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은 Dolce&Gabbana. 타이는 Bell&Nouveau. 셔츠와 칼라 핀, 타이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NL〉 1기 크루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스탠바이〉 〈감자별 2013QR3〉 등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보여줬고요. 오랜만의 코미디 연기는 어땠나요
〈SNL〉 초창기에 많은 걸 배웠어요. 간결한 임팩트 혹은 웃음 포인트를 잡기까지 전사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다는 걸요. 이번 〈육사오(6/45)〉에서 그런 것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단순히 직감적으로 코미디를 하는 게 아니라 짜임새 있는 틀에서 코미디를 설계하고, 목표에 다다르는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 했죠.
〈육사오〉에서 북한 쪽 군사분계선으로 넘어간 로또 당첨 용지를 되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천호 역할을 맡았죠. 예고편 반응이 참 좋습니다
사실 배우 일을 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건 ‘예고편이 다’인 영화예요. 다행히 〈육사오〉 배우들은 자부하죠.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이다!
박규태 감독이 “〈공동경비구역 JSA〉 코미디 버전”이라고 소개했는데 〈공동경비구역JSA〉를 만든 박찬욱 감독과 최근 〈헤어질 결심〉을 함께했지요. 무얼 배웠나요
함께하는 매 순간이 영광이었어요. 영화다운 영화에 대한 갈증도 해소됐고요. 영화가 정해진 틀은 없지만 그럼에도 빈번하게 쓰이는 것이 꽤 있거든요.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은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죠. 카메라 구도나 컷 넘김 등을 고민하는 걸 보면서 ‘영화란 이런 거지’ 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이 다시 깨어나는 현장이어서 너무 좋았죠.
(왼쪽) 이이경이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Dior Men. 타이와 칼라 핀, 타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문석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Officine Generale. 슈즈는 Prada. 박세완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YCH. 팬츠는 Maison Marais. 슈즈는 Briana. 타이는 Bell & Nouveau. 고경표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COS. 슈즈는 Giuseppe Zanotti. 타이와 칼라 핀, 타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년 전 〈엘르〉 인터뷰로 만났을 때 “제가 늘 여리고 약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살면서 느끼는 무수한 감정에 무뎌지고 싶지 않다”고도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나요
4년 동안 큰일을 겪으며 많이 무뎌졌어요. 감정 동요가 크지 않은, 조금 무덤덤한 사람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육사오〉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웃고 싶었거든요. 웃으면서 일하고 싶었고, 내가 느끼는 즐거움을 관객도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죠.
여전히 당신을 붕괴시킬 만한 강력한 감정이 있다면
요즘은 ‘산다는 게 뭘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스스로 내린 답은 ‘책임감’이에요. 저와 연계된 무수히 많은 관계가 있잖아요? 그에 대한 책임감을 저버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싶어요. 사실 무뎌졌다는 게 제가 무채색의 사람이 됐다는 의미라기보다 조금 더 밝고 긍정적인 것을 많이 느끼는 쪽에 가까워요. 이전에는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을 많이 안고 있었어요. 지금은 달라요. 낙천적이고 밝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죠.
‘산다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어머니는 저에게 세상이었거든요. 세상이 없어지니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럼에도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많이 자문했죠. 그 과정에서 책임감을 떠올렸어요. 타인에게 피해와 걱정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나름의 극복 과정이었군요. 당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스스로 생각한 가장 큰 도전일 수도 있고요
20대 때는 모든 게 이질적이었어요. 멋 부리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 같고요. 불안했거든요. 어떤 이미지에 대한 고착 같은 것들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왜 코미디를 하지? 나는 우스워지고 싶지 않은데?’ 했던 시기도 있어요. 이게 참 웃긴 게 지나고 보니 그때 걱정했던 게 어느 순간 내 장점이 돼 있기도 하고, 당시 바랐던 것들이 참 부질없기도 하더라고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모자란 저를 써주셔서 연기자로서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그런 깨달음 덕분일까요. 2020년에 전역했는데, 장르와 역할을 안 가리게 되더라고요. 배우로서 쓰임이 있는 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시간이 흐른다는 건 저를 더 넓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일 같아요.
