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여성의 몸이 도구처럼 여겨진 사례는 여전히 매우 많습니다.특히 출산과 관련해, 자궁이라는 장기를 가진 여성은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억압당해 왔습니다. 한국에선 21세기 들어 겨우 낙태죄가 폐지돼 여성의 임신중지도 더 이상 범죄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보편적 정보 접근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49년 동안 유지해 온 '여성이 낙태할 권리' 보장 판례를 파기했습니다.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의미 있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상기했듯, 미국에서 '여성이 낙태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 받게 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까지의 과정을 그린 〈콜 제인〉입니다. 영화는 임신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의 이야기인데요. 조이는 긴급 임신 중지 수술 위원회에 참석하지만 그곳에서 수술을 결정하는 건 제인도, 같은 여자도 아닌 전원 남성이었습니다. 수술을 거부 당한 조이는 여성 단체 '제인스'의 도움을 받아 세상을 바꿔 나가게 됩니다.
'제인스'는 임신 중지가 불법이던 1960년대 시카고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임신 중지를 원한 여성들을 도운 단체입니다. 오로지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사회적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직업-인종의 여성들이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 '제인'으로 뭉쳤던 단체이기도 하죠. 이들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임신을 중지할 권리가 보장될 떄까지 무려 1만2000 여 명 여성의 삶을 지켜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실 이야기를 해 봅시다. 여성들의 성취였던 이 판결이 뒤집히자, 이미 미국에서는 피해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월 플로리다 주의 한 산모는 검진 중 뱃속 아기가 태어나도 두어 시간 밖에 살지 못하는 포터증후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임신 중지가 불법인 탓에 아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품고 있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죠. 이런 상황에서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제인스 리벤지(jane’s Revenge)'라는 이름의 단체가 등장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반대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다시금 사회에 경종을 울릴 〈콜 제인〉의 통쾌한 승리는 또 한 번 세상을 바꿀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