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에게도 프레임이 있거든요 #나는내가말해요 #우령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TAR

안내견에게도 프레임이 있거든요 #나는내가말해요 #우령

더없이 나답게, 나만의 목소리로,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유쾌한 콘텐츠로 세상에 건네는 지금의 여성 크리에이터 4인과 만났습니다. ‘우령의 유디오’의 시각장애인 허우령이 얘기하는 '나다움'에 관해 들어보지 않을래요?

전혜진 BY 전혜진 2022.03.10
 

〈우령의 유디오〉

크리에이터 허우령



구독자 수 6.72만
최고 조회 수 298만 회
콘텐츠 키워드 브이로그/안내견/ASMR
 
허우령이 입은 수트 세트업과 에코 퍼 재킷은 모두 Dint. 그래픽 티셔츠는 Weekend Maxmara. 스니커즈는 Nike. 진주 네크리스는 Vaseul.

허우령이 입은 수트 세트업과 에코 퍼 재킷은 모두 Dint. 그래픽 티셔츠는 Weekend Maxmara. 스니커즈는 Nike. 진주 네크리스는 Vaseul.

사회적 시선에 앞서 스스로 장애에 관한 편견을 가졌다고요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특수반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그들이 어떤 친구들인지 관심조차 없었어요. TV는 장애인이 불쌍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그렸고요. 그래서 시각장애를 얻은 후 1년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장애인이라는 걸 숨겼어요. 스스로 부끄러워했던 거죠. 이 생각은 중학교 방송부 활동으로 깰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대본도 잘 읽지 못하고 점자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하냐’고 말했어요. 그러다 언제까지 ‘못 한다’는 말만 해야 할까 싶었고, 결국 대본을 다 외워버렸죠. 마이크를 통해 제 목소리가 전해지고, 많은 분이 ‘우령아, 잘한다’ ‘목소리가 정말 편해’ 같은 이야기를 해주면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장애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구나. 그간 스스로를 내가 규정지었구나’라고 되뇌면서요.
 
크리에이터 활동도 ‘하고 싶은 것’의 일부죠. “스스로를 볼 수 없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찾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이 깊어요
대학교에서는 적응하기 바빠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일상이 지루하고, 삶에 대한 의욕도 사라졌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을 때 유튜브를 발견했어요. 이곳에서는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겠다는 단순 명료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목소리의 장점을 살려 ASMR이나 라디오 콘텐츠 위주로 진행하다 점점 더 많은 이와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기존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장애인의 모습이 포장되고 과장됐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와 상관없이 우령이라는 크리에이터 자체를 이해하도록 만든 영상화법이 인상적이에요
장애인이 나와는 무관한 존재라는 생각은 서로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봐요. 유튜브는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잖아요. 그 특성을 살려 재밌고 유쾌하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하나씩 꼭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이 왜 안내견을 거부하는지, 왜 거부하면 안 되는지를 교육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솔직하고 담백한 제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요. ‘시각장애인이 화장을 해?’라는 궁금증에 해명하기보다 제가 일상에서 메이크업하는 방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요. 개개인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면 시각장애인을 일반화하지 않으면서도 ‘우령이는 저런 스타일의 사람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인식 변화를 이끄는 거죠.
 
‘내가 봐도 재밌다’ 싶은 콘텐츠는
안내견 하얀이와 함께하는 일상이죠(웃음). 요즘 안내견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지만 ‘거부 사건’에 관한 뉴스나 ‘대단한 우리의 안내견 친구’ 같은 존재로만 그려져요. 안내견에게도 프레임이 있거든요. 제 채널에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하얀이가 먹고 자고 뒹굴고, 같이 산책하는 일상을 즐겁게 보여주려고 해요.
 
