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가 사는 '84제곱미터' 아파트 수상해서 인터뷰해 봤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욕망이라고 정당화될 수 있을까? <84제곱미터>의 세 사람.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솔직하고 단단하게, 강하늘
2025년은 이미 강하늘의 해다. <스트리밍> <야당> <당신의 맛> <오징어 게임 시즌3>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까지. 이번엔 힘겹게 장만한 아파트에서 정체불명의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벼랑 끝에 내몰리는 우성 역할을 맡았다
내가 둔한 것일 수도 있지만, 운 좋게도 내가 사는 집은 층간 소음이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 직접 연기를 하니까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더라.
84제곱미터(32평)의 공간이 주어진다면 꼭 필요한 것은
일단 푹신한 소파는 필수다. 다만 팔걸이가 딱딱하게 설치돼 있으면 안 된다. 팔걸이가 없거나 한쪽에만 얇게 설치돼야 머리를 베고 눕기 좋다. 워낙 ‘집돌이’라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 책, 이 정도만 있으면 된다.
혼자 집에 있을 땐 거실 한쪽 모서리를 계속 응시하며 멍하니 있는다고
맞다. 내가 좋아하는 모서리가 있다(웃음). 아침에 일어나서 10~20분 정도 그 모서리를 바라보는 시간이 내가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힘이 된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셔츠는 Ernest W. Baker. 팬츠와 슈즈는 Ferragamo.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우성을 연기하며 가장 감정이 격해진 순간은
코인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층간 소음까지 더해진 장면을 연기할 때. 사실 상황이 그렇게 몰고 갔을 뿐 우성이는 원래 예민하지 않은 인물이다. 감정의 진폭이 없고, 모든 걸 술렁술렁 흘러가는 대로 두는 내 기질을 연기할 때 우성에게 대입했다.
우성의 감정 흐름을 포함해 서사의 전개도 아주 빠르게 느껴지더라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 정도로 속도감 있고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다. 글만으로 이토록 치밀하게 표현한 거라면 분명 이 글에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것이 감독님 머릿속에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우성이가 하는 첫 마디부터 마지막 말까지 모두 공감되고 이해됐다.
당신을 납득시키는 이야기의 기준은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을 때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거의 없어야 한다. 여러 장르의 대본을 읽고 촬영해 보니 이제는 대본을 읽으면 촬영현장의 모습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대본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면 그게 납득 불가한 이야기라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염혜란, 서현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두 선배와 웃고 장난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웃음). 특히 현우 형님은 촬영 내내 붙어 있었다. 초 단위 시계로 재며 원 테이크로 아랫집을 뒤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완벽한 호흡을 느꼈다.
김태준 감독은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처럼 이번에도 현대인과 밀접한 요소를 스릴러 영역으로 가져왔다. 지금을 살아가는 강하늘에게 중요한 가치는
나의 행복. 어릴 때는 싫은 것도 참고 해내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온전히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진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있을 땐 스마트폰을 구석에 던져놓고 꼭 필요한 연락만 두세 시간에 한 번 정도 확인한다.
지금 이토록 달리고 있는 강하늘에게 가장 큰 숙제가 있다면
오늘 번뜩 든 생각인데, 휴식이다. 이 정도 달렸으면 진짜 쉬어야 한다. 즉흥적 성향이라 특별한 계획은 없다. 하나라도 정해두면 휴식처럼 느껴지지 않더라.

레더 재킷은 Versace.
어느덧 데뷔작 <최강! 울엄마> 이후 18년이 흘렀다. 한 아이가 성인이 될 만큼의 햇수다
실감이 안 난다. 방점을 찍으며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인지 첫 작품을 할 때의 감정이나 지금까지의 일이 가물가물하다. 망각은 생존 본능이라고도 하지 않나. 종종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그럴듯한 대답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런 답변은 또 의미 없는 것 같아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걸 택한다. 실제로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하고(웃음)!
오랜 연기 경력을 통해 배우라는 정체성이 직업을 넘어선다고 느낄 때도 있나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자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예전에는 연기는 예술이고, 예술을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더라. 연기라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당신은 말의 힘을 얼마만큼 믿나
무조건 믿는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꼭 해내야 하는 일 앞에서 ‘하면 된다’고 말하면 어떻게든 되더라. 오만한 말일 수 있지만, 스스로 계속 주입하는 편이다.
오늘 남기고 싶은 말은
<엘르> 만수무강, <엘르> 파이팅! <84제곱미터>가 두 달째 넷플릭스 1위라던데, 감사하다!

