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금녀의 구역'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에서 조별 리그들을 관장했던 니콜 페티냐트였습니다. 하지만 유로파 리그는 유럽 프로 축구의 메인 무대는 아니었죠. 그 후 10년이 흐른 2019년, 프랑스 리그1과 UEFA 슈퍼컵 주심을 맡은 프랑스 출신의 심판 스테파니 프라파르가 나타났습니다. 페티냐트처럼 유로파 리그의 조별 리그를 보던 그는 2020년 드디어 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검은 유니폼의 남성들 사이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프라파르는 전 세계의 축구 강호들이 모이는 유럽 최고 축구 리그의 첫 여성 주심이 됐습니다.

이어 프라파르는 92년 동안 굳건했던 남자 월드컵의 유리천장을 깼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부터 휘슬을 잡았던 그는 23일 카타르 도하의 구칠사(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1차전 4명의 심판진 중 한 명으로 발탁됐습니다. 대기심은 주심에게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장외에서 준비하는 '예비 주심'입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그는 남자 월드컵 사상 첫 여성 심판으로 기록됩니다.
다만 프라파르가 '최초' 타이틀을 얻은 건 심판으로 참여한 경기가 먼저 열렸기 때문인데요. 여성 인권이 낮기로 유명한 중동에서 개최됐지만, 카타르 올림픽에선 여성 주심 3명과 부심 3명이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입니다. 무려 129명의 심판과 관련 스태프 중 여성이 6명 뿐이란 건 아직 아쉽지만, 스포츠계의 오랜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프라파르를 비롯해 일본의 야마시타 요시미, 르완다의 살리마 무칸상가는 주심으로 뽑혔고 브라질의 네우사 백, 멕시코의 카렌 디아스, 미국의 캐서린 네스비트가 부심으로 나섭니다.


이 같은 역사적 변화에 야마시타 심판은 1일 일본외신기자센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심판으로서 축구에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자가 남자 경기의 심판을 보는 것이 아주 일반적으로 여겨졌으면 한다. 그러려면 모두가 경기장에서 여성 심판을 계속 볼 수 있어야 한다"라며 카타르 월드컵의 결정을 지지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