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제인 버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리멤버 제인 버킨

전설적인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제인 버킨. 순수와 관능을 넘나들며 시대와 상관없이 독보적 스타일을 보여준 그녀. 영화 같은 그녀의 생애에서 유난히 빛났던 장면들을 모았다.

손다예 BY 손다예 2023.08.29
 
 

1968 

FATEFUL ENCOUNTER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니트 드레스를 입은 제인 버킨이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 시기, 단역부터 차근차근 입지를 다진 그녀는 프랑스 영화감독 피에르 그랭블라의 작품 〈슬로건〉의 주연을 따기 위해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녀의 원석 같은 매력 덕분에 버킨은 당시 프랑스어를 못했음에도 역할을 얻어냈고, 상대역으로 만난 배우이자 아티스트 세르주 갱스부르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갱스부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제인 버킨은 그림 같은 여자다. 내 그림 속 여자는 모두 깡마르고, 중성적인 모습이었다. 난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그녀를 그린 거다.” 
 
 

1964 

JUST A BRITISH GIRL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제인 버킨의 고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이다. “저는 수줍음 많은 영국 소녀예요”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녀는 연극배우이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열일곱 살에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다.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 〈Carving a Statue〉에서 청각 장애가 있는 소녀 역을 맡았다. 런던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 헤이데이 시어터의 대기실 한쪽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 170cm의 큰 키와 늘씬한 몸매 덕분인지 너무 평범해서 눈에 안 띌 것같은 스웨터와 팬츠 차림도 근사하다. 그녀는 알았을까? 후에 자신이 세기의 아이콘이 된다는 사실을?
 
 

1969

Je t'aime
두 사람을 맺어준 영화 〈슬로건〉 시사회에서 공식 연인으로 참석한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지금 봐도 파격적인 시스루 드레스와 노 브래지어 패션은 그녀가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듀엣곡 ‘Je T’aime… Moi Non Plus(널 사랑해···나도 안 그래)’를 발표했고, 뮤지션 제인 버킨의 커리어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곡은 섹슈얼한 가사와 중간에 삽입된 신음 소리 탓에 발표되자마자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라디오와 교황청에서 금지곡으로 선정됐다.
 
 

1987

EFFORTLESS CHIC
여섯 번째 정규 앨범 〈Lost Song〉을 발표하고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콘서트를 연 날. 익숙했던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나 대중에게 신선함과 놀라움을 안겨줬다. 즐겨 입던 화이트 셔츠에는 탱크톱을 더해 짧은 헤어스타일에 어울리는 매니시한 아웃핏을 완성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대충 말아 올린 소매와 아무렇게나 구겨 넣은 셔츠 끝자락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스타일링 팁이다.
 
 

1991

FOREVER YOUNG & FREE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가 프랑스에서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애티튜드 덕분. 그래서일까?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데님을 한평생 사랑했다. 특히 음악 방송 〈Taratata〉에서 공연 도중 무대 바닥에 엎드려 노래하는 버킨의 모습은 마치 자유와 젊음의 상징인 데님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1973

EROTIC ATTRACTION
세르주 갱스부르와 첫아이를 낳은 후, 일종의 육아 휴직(?)을 가지며 2년 동안 활동을 쉬었던 제인 버킨은 〈돈 쥬앙 73〉을 통해 복귀를 알렸다. 영화에서는 당대의 섹시 아이콘이자, 공교롭게도 세르주의 전 연인이었던 브리짓 바르도와 동성 파트너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파격적인 전라 노출 신까지 감행한 이 작품을 통해 버킨은 관능적인 이미지까지 겸비한 배우로 도약했다.
 
 

1972

RIVIERA LIFE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태어난 후, 제인 버킨과 갱스부르 가족은 생트로페 지역에 머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시기에 이들은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의 여유로운 삶을 온몸으로 익혔다. 매년 여름마다 찾았던 마 샤스텔라 호텔 로비에서 세르주는 버킨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며 시간을 보냈고, 때로는 함께 해변을 거닐거나 요트를 타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첫째 딸 케이트 배리, 갓 태어난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함께한 가족사진이 인상적인데, 세르주의 풀어 헤친 데님 셔츠와 버킨의 느슨하게 올려 입은 데님 쇼츠, 면으로 된 플랫 슈즈를 통해 느긋하고 풍족한 삶의 분위기가 물씬 전해진다.
 
