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락받았을 때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이탈리아 하우스의 스토리와 저의 다문화적 스타일을 융합하는 과정이 뜻깊고 흥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죠. 덕분에 협업 과정이 순조로웠어요. 디자인 팀에서도 제 비전을 근사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줬죠.
이번 컬렉션은 가족에게서 영감받아 ‘패밀리 어페어(Family Affair)’라 명명했는데,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족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한다면
저희 가족은 스타일과 취향에 대해 본능인 감각이 있고, 세대에 걸쳐 그런 감각을 계승해 왔어요.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감각이라 할 수 있죠. 이를 위크엔드 막스마라 하면 연상되는 편안하고 안락한 스타일, 여행을 떠날 때 입는 룩에 접목했어요. 어머니는 외교관이었던 조부모님을 따라 전 세계를 여행했고, 외할아버지는 항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면서 모든 것을 기록하셨죠. 그래서 다양한 장소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을 충분히 볼 수 있었어요. 특히 60~70년대, 저희 가족은 물론 사진 속 사람들의 의상에서 강렬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가족 중 영감의 원천이 된 인물은
어머니의 학창시절 사진 속 모습이 이번 컬렉션의 헤드 스카프와 미니드레스의 탄생에 영감을 주었어요. 외할머니 역시 큰 영향을 주었는데, 놀랄 만큼 우아한 분이셨어요. 서아프리카 전통의상과 유러피언 디자이너의 옷을 즐겨 입으며 항상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스타일링을 즐기셨죠. 저는 이번 컬렉션에서 그런 점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선천적이고 근사한 스타일 감각 말이죠.
화려한 컬러와 패턴이 컬렉션에서 돋보이네요
저에게 패션은 기쁨과 표현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컬러와 패턴, 진솔한 에너지로 소통할 수 있다고 믿어요. 평소 이질적인 요소의 조합을 즐기는데, 시각적 불화와 충돌은 제 스타일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이유로 이번 협업 컬렉션은 브리젯 라일리(Bridget Riley)의 옵아트(Op Art)에서 영감을 받았고, 주로 왜곡된 패턴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여성이 패밀리 어페어 컬렉션을 입고 즐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컬렉션은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특징이며 이는 우리 삶에 더 많은 빛과 즐거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패턴을 만들면서 외할머니의 오래된 사진을 찬찬히 살펴봤어요. 젊은 사람이 프린트된 옷을 청바지나 티셔츠와 매치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세련되게 나이 든 여성이 티셔츠와 청바지를 편안하게 입는 방식도 멋지다고 생각하니까요.
그중 〈엘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룩이 있다면
듀얼 패턴의 스프링 재킷을 추천하고 싶네요.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 드레스도 단숨에 ‘드레스업’해 줄 강렬한 존재감의 아우터웨어를 선호해요. 다채로운 컬러의 실크 스카프나 드레스와 매치하면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죠. 첫인상은 생경하지만 보면 볼수록 우아함이 배어나죠.
패션 비주얼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패션 잡지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고, 첫 직장인 〈보그〉의 해미시 볼스(Hamish Bowles) 밑에서 예술과 문화, 패션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방식을 터득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예술’을 창조하는 행위가 절실해지더군요. 마침 패션 에디터들이 하이패션을 기반으로 한 상업성과 예술,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운 좋게 곧장 패션 부서로 옮겨 본격적인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시인 아만다 고먼 등 아이코닉한 인물들과의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비법은
패션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실’입니다. 정직함과 인간미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연약함이 있어야 하고 매력과 환상, 재미도 있어야 해요! 이를 섬세하게 균형 잡는 행위 역시 중요하죠.
요즘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은
크리스틴 맥메너미(Kristen McMenamy)! 그녀는 나이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패션은 물론 일상의 모든 이벤트를 솔직하게 즐길 줄 아는 아이콘이죠.

플랫폼 힐. 팬데믹 탓에 하우스 슬리퍼에 익숙해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힐이 선사하는 긴장감과 근사한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어요.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 패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우리는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어요. 하지만 불확실성의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은 경이로움 아닐까요? 우리는 본 적 없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야 해요.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패션은 한층 더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팬데믹 시대에 많은 것을 배웠지만, 특히 이번 컬렉션을 만들며 느낀 점이 있다면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다는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