최근 ‘지하철에서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었죠. 모험담처럼 재밌는 요소도 있었지만 댓글들은 ‘어떤 영상이나 관련 정책보다 실질적인 걸 느낄 수 있다’고 날 선 현실을 짚더라고요
아직도 혼자 지하철을 못 타요. 연습하는 과정을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콘텐츠죠. 그 과정에서 에스컬레이터와 게이트를 찾아 헤매고, 역의 이름을 점자로 읽으려다가도 광고판에 가려 읽지 못하는 상황들, 시끄러운 역내 상황으로 안내방송도 잘 들리지 않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현실을 떠올린 것 같아요. 만약 ‘지하철 게이트 통과하기가 엄청 힘들고요. 점자가 가려지면 지하철을 못 타요’라고 설명했다면 재미없었을 거예요(웃음). 함께 느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말은
‘장애인처럼 행동하냐’는 말이요. 뭘 잘 못하면 장애인인가요? 사시인 제 오른쪽 눈을 보고 ‘내 눈이 몰릴 것 같다’거나 ‘그냥 선글라스 쓰세요’라는 비하도 하지 말았으면. 사람은 누구나 생김새도, 사는 방식도 다양하잖아요. 하얀이에게 하는 말이 더 듣기 싫어요. ‘안내견이 불쌍해’ ‘쟤네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일찍 죽는대’ 같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제 앞에서 한단 말이죠. 물론 하얀이는 귀엽고 예쁘니까 시선이 집중되는 건 이해하지만(웃음) “너무 불쌍해” “너무 기특해”라고 말할 필요가 있나요.
 
인식과 시선뿐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코로나19 이후 학습권과 수업권이 보장되지 못했어요. 청각장애 학생들도 자막 서비스나 수어가 없으니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고 해요. 국가든, 학교든 이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죠. 안내견 거부도 법적으로 솔직히 벌금이 꽤 적어요(웃음). 신고하면 공공기관에서도 ‘괜히 복잡해지니까 이번만 참고 넘어가시면 안 돼요?’ ‘시간 너무 오래 걸릴 텐데 그냥 참으세요’라고 해요. 이런 답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령만의 활기찬 에너지가 콘텐츠 곳곳에서 느껴져요.
원래 성격이기도 하고(웃음),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이 되고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래도 우령이는 우령이잖아”라고 얘기해 준 친구가 지금까지도 응원해 줘요. 특수학교 때부터 연락해 온 선생님도 늘 “너는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라고 얘기해 주시죠. 장애가 있다고 도움만 필요로 하지 말고, 나만의 방법으로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장애인을 다루는 미디어의 흐름도 점차 변화하고 있어요
느리지만 변화는 시작됐죠. 변화가 천천히 진행되더라도 정확하고 바른 인식이 구축되는 게 중요해요. 유튜브가 뉴 미디어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장애인 유튜버가 아니라 그냥 유튜버 중 한 명으로 자리하고 싶어요.
 
카메라를 고정하고 촬영하는 실내용 콘텐츠뿐 아니라, 이제 야외에서도 직접 카메라를 꺼내 들었죠
콘텐츠의 기획과 구성, 편집 구성안까지 만들지만 편집은 장애인권 동아리에서 만난 언니에게 부탁했어요. 실제 촬영은 주변 친구에게 “대충 찍어도 되니 나 좀 도와줘”라고 했고요(웃음). 하지만 이제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녀요. 초점이 맞지 않고 흔들리더라도 ‘이게 바로 제 채널이에요. 그래서 초점 안 맞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려고요(웃음).
 
20대 여성으로서 우령의 꿈은
점자로 된 ‘실버 버튼’을 받는 것. 또 오늘 〈엘르〉와 인터뷰한 것처럼 혼자 더 넓은 세상에 나가보고 싶어요. 훗날 돌아봤을 때 스스로 ‘우령아, 너 가슴 벅찬 일을 하며 참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도록요.
 
💋 #나는내가말해요 이벤트 참여하기(~3/20) 

Keyword

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김영준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소정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어시스턴트 성채은
    디자인 김희진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