 
 

2016

FRENCH ICONS
60대로 접어들며 패션 신과는 거리를 두고 지내던 버킨이 다시 한 번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소환됐다. 당시 생 로랑을 이끌던 에디 슬리먼이 그녀를 캠페인 모델로 등장시킨 것. 이후 열린 생 로랑 2017 S/S 패션쇼에서 제인 버킨은 자신의 뒤를 잇는 패션 아이콘이 된 두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 루 드와이옹과 함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패션 감각도 유전일까? 모노톤을 기반으로 티셔츠, 스니커즈 같은 편안한 아이템을 매치한 세 모녀의 스타일은 놀랍도록 닮았다. 에포트리스 시크 DNA 그 자체.
 
 

1971

HELLO, CHARLOTTE
샤를로트가 태어난 지 42일째 되던 날. 버킨은 고향인 런던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한 손으로 온몸을 감쌀 수 있을 만큼 작디작은 샤를로트를 품에 안고,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임신 중에도 영화 두 편을 공개할 만큼 열정적인 성향 덕분인 지 출산 직후에도 여전히 슬림한 체형과 감각적인 스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보디컨셔스한 니트 톱에 데님 쇼츠를 매치하고, 시스루 타이츠를 더했다. ‘애 엄마는 정숙하게 입어야 해’ 같은 편견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2021

BEST CANNES EVER
제인 버킨의 뭉클한 순간. 어느새 훌쩍 자란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영화감독이 되어 칸영화제에 함께 초청받은 날이다. 심지어 샤를로트가 만든 영화 〈샤를로트에 의한 제인〉은 딸의 시선에서 바라본 엄마 제인 버킨의 이야기다. 언제나처럼 편안한 셔츠를 입고 있지만, 실은 그 어느 레드 카펫보다 벅차오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1997

PEACE IN HEART
카페 테라스에서 반려견과 햇살을 즐기던 날. 자크 드와이옹과 결별한 후 그녀는 혼자 사는 삶을 택했다. 자크 드와이옹은 “갱스부르가 세상을 떠난 뒤, 그를 향한 버킨의 비탄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경쟁할 수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버킨의 곁을 지킨 건 언제나 그녀와 함께하는 프렌치 불도그였다. 소담한 블랙 스웨터와 블랙 팬츠, 굽이 없는 화이트 스니커즈를 신은 그녀에게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차원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2012

IT BIRKIN
‘꿈의 가방’이라 불릴 만큼 선망의 대상이 된 버킨 백. 그 이름의 주인공이 에르메스 패션쇼장 앞에서 버킨 백을 들어 보이고 있다. 품에 고이 모시고 다녀도 부족할 버킨 백을 대하는 그녀의 무심한 태도가 포인트. 곧 와르르 쏟아질 것같이 꽉 찬 가방에 열쇠, 키 링, 참 장식을 주렁주렁 달아 마음대로 커스텀했다. 이런 게 제인 버킨식의 쿨한 애티튜드!
 
 

1970

BOHEMIAN CHIC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제인 버킨은 데뷔 이후 파리 사교계에서 금세 인기 스타가 되어 영화배우 올리버 토비어스 같은 당대의 아티스트와 우정을 나눴다. 당시 트위기 스타일의 발랄한 미니드레스가 유행했지만, 버킨은 달랐다. 블랙 미니드레스에 스웨이드 부츠를 매치하고, 골드 펜던트 네크리스를 더한 것. 그녀가 바로 보헤미언 시크의 원조다.
 
 

1974

UNEXPECTED COOL
제인 버킨은 하얀 셔츠와 청바지로 연출한 소박한 스타일도 매력적이었지만, 화려하게 드레스업한 룩도 패션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뻔한 레드 카펫 드레스가 아니라 항상 자신만의 트위스트를 보여줬기 때문. 칸영화제에 참석한 이날엔 반짝반짝 윤이 나는 벨벳 드레스와 하이힐을 매치하고, 시그너처 아이템인 라탄 바구니를 드는 의외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손잡이에 스카프를 감싸 나름 드레스업을 시도한 모습도 쿨하다.
 

Keyword

Credit

    에디터 손다예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Gettyimageskorea
    Briquet-Gorassini-Gouhier-Guibbaud-Orban-Wyters
    Abaca
    Shutterstock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