코트는 Ferragamo. 이너 웨어로 입은 원피스는 Juun. J.
가장 보통의 존재이고 싶은 염혜란
상반기 <폭싹 속았수다> 광례 역으로 또 한 번 시청자를 울렸다. 2년 전 <더 글로리 2> 현남으로 만났을 때는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는 캐릭터는 없다. 다만 연기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우려보다 잘 나왔다 싶은 장면은 있다. 한무(정해균)에게 조기를 던지는 장면인데, 처음에는 이미 거칠게 살아온 광례가 그 장면에서까지 억세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힘을 뺐다. 리허설을 본 나문희 선생님께서 “이렇게 할 거니? 더 발악해야지”라고 하셨는데, 결과물을 보고 알았다. 선생님이 또 날 가르쳐주셨다는 걸.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 부문 여자조연상을 수상했다. 백상에서만 벌써 세 번째 수상인데, 문득 ‘주연상’과 ‘조연상’의 구분이 어색하게 느껴지더라
나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조연이라고 아쉬울 것도 없다. 예전에는 막연히 주인공은 더 좋을 거라고 여겼다면, 나름 큰 역할을 맡아본 요즘은 그 자리만의 고충과 무게가 짐작된다.
하지만 <84제곱미터>에서는 주연이다(웃음). 은화는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사는 입주민 대표다. 주인공인 ‘영끌족’ 우성(강하늘)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 같은데, 이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김태준 감독의 전작이 생활 밀착형 스릴러라는 점에서 굉장히 좋았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이 선사하는 공포가 있지 않나. 은화는 어려웠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라는 게 정말 권력자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또 있더라.
아파트라는 한국적 욕망의 공간인 부녀회 회장, 동 대표 정도의 ‘빌런’을 상상했는데
은화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고 그 맹점을 잘 이용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사악하게 드러내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이 사람과 같은 편이면 좋겠다. 잘 지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은데?’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 색다른 결에 끌린 것 같다.

코트는 SRVC. 셔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검사 출신이기도 하니 한층 교묘한 ‘빌런’인 셈이다. 아파트가 배경인 만큼 촬영 공간 자체도 한정적이었겠다
난리였다(웃음)! 은화네 집은 좀 넓기라도 했지, 우성과 진호(서현우)가 더 고생했을 것이다. 스태프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복부인’이라는 용어가 존재했듯 한국 부동산 문화는 상당 부분 여성들이 주도해 왔다. 그런 욕망에 대해 새롭게 보인 부분도 있나
이쪽에 너무 관심 없이 살았나 돌아보는 측면은 있었다. 노동하지 않고, 이렇게 큰돈을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구조가 부동산 아닌가. 믿을 만한 정보만 있다면 정말 해볼 만한 투자이긴 한 것이다. 그런 사실들이 새삼 징그럽고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추구하는 가치 중 염혜란이 거리를 두는 것은
남들 좋아하는 건 나도 다 좋아하긴 하는데(웃음). 다만 유명세에 있어서는 지금 정도가 좋은 것 같긴 하다. 배우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이율배반적이겠지만 광고도 찍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오면서 더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84제곱미터(32평)가 염혜란에게 주어진다면 그 공간에 꼭 필요한 것
어디에 있든 개인 공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침범당하거나 휘둘릴 때가 있지 않나. 마음에 자질구레한 것이 없는, 깨끗한 공간이 좀 필요한 시점이다.

혜란이 입은 톱은 Ferragamo. 하늘이 입은 티셔츠는 Berluti.
티 없이 내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가 있다면
연기할 때 근접한 감정을 느끼긴 한다. 이걸 해내야 하는 것도 오직 나뿐이고, 혼자 서 있다는 생각에 가장 외롭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가장 깨끗한 순간 같다. 그러다가 도움을 받으면 행복하고.
연기를 계속할수록 사람들의 개별성과 보편성, 어떤 것에 더 공감하게 될지
양 날개 같은 요소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보편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우선적으로는 보편성을 생각하는 것 같다. 보통의 사람인 내가 이해할 수 있어야 적어도 이야기해 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접근한달까? 내 기준에서 굉장히 개별적이라고 생각했던 경우가 실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보편성의 범주에 들어오기도 하고. 좋은 연기라는 것은 결국 그 개별성까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아닐까 싶다.
<84제곱미터>가 어떤 보편의 메시지를 전하길 바라나
내가 욕망하는 것의 실체가 뭘까, 왜 우리 인생에서 ‘아파트’가 어떤 척도가 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도 하면 할수록 참 답답하긴 하지만(웃음).