저도 느껴요. ‘건강하다, 나. 건강해졌다’ 그러죠.
매 순간, 바로 지금. 먼 미래의 일을 아무리 걱정해 봐야 그걸 겪는 건 ‘그 시간의 저’이지 ‘지금의 저’는 아니잖아요.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의 로또는 ‘하루하루 할당된 행복을 느끼면서 현재를 사는 것’이에요.
(왼쪽) 이이경이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Dior Men. 타이와 칼라 핀, 타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문석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Officine Generale. 슈즈는 Prada. 박세완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YCH. 팬츠는 Maison Marais. 슈즈는 Briana. 타이는 Bell & Nouveau. 고경표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COS. 슈즈는 Giuseppe Zanotti. 타이와 칼라 핀, 타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베스트는 Gucci. 셔츠와 칼라 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을 준비 중이죠. 웹 예능 〈로또왕〉에 출연했고요. 〈육사오〉가 〈사랑의 불시착〉에 로또를 결합한 듯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다 보니 타이밍이 그렇네요.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육사오〉에서 연기한 북한군 용호는 군대에서 로또를 꿈꾸는데, 실제의 이이경은 군대에서 〈아이리스〉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품었다죠. 제대하자마자 연기학원에 갔다고 들었는데 실행력이 좋은 편입니까
추진력이 좋다는 말, 많이 들어요. 뭔가를 ‘할까? 말까?’ 할 때는 무조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할 때는 되도록 안 하는 쪽을 선택하고요. 후자의 경우 이미 그 안에 불안감이 내포돼 있거든요. 20대 때는 경험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실패하더라도 경험치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예능,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죠. 특히 예능 진행자로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데, 배우와 진행자로서 조금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어디인가요
부등호로 비교는 못 하겠어요. ‘다른 요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요리에 한식, 중식, 일식이 다양하게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건 있어요. 예능 쪽에서만 콜이 온다면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을 텐데, 내년까지 작품들이 쭉 잡혀 있어요. 걱정의 시선도 있지만, 여러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위의 걱정은 예능 이미지가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인가요
그렇죠. 제가 플레이어로서 참여하는 예능은 거의 없어요. 다른 플레이어를 보는 프로그램 위주로 하고 있죠. 뭔가 선택한다는 건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한 것이라서 그것만큼은 지키고 있어요. 그리고 진행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고 할까요. 그게 연기에도 좋은 밑거름이 되더라고요. 이걸 증명하는 건 제 숙제 같아요.
연기 11년 차죠? 배우 인생의 변곡점이었다고 생각한 건 언제였나요
음…. 아직 안 왔다고 생각해요. 변곡점이라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답이 나왔을 텐데, 없는 것으로 봐서 아직 안 온 거예요. 더 가봐야 알 것 같아요.
아니요. 기다린다고 해서 오는 건 아니니까요. 온다면 자연스럽게 느낌표가 뜰 텐데, 그게 좋은 느낌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2020년에 발표한 트로트 ‘칼퇴근’이 일본에서 뒤늦게 화제가 됐습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때가 퇴근 시간일 텐데, 프리랜서인 이이경이 가장 애정하는 시간은
저의 경우 하루가 의미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결정 나요. 그 순간 마음이 행복하면 오늘 잘 살았구나 하죠. 그런 의미에서 차 안에서 보람될 때가 가장 기다려집니다.
고마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감사한데,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지다 보니 불안도 함께 오더라고요. 그런데 불안은 언제나 안고 가야 하는 것 같아요. 신인 때는 또 그때만의 불안이 있었거든요.
