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안락의자에서 백일몽을 꾸는 아티스트

프로필 by 차민주 2024.03.12

2016년 디올 옴므 봄여름 캠페인에 블랙 수트를 입은 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성이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의 직업은 놀랍게도 모델이 아니에요. 바로 오늘 소개할 벨기에의 아티스트 리너스 반 데 벨데입니다.
 
 

작업실 안에 왕국을 차리다

리너스 반 데 벨데는 회화와 조각, 영상을 넘나들며 상상력 넘치는 내적 세계를 표현하는 벨기에 아티스트예요.
 

그는 작업실 밖으로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데요. '안락의자 여행자'라는 별명답게, 안락의자에 앉아서 생각하고 작업실 안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해요. 실제로 그의 영화 <라 루타 내추럴> 속의 커다란 터널 소품도 리너스가 작업실 안에서 만들었다고 하죠.
 
 

너의 머릿속이 궁금해

 '친애하는 에밀'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독일 작가 에밀 놀데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문장이 담겼다.

'친애하는 에밀'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독일 작가 에밀 놀데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문장이 담겼다.

 
리너스의 작품에는 남다른 스토리텔링이 있어요. 이를테면 그림 속에서 리너스는 미술사 거장들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혹은 본인의 영웅담을 늘어놓곤 해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작품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죠.
 
리너스는 작업에 있어 공상(Daydreaming)을 중요시합니다. 실제로 그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건 공상하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몸은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은 채, 마음은 이국적인 세상으로 상상 여행을 떠나는 것이죠. 작업실 안에서 그는 존경하던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본인에게 가짜 역할을 부여하며 영감을 받아요. 그러고는 허구적 자서전을 그려나가죠.
 

이처럼 철학이 뚜렷한 리너스는 이미 유럽에서 팬층이 두꺼운 아티스트예요. 이미 코펜하겐, 런던에서 개인 전시를 열었어요.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유럽을 사로잡은 리너스의 매력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가 이번에는 한국의 마음을 사로잡으러 왔습니다. 3월 8일부터 5월 12일까지, 리너스의 상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를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동시에 진행합니다.
 
전시 제목은 '해와 달을 바라보며, 나는 욕조 안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로 시작하는 작품에서 따왔어요. 듣기만 해도 상큼한 망고가 떠올라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이는데요. 망고도 상상 속 과일이었는지, 작품 속에서 실제 망고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리너스답네요. 이외에도 재치 있는 문구가 담긴 회화부터, 영화에 직접 사용된 소품까지 완벽히 보존된 형태로 전시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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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차민주
  • 사진 @artpartner @rinusvandevelde 아트선재센터/스페이스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