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 라이프의 상관관계
환경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저자이자 초등학교 교사 이은재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비건 지향 채식을 하고 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미니멀 라이프를 논할 때 무조건적으로 비움만 강조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 단순하게 배우면 내 집 안은 깨끗해질지라도 결국 그 쓰레기를 지구의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일 테니. 어쩌면 ‘비움’에만 집중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버리는 것을 제로(0)로 만들려는’ 제로웨이스트 정신과 대치될 수 있다. 가령 1회용 행주를 쓰고 바로 버림으로써 부엌이 깔끔해 보이고, 작게 소분된 포션 잼이나 버터를 먹고 바로 버림으로써 냉장고 공간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은 그저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잘 채움’이 아닐까. 진짜 필요한 물건이 맞는지, 이미 내가 가진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가까운 미래에 쓰레기로 전락할 물건은 아닌지 등 최초 소비 단계에서 심사숙고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내 공간을 침범하는 물건과 그에 딸려오는 각종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들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거다. 이렇게 채움이 줄어들면 억지로 비움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이 심플해진다. 소비를 줄이고 채움 앞에서 신중한 태도를 갖는 것을 상상해 보자. 언뜻 생각하면 불만족스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내 공간과 인생을 훨씬 단순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고민이 줄어든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내 일상은 전보다 재밌어졌다. 매일 요리조리 창의성을 발휘해 쓰레기 없이 사는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 든다. 오스트리아 출신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에서 현대인이 ‘돈’과 ‘편리’를 추종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힘은 점점 잃고 있다고 역설했는데, 이제야 내 안의 잠재력을 찾은 것 같다. 필요한 게 생기면 사는 게 편하지만 쓰레기를 만들기 싫어서 내 손으로 서툴게 만들어본 경험을 통해 ‘나 역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힘이 이토록 많았구나’ 하고 자각하게 된다. 내가 지향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나도 행복하면서 지구에 흔적을 적게 남기는 거다. 무조건 편리하게 살려고 하거나 욕구가 생기는 족족 채우고 소비하다 보면 돈도 많이 들고, 건강에도 좋지 않고, 쓰레기와 온실가스 등이 배출돼 지구 환경에도 좋지 않다. 반대로 지구와 환경만 생각해 내 모든 욕망을 억제하고 고생해야 한다면 그 또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지 찾고, 나머지 부차적 욕망은 절제하며 양측의 균형을 이루는 삶을 꿈꾸고 있다. 소박하고 단순하되 행복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싶다.
이은재
환경 에세이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저자이자 초등학교 교사.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비건 지향 채식을 하고 있다.
Credit
- 에디터 김초혜
엘르 비디오
엘르와 만난 스타들의 더 많은 이야기.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엘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