재킷과 베스트는 Gucci. 셔츠와 칼라 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 얼마 전에 나얼 형이랑 밥을 먹었어요. 형이 너무 열심히 사는 제 모습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카톡으로 “이경아, 인간은 행복하려고만 태어난 게 아니야. 불행하려고 태어난 것도 있어” 하더라고요. 그 말이 엄청 세게 다가왔어요.
와, 진짜 세게 다가오는 말인데요? 행복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믿는 경향이 인간에겐 있죠
맞아요. 행복만 좇아가니까 불행한 거라고. 불행한 삶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형들이 보기에도 너무 열심히 사는 이이경이군요
요즘 많이 듣는 말이에요. “너 일중독이야!” 그런데 모르겠어요. 일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지도. 그리고 이건 자랑도 뭐도 아닌데, 쉴 때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쉬는 날이 없어요, 저는(웃음).
언뜻 보면 보헤미언 느낌인데, 자세히 보면 모범생 면모가 보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데, 일하는 현장에 따라서 행동이나 목소리 데시벨이 조금씩 달라지죠. 여러 면모가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시간과 함께 잘 깎이고 깎여 멋진 모습으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이경 인생의 로또는 뭔가요
〈육사오〉 배우들이 당신을 분위기 메이커로 뽑더군요. 처음 TV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댄싱9〉에서도 당신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었어요
분위기가 가라앉는 걸 잘 못 견디는 편이에요. 그래서 분위기를 계속 띄우는데, 어떻게 보면 저도 피곤하죠. 부담도 되고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한 팀이니까. 우리 팀이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피곤함이나 부담을 이기는 거죠.
사람들이 있으면 항상 그래요. 그런데 또 혼자 있을 땐 센티한 편이에요. 명상도 많이 하고요.
이루마 음악 틀어놓고 운동하는 걸 TV에서 봤어요
뉴에이지 음악 좋아해요. 혼자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생각이 많은 게 원래의 나 같아요. 차분하고, 스스로에게 질문도 많이 던지죠. 그런데 또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너무 좋아요. 하루 일과의 시작이 지인에게 전화 걸어서 웃게 해주는 거예요. 봉사나 기부도 선한 영향력이지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육사오〉 강 대위를 통해선 어떤 웃음을 줄지 궁금하군요
제가 코믹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여기서 웃겨야지 생각하면서 연기한 적은 없어요. 진지한 캐릭터인데, 상황이 우스울 뿐이라는 마음으로 임하죠. 캐릭터를 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얼마나 많은 갈등을 이 인물이 지니고 있는가예요. 그랬을 때 강 대위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고경표가 입은 재킷과 팬츠, 슈즈는 모두 Dolce & Gabbana. 베스트는 Sandro Homme. 타이는 Bell & Nouveau. 셔츠와 칼라 핀, 타이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문석이 입은 재킷은 Sandro Homme. 톱은 Prada. 팬츠는 Real Fake Dot. 벨트는 Nouvmaree. 슈즈는 Humant. 링은 Sentiments.
하키 선수, 댄서, 리포터, 연출자, 배우…. 이력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했다고?’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길을 걸어온 건 당신의 의지였나요, 운명이 이끈 것인가요
작심삼일이라고 하나요? 저는 그런 게 없어요. 다 10년 이상씩 했어요. 다양한 직업을 거쳤지만, 크게 보면 예체능이라는 코어 안에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이 ‘바운더리 안에서 돈을 벌자’가 첫 번째였어요.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 이쪽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큼은 지켰죠. 가수로서 풍부한 감정선을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연기를 하다 보니 내 글을 써볼까가 된 거고, 그러다 보니 또 연출을 하게 됐고…. 이게 연결되고, 또 연결돼서 자연스럽게 디벨로프된 거죠. 남들이 “넌 언제 쉬냐?” 그러는데 제 기준에서는 잘 쉰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가령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다? 그럼 괜히 죄책감이 들고 그래요(웃음).
