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는 제 고유의 언어입니다 #나는내가말해요 #하개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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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제 고유의 언어입니다 #나는내가말해요 #하개월

더없이 나답게, 나만의 목소리로,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유쾌한 콘텐츠로 세상에 건네는 지금의 여성 크리에이터 4인과 만났습니다. ‘하개월'의 하개월이 얘기하는 '나다움'.

전혜진 BY 전혜진 2022.03.08
 

〈하개월 Hamonthly〉

크리에이터 김하정

구독자 수 1.66만
최고 조회 수 125만 회
콘텐츠 키워드 국제수화/토크/농인
 
김하정이 입은 터틀 블라우스는 Dint. 더블 버튼 팬츠는 Weekend Maxmara. 드롭 이어링은 Vaseul.

김하정이 입은 터틀 블라우스는 Dint. 더블 버튼 팬츠는 Weekend Maxmara. 드롭 이어링은 Vaseul.

2018년 유튜버 하개월의 이야기가 시작됐어요
블로그에서 ‘하개월’이란 이름으로 매일 글을 썼는데, 지인이 유튜브에 도전해 보라더군요. 처음엔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그간 미디어를 생산하는 주체는 주로 청인이었고, 지금까지 노출된 농인의 모습은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감동 포르노’를 자아내는 부정적인 이미지였죠. 이런 편견에 직접 얘기를 꺼내보고 싶었어요.
 
콘텐츠에 소리와 음악이 담기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죠
제 영상 대다수에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강제로 눈 운동을 하게 되죠(웃음). 손짓과 표정, 비언어적 요소까지 소리에 익숙하지 못한 것을 보게 될 거예요. 유튜버마다 특성은 다르잖아요. 제 채널에서는 소리 없이 사는 농인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영상의 본질을 느껴주길 바라요.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 속의 국제수화에 대한 리액션을 담은 영상이 29만 뷰를 기록했어요.
‘Permission to Dance’라는 곡이 나오기 직전 방탄소년단에 ‘입덕’했어요. 리액션 콘텐츠는 흔하지만 농인의 리액션은 없다는 생각에 촬영하기로 마음먹었죠. 공개되자마자 두근두근하며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공교롭게도 수어가 등장하더라고요! ‘춤추다’  ‘즐겁다’  ‘평화’라는 말들…. 올해 방탄소년단이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꼭 당첨돼서 ‘Permission to Dance’ 국제 수화를 함께 즐기고 싶어요(웃음).
 
스스로 농인이라지만 20대 초반까지는 수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요. 농인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청각장애인은 수어만 쓴다고 생각하지만 수어와 구화, 필담, 음성언어 등 각자에게 편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해요. 농인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자이고, 청각장애인은 청각에 장애가 있는 병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이죠. 저는 20대 초반까지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고 음성언어로 대화하며 자랐는데, 정체성에 혼란이 오더라고요. TV 속 청각장애인의 대부분은 수어를 하는데 저는 수어를 모르고, 청인처럼 완전히 들리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농대학생들이 모인 OT에 참여하게 됐는데, 대부분 음성언어와 수어를 같이 쓰거나 수어만 쓰더라고요. 몰랐던 세상에 깜짝 놀랐어요. 그곳에서는 보청기 배터리가 다 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들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꼈죠. 그때부터 저를 농인으로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에서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남보다 두 배로 더 노력해야 된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장애를 그저 우리가 지닌 특성 중 하나 정도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더군요
어머니는 장애 여부를 떠나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주셨어요.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에서 그 말이 발돋움판이 됐고요. 그 덕에 도전하고 싶은 것에 주저하지 않고 나서게 됐고, 지금 이렇게 유튜버로 활동하고 책도 출판하게 됐네요.
 
콘텐츠에 ‘여성’과 ‘농인’ ‘장애인’이라는 키워드를 균형 있게 녹이기란 어려운 작업일 것 같아요
소리가 없는 만큼 자막이나 효과에 힘을 주려 하는데 쉽지 않아요. 시청자는 수어와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여기저기 효과까지 터지면 몰입도가 떨어지고 흐름을 방해하니 최소한의 효과와 자막만 넣어요. 또 수어로 알려주는 성교육, 사회에서 받은 부당한 차별, 미혼모 등 농인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농인 사회의 규모가 작기에 여전히 당사자의 2차 가해가 우려되거든요.
 
가장 무례하게 느껴지는 말은
부득이하게 음성언어를 사용할 때면 상대방이 깜짝 놀라 “말할 줄 알면서 왜 수어를 하냐”고 물어요. 마치 수어가 음성언어보다 낮게 평가되는 느낌이랄까요. 한국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예요. 제가 수어를 쓰는 건 제 자유인데 제 언어가 왜 타인에 의해 규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죠.
 
인식뿐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도 멀게 느껴지는 부분은
한국 보청기는 겉면은 살색이고 내부는 컬러인 경우가 다수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꼭 피부색과 비슷하게 만들어 보청기를 숨기려는 것처럼 느껴지죠. 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안경을 잘만 쓰는데, 청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보청기를 끼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일이랄까요. ‘안경도 패션’이라는 말처럼 ‘보청기도 패션’이라는 말이 언젠가 유행했으면. 또 지하철이나 버스, 비행기, 택시에서는 나름대로 자막 안내를 받을 수 있는데 배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긴급재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지 상상하면 힘들어요(웃음).
 
요즘 장애인을 다루는 콘텐츠의 흐름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채널을 운영하고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멋지기도 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죠. 또 수어 배우기, 수화 노래와 관련한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고, 높은 관심에 감사하지만 농인의 삶 자체에는 주목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질 수 있도록 청인과 농인 사이를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의 의미는
당사자성을 지닌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돌아보고, 조사하고, 가꾸어 전하는 과정은 제3의 영역이기도 해요.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는 데 의미가 크죠.
 
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모두가 바라는 ‘실버 버튼’이 꿈입니다(웃음). 구독자 10만 명을 향해 부지런히 달릴 거예요. 김하정이라는 사람의 꿈은 평범하게 누군가를 만나 다 함께 수어로 수다 떨며 노는 거예요. 언젠가는 ‘평범’이라는 단어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말이죠.
 
💋 #나는내가말해요 이벤트 참여하기(~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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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김영준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소정
    메이크업 아티스트 서채원
    어시스턴트 성채은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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