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루체른 근처 브루넨이라는 호수 휴양지에서 자랐어요. 브루넨은 노동자 계층이 주를 이루는 환경이었죠. 집에 있는 유일한 책은 교과서뿐이었고, 매년 11월마다 돌아오는 서커스를 제외하면 문화 교류가 거의 없는 곳입니다. 몸을 쓰는 데 재능이 없었던 터라 사람들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운 좋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19세에 취리히로 옮겨 몇 년간 지낸 후, 비엔나 응용예술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베를린을 거쳐 1997년부터 뉴욕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혹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담아냅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를 자연의 원천과 아름다움, 공포, 미스터리, 함축된 의미와 연결시킵니다. 예를 들어 태양을 담아낸 회화와 조각상은 소재의 물리성을 넘어 문화를 드러내는 풍부한 매개체로, 회화와 조각의 변덕스러운 잠재력에 대한 연구일 뿐 아니라 계절과 리듬, 우리와 지구를 공유하는 식물과 바위, 야생동물을 포함한 삶 그 자체에 대한 헌사입니다. 제 작품은 ‘시간’과 ‘명상’이라는 통합된 주제로 대상의 다양성을 아우릅니다. 모든 것이 다시 나타나거나 살아나 어떤 것도 끝나거나 버려지지 않을 것처럼 시간을 늦추고 연장하는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고유 선상에 배치하는 작업방식을 좋아합니다.
아티카퓌신 백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누군가의 눈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핵심 요소를 ‘컬러’로 선택했고, 작품에 즐겨 사용하는 두 가지 상징인 ‘광대’와 ‘무지개’를 차용했습니다. 광대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독특한 화장과 화려한 가발, 과장된 차림으로 대중을 즐겁게 하는 존재지만, 제 작품에 등장하는 광대는 그와 달리 깊은 생각에 잠기는 캐릭터입니다. 무지개는 동성애자의 해방운동을 상징하는 동시에 통합과 평화의 공동 원형입니다.
다이아몬드 패턴과 무지갯 빛 손잡이가 특징이다.
루이 비통 장인들과 협업해 컨셉트를 정하고 아티스트의 작품 미학을 카퓌신 백에 담는 과정은 어땠나요
협업은 환상적이었습니다. 루이 비통 공방 장인들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더군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혹은 패션, 어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단호하게 ‘패션’이라 생각합니다. 가방으로 작업하는 것은 제 다른 작품에서는 결코 필요치 않은 기능적인 ‘최종 사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프랑스 코트다쥐르(Co^te d’Azur) 지역의 칸 출신입니다. 작품에 덧입히는 색감과 빛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끝없는 노을에서 영감받았어요. 예술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마르세유(Marseille) 소재 국립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에서 공부했고, 예술가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아트 작품이 있나요
학교에서 접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품 중 특히 조토(Giotto)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코(Piero della Francesca)의 작품은 제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조토 작품의 공간 구상과 색감, 장식, 기술적 감각은 매우 새롭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고도로 양식화된 조토의 구름 그림에서 지금까지도 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포토숍을 가르쳐주셨어요. 덕분에 디지털 세계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고, 대학시절 교수들에게는 비밀이었던 저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런 기술과 미학이 제 모든 작업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볼드한 체인, 그러데이션 컬러 등 한여름 밤의 분위기로 표현한 아티카퓌신 백.
작품은 ‘표면’에 대한 연구입니다. 각 작품은 타일과 조약돌, 식물 같은 다채로운 소재를 디지털상에서 찾은 후 겹겹이 쌓아 만들어집니다. 먼저 컴퓨터로 작은 사이즈를 작업한 뒤, 더 큰 캔버스 위에 직접 그립니다. 여러 겹의 색채가 쌓여 완성되는 대부분의 회화 작품과는 달리 캔버스 위에는 오로지 한 겹의 페인팅만 존재합니다. 다양한 소재를 작업한 디지털상에서만 여러 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볼드한 체인, 그러데이션 컬러 등 한여름 밤의 분위기로 표현한 아티카퓌신 백.
아티카퓌신 가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카퓌신을 마주하고 든 생각은 ‘가방은 하나의 사물이니 조각적 작업으로 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티카퓌신 표면에 빛이 어떻게 부딪힐지, 그 가방으로 옷에 어떻게 빛을 다시 반사할지를 고려했습니다. 밤에도 빛나는 아티카퓌신을 만들고 싶었죠. 클럽에서도 들 수 있는 가방 혹은 밝은 조명 패널로 자신의 스쿠터를 화려하게 개조하는 사람들처럼요. 카퓌신을 화려하게 개조하고 싶었습니다. 인광성(Phosphorescent)의 핸들과 표면은 햇빛으로 충전하고, 밤에 그 에너지를 사용해 컴퓨터 화면이 내부에서 빛을 내뿜는 것처럼 디자인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혹은 패션, 어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과 패션을 본질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화가 겸 건축가인 아버지와 모험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아버지와 공업용 폐품 하치장과 물, 움직임이 있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으며 자랐죠.
‘도막(Paint-skin)’ 기법으로 특유의 볼륨감을 완성한 아티카퓌신 백.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설치미술 작품 중 하나인데, 100만 개의 유리와 철 조각으로 구성된 작품이었습니다. 어린 소녀였을 때 그 작품을 보며 “누가 이걸 여기에 두었지?” 하고 이런 물체를 만들 생각을 한 사람의 순수한 야망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식, 도막, 메탈 소재 등을 사용해 특유의 전위적인 작품이 돋보이는 아틀리에.
폐품 하치장에서 금속 소재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사람들은 제가 폐차에서 나오는 철재를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선적 컨테이너나 가스통, 망가진 트럭의 색감과 두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소재들을 스튜디오에서 정리한 후, 콜라주처럼 작업을 준비합니다. 소재를 분리하고, 재배치해 용접하고, 색깔을 입혀 디테일을 추가합니다. 참, 2009년부터는 캔버스에 페인트를 붓고, 다시 떼어내 엄청난 두께의 ‘도막(Paint-skin)’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도막 기법을 가죽 소재에 적용해 독특한 질감을 완성했다.
루이 비통 팀과 첫 만남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했습니다. 이후 다시 그들을 만났을 때, 제 앞에너무나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졌죠. ‘이 가방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한 생각이 더욱 확장됐습니다. 제 아티카퓌신의 색감과 스타일에 대한 확신이 서면서 이후에는 기능성에 초점을 뒀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의상과도 잘 어울릴 가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탈착 가능한 핸들 디자인과 파우치를 추가해 클러치백처럼 들 수 있게 말이죠.
도막 기법을 가죽 소재에 적용해 독특한 질감을 완성했다.
루이 비통의 장인들과 협업해 컨셉트를 정하고 아티스트의 작품 미학을 카퓌신 백에 담는 과정은 어땠나요
루이 비통 장인들은 ‘도막’ 효과를 매우 실험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박테리아를 이용해 소재를 녹슬게 만드는 과정을 포함했고, 분광계(Spectrometer)를 이용해 정확한 색감을 찾기 위해 스무 번 넘게 실험했습니다. 매우 세심한 과정이었고, 이 놀라운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어떻게 형태적으로 부피를 키우고 질감 처리를 할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혹은 패션, 어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