음문석이라는 배우를 대중이 각인한 건 〈열혈사제〉입니다.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떻게 남아 있나요
〈열혈사제〉 이명우 감독님과는 지금도 매일 통화해요. 은인 같은 분이기에 캡틴이라고 부르는데, 늘 이야기해요. 감독님이 불러주면 무조건 간다. 지나가는 행인 1이라도 한다. 저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돈을 벌면 ‘프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열혈사제〉 이전의 저는 아마추어였어요. 그런 저를 배우가 되게 해준 분이니 너무나 감사하죠.
〈범죄도시2〉로 1000만 관객을 만나는 건 어떤 기분입니까
모든 게 새로웠어요. 공기 흐름 자체가 달랐죠. 굉장히 짧은 순간에 뭔가 ‘확’ 했잖아요? 코로나19가 조금 풀린 시기였지만, 1000만 스코어는 상상도 못했기에 더욱 ‘어버버’했던 것 같아요. 많이들 알아봐주셔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우주의 기운이 〈범죄도시2〉를 향하는 느낌이었죠
맞아요. (손)석구도 〈나의 해방일지〉와 맞물려 큰 사랑을 받았고요. 처음 봤어요. 아이돌 팬클럽처럼 극장 앞에 몇백 명의 관객이 몰려 있는 건.
중3 때 서울로 올라왔죠. 그때의 서울과 지금의 서울은 다른가요
똑같아요. 그때도, 지금도 전쟁터 같아요. 어쩌면 더 힘든 전쟁이 됐죠. 그때는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눈에 다 보였어요. 힘든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도 했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감정 표현을 덜 하게 돼요. 제가 만나는 사람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 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려워요. 이전처럼 순수하게 접근해도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까 싶어서. 그래서 말을 줄이게 된 점도 있죠.
그럴 땐 오랜 친구가 큰 위로죠. 절친인 황치열을 주인공으로 개발 중인 음악영화 시나리오는 진전이 있나요
이미 촬영까지 마쳤어요(웃음). 30분짜리 단편인데, 보여드릴 기회를 보고 있어요.
가족. 오로지 가족. 기승전 가족. 저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고경표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COS. 슈즈는 Giuseppe Zanotti. 타이와 칼라 핀, 타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세완이 입은 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YCH. 팬츠는 Maison Marais. 슈즈는 Briana. 타이는 Bell & Nouveau. 음문석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Dior Men. 팬츠는 Officine Generale. 슈즈는 Prada. 이이경이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Dior Men. 타이와 칼라 핀, 타이핀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와 슈즈는 모두 Prada. 드레스는 Son Jung Wan. 브로치는 Bell & Nouveau.
배우 박세완을 보면 달리는 장면부터 먼저 떠오릅니다. 학교에 안 가려고 도망치던 드라마 〈땐뽀걸즈〉 도입부가 강렬했던 탓일까요
달리기를 잘 못했어요. 그때도 저는 전력을 다해 달리는데 감독님이 왜 최선을 다해 달리지 않냐고 하셨죠. 〈최종병기 앨리스〉를 촬영하면서 제대로 뛰는 법을 배웠고 지금은 달리는 게 취미가 됐어요. 답답할 때 뛰면 다른 생각이 안 들고 좋더라고요
배우 박세완과 인간 박세완을 분리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욕심 때문에 적당히 못하고 약간 과부하 상태죠. 세 작품을 서울, 부산, 광주에서 동시 촬영할 때는 휴게소에 들러 핫바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혼자 부산에서 비행기 타고 내리면 광주에서 다른 매니저분이 픽업하는 식이었죠.
처음 당신을 인식한 건 영화 〈도굴〉의 해커 혜리였어요. 발성도 안정적이고 정석 연기를 한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항상 부족한 점만 보여요. 그럼에도 조금 자신감이 붙었던 시기를 꼽으면 〈땐뽀걸즈〉 같아요. 부산 출신이다 보니 사투리로 연기하는 게 자유롭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일이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지금도 힘들 때면 그때 생각을 해요.
