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몇 년 동안 세계의 여성 단체들은 2월 말에서 3월 중순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성의 날'을 기념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빵과 평화'를 주창했던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과 반전 시위를 한 끝에 양력 3월 8일 참정권을 얻어 냈습니다. 그리고 이날이 '세계 여성의 날'의 표준이 됐습니다.
UN(국제연합)이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 지정한 것은 1975년입니다. 2001년 '세계 여성의 날' 조직위원회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여성들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성취를 더 많은 사람들이 기념할 수 있도록 했죠. 21세기에는 유사 이래 늘 뒷전으로 밀려났던 '여성'과 '성평등'이 사회적 담론으로 부상했습니다. 위대했던 여성들의 발자취와 위대한 여성들의 뒤따름이 더 널리 알려지고 기록됐습니다. 하지만 '세계 여성의 날'은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를 인용해 줄곧 말해 왔습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평생 동안 완전한 성평등을 보지 못할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성평등이 실현되려면 300년은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죠. 이런 상황에서, '세계 여성의 날'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달리자고 제안합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성평등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매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올해의 표어는 'Embrace Equity', '공정을 포용하라'입니다. 뭔가 어색하게 들린다고요? 그러니까, '평등(Equality)'이란 말에 가려졌던 '공정(Equity)'의 가치를 발견하고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뜻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 측은 일견 닮아 보이는 평등과 공정의 차이를 역설합니다. 목표로 존재해야 할 '평등'이 수단이 되며, 표준화된 기회가 일괄적으로 지급됐습니다. 이를테면 남녀노소 빈부 불문하고 같은 성능, 같은 크기의 자전거를 주고는 목적지까지 오라는 식인 거죠. 이는 오랜 시간 사회적 차별 타파를 위한 만능 열쇠처럼 여겨졌던 '기회의 평등'입니다. '공정'이야말로 '평등'이라는 목표로 가는 수단이라고 '세계 여성의 날'은 말합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3월에 한 번 더 기억하고 싶은 한국 여성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3.1운동 104주년을 맞은 올해,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여성 4인이 있습니다. 주도적인 3.1 만세 운동 참여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네 사람의 이름은 권애라, 심영식, 임명애, 신관빈입니다. 이들은 유관순 열사와 같은 여옥사 '8호 감방' 동료이기도 했습니다. 권애라, 심영식, 신관빈 선생은 3.1 운동 당일 개성 시내에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만세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습니다. 1919년 구세군으로 활동한 임명애 선생은 경기도 파주에서 첫 만세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3인의 여성을 조명했는데요. 기생의 신분으로 수원 만세운동을 이끈 김향화, 고작 열 넷에 겪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알린 안점순, 수원 최초의 비밀결사 '구국민단'을 결성하고 임원으로 활동하다 19세에 순국한 이선경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여성을 위한 '기회의 평등'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 거대 권력을 향해 항거했어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았지만, 100여 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 여성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세계 여성의 날'에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