화 <위험한 독신녀>처럼 동성 친구를 그대로 카피하는 집착과는 다르다. 더욱이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수요일에는 우리 모두 핑크를 입는다’와 같이 누군가의 강압적인 명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의도하지 않게 서로의 스타일을 흡수하는 현상이 패피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 어느 순간부터 절친들은 카페나 클럽에서 비슷한 실루엣의 룩을 입은 채 자주 마주치게 된다. 더욱이 함께 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내는 패턴 & 컬러 플레이가 딱 맞아떨어지는 날엔 패션 화보를 보는 듯 드라마틱한 모멘트가 연출된다. 이럴 때면 여자들의 우정이 초능력과 비슷한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더 주문해야 할지, 최악의 하루를 보낸 그녀의 얼굴에 다시 웃음기가 번지게 하려면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그녀들은 서로 말을 꺼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심지어 생리주기까지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친구끼리 스타일을 닮아가는 건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때마침, 가장 다이내믹한 스트리트 신은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친구들 몇 명이 비슷한 크롭트 진에 아티스틱한 프린트의 톱을 입은 채 팔짱을 끼고 파리의 튈르리 공원을 활보하는 모습이다. 심플한 룩이지만 그 수가 많아지니 가히 폭발적인 힘을 가진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친한 친구끼리 방어막을 내린 채 서로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큼 매력적인 모습이 있을까. 그 시각적 연장선에서 서로의 패션 취향을 공유하는 커플 룩이 있다. 패션 블로거 자니타 휘팅턴(Zainta Whittington)은 절친이자 동료 블로거인 제시카 스테인(Jessica Stein)과 ‘패션 삼투현상’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 올해 초 호주 패션위크에서 함께 찍힌 사진을 꺼내보면서 놀랄 만큼 둘의 패션 스타일이 닮은 것을 알아챈 것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서로 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일마저 비슷해진 것 같아요”라고 휘팅턴이 말한다. 주로 컬러 팔레트가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패션위크의 테마는 파스텔 핑크였다. 대서양을 건너 런던의 소호에는 알렉사 청(Alexa Chung)데이지 로(Daisy Lowe)가 거의 흡사한 데님 쇼츠를 입고 길을 거닐고 있다. 패션계 최고의 베프,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리한나(Rihanna), 조지아 매이 재거(Georgia May Jagger)는 서로 매칭되는 컬러풀한 옷과 스냅 백으로 자신들의 우정을 뽐낸다. 외모만큼이나 패션 스타일에도 공통분모가 많은 올센 자매는 매트 갈라의 레드 카펫에서도 길게 늘어지는 블랙 가운과 수수하게 올린 업두 헤어로 근사한 커플 룩을 만들어냈다.

 

한편, 절친 사이인 데보라 샘즈(Deborah Sams)메리 루 라이언(Mary Lou Ryan)은 오랜 우정을 바탕으로 2006년, 베이직(Bassike)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을 정도다. “우리는 비슷한 취향으로 패션을 바라보지만 각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도 잘 알고 있어요.” 의도치 않게 비슷한 옷을 입고 나타나는 날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물었다. “매일! 정말 비슷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일이 많아요. 심지어 똑같은 옷을 입을 때도!” 최근, 이같은 커플 룩 트렌드에 대해 정의를 내린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모델이자 ‘잇’ 걸 드리 헤밍웨이(Dree Hemingway)다. 그녀는 자신의 패션 뮤즈인 스타일닷컴의 에디터 캐서린 K 자렐라(Katharine K Zarrella)에게 이런 인스타그램을 남겼다. “가끔 내 절친의 모습이 내가 누구인지 가장 잘 보여준다.” 스타일에 영감을 불어넣는 우정이여, 영원하라! 

 

 

 

 

 


GIRLS IN FILM
진정한 베프의 파워를 보여준 영화 속 커플 룩.

 

 

1 THELMA & LOUISE(1991)
여자들의 의리를 대표하는 델마와 루이스의 터프한 웨스턴 스타일.

 

2 HEAVENLY CREATURES(1994)

뉴질랜드 시골 마을의 폴린과 전학생 줄리엣의 목가적인 플로럴 드레스.

 

3 CLUELESS(1995)
여전히 90년대 패션의 대명사, 셰어와 디온의 베벌리힐스 스쿨 룩.

 

4 ROMY AND MICHELE’S HIGH SCHOOL RE(1997)
철딱서니없는 두 친구, 로미와 미셸의 촌티나는 90년대 패션.

 

 

 

Credit

  • editor 주가은 writer DIVYA BALA photo MAXtree.com
  • LLOYD EVANS JASON
  • GETTY IMAGES/멀티비츠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