영화 〈오목소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적 있습니다. 그때 만든 근육이 〈육사오〉 촬영에 도움이 됐을까요
모든 현장에서 배울 점은 있지만 〈육사오〉는 선배들에게 끌려갈 수 있어서 맘이 편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구망〉은 제가 가장 선배라 반장 같은 역할을 해야 했거든요. 이번에 여러가지를 시도하면서 제대로 코미디 연기를 해볼 수 있었죠. 정말 내내 즐거웠어요.
오늘 촬영장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민철 역의 곽동연 배우도 지난해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적 있어요. 두 사람은 드라마 〈두 번은 없다〉에서 함께했죠
커플이었죠(웃음). 〈육사오〉 촬영장에서도 의지가 많이 됐어요. 처음에는 해준(곽동연) 씨가 바라보는 앞에서 천우(고경표)와 멜로를 하는 게 어색했지만요.
많은 사람이 〈육사오〉가 보여줄 한국형 코미디를 기대합니다. 박세완이 생각하는 코미디의 장르적 특별함은
좋은 코미디영화를 만나면 내가 그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고 맘껏 웃게 되잖아요. 영화 속에서 웃겼던 장면과 대사가 며칠간 계속 떠오르고,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 따라 해보기도 하고요. 그런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힘 같아요.
마침 연희는 대남 선전 방송을 하는 군인 역할이죠. 유행어를 기대해도 좋겠네요
극중에서 ‘북한 아이유’라고 묘사되긴 해요. 그런 포인트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경표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Prada. 이너 웨어로 입은 스트라이프 재킷은 Songzio. 슈즈는 Humant. 박세완이 입은 재킷과 쇼츠는 모두 Emporio Armani. 슈즈는 Jeffrey Campbell. 이어링은 Jealousy. 네크리스는 Priscaj.
행복과 위로, 고통이 그곳에 있어요. 꽃꽂이와 그림 그리기, 산책 같은 다른 취미도 시도해 봤는데, 손발 잘 맞는 배우들이 있고 배울 것도 많은 현장만큼 제 행복 수치를 높여주는 곳은 없더라고요.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야죠. 또 다른 촬영을 기다리기도 하고요. 예전에 친구가 누군가 미우면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 이해를 못 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어요. 이옥섭 감독님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운 누군가를 귀여워해보라’는 걸 보고 무릎을 쳤죠.
다양한 배우들과 로맨스 연기를 했습니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부러운 순간도 있었을까요
음, 〈육사오〉도 남북한 군인의 이야기니까 어떻게 보면 슬프고…, 제일 풋풋했던 〈땐뽀걸즈〉를 꼽을게요. 대본도 정말 귀여웠고, 둘이 손을 잡을락말락 하는 장면에서 제 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찐한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연기해 온 박세완의 10대 시절은
평범했지만 얌전하지는 않았어요. 아침에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겠다고 아예 교복을 입고 자서 아빠에게 혼나기도 하고, 이어폰 줄을 귀 뒤쪽으로 넘긴 뒤 고정해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음악을 몰래 듣기도 했죠. 급식 메뉴가 별로면 밖에서 몰래 밥도 사 먹고요. 부산 맛집 ‘가야밀면’이 학교 바로 앞이었거든요.
실제 로또 당첨 용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상황이 생긴다면, 당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분계선을 넘어갈까요
그냥 포기하고 건강하게 살 것 같습니다(웃음). 인간 박세완으로서 감수하는 것은 다 연기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니까 운동을 하고 역할에 필요하니까 기타를 배우죠. 저는 오디션에서 대게를 갖고 위협하는 장면을 연기해야 하면 실제로 대게를 사서 연습하는 쪽이에요. 교복도 하복과 동복, 일반 교복, ‘일진’ 교복을 구비해 두죠. 할 수 있는 건 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