재킷은 Ferragamo. 팬츠는 Cos.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초대받은 자, 서현우
<84제곱미터> 촬영은 지난여름에 끝났다고. 오늘 화보 촬영으로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난 소감은
당시를 돌아보면 정말 더웠던 게 떠오른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주민 복장으로 촬영하다 보니 촬영인 게 실감이 덜 났다. 얼마전 (강)하늘이랑 예능 프로그램 <틈만 나면> 촬영을 하며 ‘텐션’을 좀 찾은 것 같다. 일단 유재석 님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스타일링이 너무 자연스러우면 연기에 몰입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나
의상 컨셉트가 강하면 거기에 ‘의존하는 맛’이 있긴 하다. 이번에는 감독님이 원한 몸 상태가 있었고, 흉터는 물론 타투 분장도 했다.
지난 5월 소속사 ‘저스트엔터’ 배우들과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어떤 에너지를 얻었나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7년째 맡을 정도로 그동안 영화제를 사명감을 갖고 찾았다. 이번에는 그런 책임감이 즐거움으로 승화된 것 같다. 개막식 사회는 좀 긴장했는데, 객석의 설레는 에너지가 느껴져 덩달아 신나더라. 막걸리랑 음식이 맛있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한예종 연기과에 입학하기 전, 다른 학교의 영문과를 다녔다고. 문학 소년이었나
아니다. 고등학교 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진로의 방향을 잃었다. 영문학도들께는 죄송하지만 당시에는 영어 공부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영문학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일은 없었군(웃음)
영시를 낭독하거나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시간은 좋았다. 그러다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이 떠오르면서 연기학과를 준비하게 됐고.
엘리베이터에서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외모의 진호는 우성의 윗집 이웃이다. 진호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요즘 청년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이 반영된 인물이 진호라고 생각했다. 뭔가 애틋하고, 안됐고, 응원하고 싶으면서도 우성의 현실을 영화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인물.

현우가 입은 타이 셔츠는 Cos. 혜란이 입은 코트는 Ferragmo. 하늘이 입은 티셔츠는 Berluti. 셔츠는 Recto.
83년생인데 실제로 조금 더 어린 세대에게 연민을 느끼는 지점이 있나
10~20년 아래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측은지심보다 개탄스럽다는 감정에 가깝다. 서로에게 좀 현실적인 위로나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84제곱미터(32평)가 주어졌을 때 그 공간에 꼭 두고 싶은 것
안방만큼 큰 욕실에 대한 바람이 있다. 욕실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자신을 정비하는 공간이자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곳인데, 한국 주거문화에서는 그 가치가 덜 인정된 측면이 있다.
관객으로서는 <유령>과 <킬러들의 쇼핑몰> <강매강>을 봤던 2023~2024년 배우 서현우를 완전히 각인했다. 스스로 느끼는 변곡점은
대답하기 조심스럽지만 <악의 꽃>(2019) 이후 지평이 확장되긴 했다. 내가 주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준 이 작품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때는 매일 동네 호수를 하루 네 시간씩 걸었다. 운동과 대사 연습은 핑계였고, 정말 순수한 기쁨과 벅차 오름이 주체가 안 됐다. 그렇게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집에 돌아와 잠들던 그 행복한 기분이 아직도 기억난다.
한창 방영 중인 <우리영화>의 부승원은 영화제작자이고,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2022)에서는 팀장급 매니저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산업에 종사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일은 어떤가
실제와 포개지는 직업군을 연기할 때 현실적인 면을 보여줄지, 그래도 이 직업의 이상적인 지점을 보여줘야 할지 갈등이 있다. 없는 것을 만들 수는 없으니 내가 보고 느껴온 걸 표현하되, 그래도 긍정에너지를 주려고 한 것 같다. 그래야 이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 작품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지 않을까?
배우 서현우는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들으면 기쁜지
“또 보자” “또 같이 해요” 같은 말. 작품에 대한 자세와 노력, 결과 등 모든 것이 포함돼 나온 말인 것 같아 의미가 크다.
지금은 서현우에게 또 다른 변곡점이 될까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싶어 외적인 형태도 많이 바꿔보고 나를 몰아세울 때도 있는데, 요즘은 비워내고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냥 서현우 자체로 연기해도 되겠다는 걸 느끼고 있다.
<84제곱미터>에서 실제의 서현우가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면
사실 진호를 연기할 때 내 많은 면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고편을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면 배우는 감독의 세계에 초대되는 사람인 것 같다. 그 세계에 투입되면 그냥 그 자체로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거지.

하늘이 입은 티셔츠는 Berluti. 셔츠와 팬츠는 Recto. 현우가 입은 타이 셔츠는 Cos. 팬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혜란이 입은 코트와 슈즈는 Ferragamo. 이너 웨어로 입은 원피스는 Juun. J.
Credit
- 에디터 이마루·정소진
- 사진가 우상희
-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헤어스타일리스트 강지혜·가희·정선이
- 메이크업 아티스트 혜진·승윤·하영주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2025 가을 필수템 총정리
점점 짧아지는 가을, 아쉬움 없이 누리려면 체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