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브리스 톱은 LVIR. 스커트는 Ports 1961. 슈즈는 Jimmy Choo. 귀 아래쪽 이어 커프는 Sentiments. 귓바퀴 이어 커프는 The Part Of. 오른손 중지 링은 Engbrox. 검지링은 Le Haul.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GV에서 〈돌핀〉의 나영 역으로 관객들과 소통했습니다. 다채로운 생각을 주고받았나요
제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서 질문하는 관객들과 현장에서 소통하는 경험은 큰 자극이 됐어요. 감정 전달의 좋은 통로였죠. 〈돌핀〉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영이 볼링장 주인 미숙에게 “돌핀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짓는 묘한 표정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대본에 표정이나 톤에 대한 지시가 없는 대사여서 오로지 나영의 상황에 몰입해서 본능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밖에 없었죠. 신기해 하며 밝은 눈빛이지만 상황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여러 번 촬영한 장면인데, 그 부분을 알아채고 질문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나영이 말하는 문장들이 이해가 안 됐어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랐죠. 다른 유형의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돌핀〉에 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나영이라는 캐릭터를 정복하고 싶었어요.
귀 아래쪽 이어 커프는 Sentiments. 귓바퀴 이어 커프는 The Part Of.
저는 나영과 정반대에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 기질은 시원 털털한 부분이 많거든요.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야 되는데 나영은 그렇지 않아요. ‘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을 만큼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을 100분의 1로 함축해서 말하는 캐릭터라서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반면 비슷한 면모도 존재합니다. 데뷔 초반에는 저도 나영이처럼 백 번 정도 생각하고 말했던 것 같아요. 솔직한 내 심정을 표현하지 못해 때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죠.
나와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할 때 어렵거나 재미있는 부분은
〈돌핀〉을 촬영하는 3개월 동안 캐릭터에 몰입해서 살았어요. 그래야 촬영현장에서 연기할 때 편하더라고요. 캐릭터의 성향에 따르다 보니 많이 차분해진 것 같고, 말수도 줄었죠. 나영이가 동네의 ‘소식지’에 집착하고 애착이 큰 것처럼 저도 주변을 돌아봤어요. 그 과정에서 캐릭터와 점점 교집합이 생기면서 가까워졌죠. 대사가 이해되지 않을 땐 감독님과 자주 대화했어요. 배두리 감독님께서 나영과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말수도 적고, 생각도 많죠. 그런 감독님을 보며 나영을 떠올렸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베스트 톱과 팬츠는 모두 The Ballon. 이어링은 Numbering. 브레이슬릿은 Joy Gryson. 중지 링은 Kvk.
가족과 마을입니다. 한편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제 자신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신경 써야 할 게 많았거든요. 눈치도 봐야 했고 대중이나 동료, 팬들의 취향이나 시선을 많이 고려해야 했죠.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편안하게 느끼는 걸 찾아 즐기려 해요. 그런 내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작은 바닷가 마을 소식지에서 동네와 가족을 챙기는 삶을 사는 나영은 쌓인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볼링’을 택해요.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답답한 마음을 풀죠. 수없이 넘어져 다리를 다쳐도 악에 받쳐 볼링을 치다가 결국 병원을 찾아가요. 의사가 “왜 이렇게까지 했어요?”라고 묻자 나영의 감정은 폭발해요. 그 장면에서 뚝뚝 흘리는 눈물방울이 나영의 북받친 감정을 처음으로 표출하죠. 촬영현장에서 감독님께 즉흥으로 제안했던 장면이기도 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거든요. 육체적으로 힘든 공연이 계속되지만 다리가 불편한 상태로 계속 임했더니 상태가 심각해진 거예요. 그래서 수술하러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왜 이렇게까지 뒀어요?”라고 묻는데 그 한 마디에 나영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억눌린 채 버티고 있던 마음이 나영의 감정과 일치해서 더욱 이입할 수 있었고, 즉흥적으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돌핀〉을 2021년에 촬영했습니다. 2년이 흐른 지금, 다시 보고 새롭게 발견한 지점은
2년 전에 내가 헤아리지 못했던 대사의 깊은 뜻이 보이더군요. 그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대사들이 지금 보니 마음속에 큰 울림을 줬고, 다시 한 번 나영의 감정선이 느껴져 캐릭터를 향한 애틋함이 강해졌어요. 2년 전보다 더 성숙해졌다는 것도 깨달았죠.
서사가 큰 굴곡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그 속에 작은 울림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작은 마을에서 나영이 재미 붙일 곳으로 볼링이 유일했던 게 짠하기도 하고요
그렇죠. 따분해 보이죠. GV에서 제가 받은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게 하나 더 있어요. “나영은 왜 결혼을 안 했을까요?” 나영이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는 가족, 소식지 사람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것, 동생을 위해 헌신하는 게 전부예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아니니까 그런 것에 애착이 강한 것 같아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세상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나영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베풀고,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죠. 가족들이 이사를 가겠다고 했을 때 나영이 반대하는 모습에서도 더 큰 세상이나 변화에 반발심이 강하다고 느꼈어요. 소식지가 나영에겐 세상의 전부이니까.
귀 아래쪽 이어 커프는 Jealousy. 귓바퀴 이어 커프는 Ilyand.
그럼요. 인간의 삶은 가까이서 보면 고통이라고 하죠. 그래서 소소한 것이라도 돌파구를 찾으려 하죠. 저는 한강을 걷기도 하고, 혼자 책방에 가기도 해요. 누구에게 속 이야기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책에 대고 말해요. 그러면 좀 나아지죠.
세스 고딘의 〈린치핀〉. 공격적으로 자기계발을 자극하는 책이에요(웃음). 〈삼국지〉도 읽어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해서 많은 것을 반추할 수 있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지 아직 궁금한 게 많아요. 영화 소재는 다양하니까요. 더 흡수할 준비가 돼 있으니 다양한 장르물과 역할에 도전할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아마도 아직은 낯설 독립영화 촬영현장에서 받은 자극은
모든 스태프의 나이대가 낮아요. 졸업영화이기도 하고, 아직 대학에 재학 중인 분들도 현장에 오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선입견이 없죠. 사실 촬영을 앞두고 불안했어요. 졸업영화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스태프들과 감독님이 발휘하는 에너지가 새로웠고 힘을 줬어요.
드레스는 Rokh. 부츠는 Jimmy Choo. 귀 아래쪽 이어 커프는 Jealousy. 귓바퀴 이어 커프는 Ilyand. 왼손 검지 링은 Sentiments.
영감을 주는 생명체 같아요. 영화 속 인물들이 표현하는 함축적인 의미와 장면들이 삶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멈춰 있는 뇌에 호흡기를 꽂아준 것처럼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들죠.
처음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 첫 편을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요즘 자주 본 영화는 〈패신저스〉입니다.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는 영화죠. 〈인비저블 게스트〉도 재미있게 봤어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작품으로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하고 생각했죠.
배우와 예능, 가수, 라디오 DJ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내 쓰임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언제 어디든 뛰어들 수 있어요. 이런 생각은 내가 지향하는 길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부족한 면은 부족한 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 항상 그 점을 고민하거든요. 그저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만한 삶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