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임수현 구독자 수 2.76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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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키워드 메이크업/다이어트/브이로그
임수현이 입은 러플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Dint.
뷰티는 제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안겨줬어요.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오늘은 이 모습, 내일은 저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아름다움은 내면의 영역이기도 하니, 제가 줄곧 이야기하려는 ‘나다움’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표현마다 깊이가 달라지는 다양한 레이어의 메이크업 도구처럼 우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대중에게는 2018년 ‘머슬 마니아’ 도전으로 널리 알려졌어요. 어떤 경험으로 기억되나요
무대를 내려오고 나서 ‘진작 이렇게 살아볼걸’ 하는 아쉬움을 느꼈어요. 진작 경험했다면 내게 어떤 종류의 짧은 옷이 어울리는지, 내가 워터파크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같은 삶의 선택 폭이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요. 짧은 옷을 입지 않은 건 제 모습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왜 신발의 굽 높이가 다른지 묻고, 의족에 관해 수군거리고, 수영장에 가도 딱하다는 말에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이거든요. 가족이 출전을 반대해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고, 고시원에서 지내고, 자금을 마련하려 공모전 3개에 도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대회 전날에는 후회도 했고요. 분명 상을 타지 못할 것 같은데, 장애를 이유로 대회에 도전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받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하지만 한 번도 신체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를 보여준 적이 없더라고요. 대회 이후 삶의 태도가 더 도전적으로 변했습니다. 지금도 힘들 때 그 영상을 봐요. 그때의 절실함과 열정을 상기하고 싶어서요.
학창시절에 체육시간을 온전히 즐긴 적 없다는 아쉬움과 외롭게 보낸 10대 시절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체육시간에 저는 주로 스탠드에 앉아 ‘기본 점수’를 받았어요.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죠. 20대가 되니 나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특히 에이미 멀린스의 TED 강연을 보며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보조기가 하나인데 에이미 멀린스는 다양한 의족을 갖고 있고, 영화배우와 모델이라는 직업도 가졌죠. 보조기기가 의료 영역을 넘어 미적 영역으로 기능한다는 걸 알게 됐고, 내가 경험한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새로운 세상을 직접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해준 당신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이 또한 대회 도전기예요. 촬영과 편집 과정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저만의 도전으로 만족하기보다 타인의 삶에도 임팩트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그 가치를 크게 실현한 콘텐츠죠. 당사자인 저는 물론 대다수 사람들이 장애와 관련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경험하지도 못했으니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환경이 만들어지면 함께할 수 있구나’ ‘장애 유무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구나’라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여전히 지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죠. 가장 불편하게 느껴지는 말은
장애인을 욕의 수단으로 쓰는 거요. 자신의 이름이 욕의 대명사가 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장애는 내 정체성 중 하나인데 타인의 정체성을 욕으로 소비하는 게 이해되지 않아요.
여전히 신체 장애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극복을 미담처럼 얘기합니다
극복했다는 건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란 뜻이잖아요. 극복이라기보다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능숙해진 거겠죠.
최근에는 ‘멈춘 이야기의 재시작’을 주제로 유튜브 제2막을 펼칠 것을 예고했죠. 그 여백은 어떤 시간이었는지, 다시 일상을 기록하기로 한 이유는
2017년부터 3년간 채널을 운영하며 스스로에 관한 생각이 계속 변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관점, 저라는 사람의 본질을 정리하는 데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했어요. 그 시간 동안 팀으로 세계 3대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 도전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스스로 더 괜찮은 사람이 돼야 제 이야기를 올바로 전할 수 있으니까. 올해는 크리에이터답게 그간 쌓아온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해 보려고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갖도록 하기보다 ‘나를 위한 일’로 인식하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해요. 저는 후천적 장애인이고, 국내 장애인 비율 중 90%를 차지하죠.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일이에요. 결국 나를 위한 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맥락이 만들어져야 해요.
앞으로 깊이 다뤄보고 싶은 주제나 분야가 있다면
간혹 제 머슬 마니아 도전 영상을 보고 무리하게 도전을 준비하는 분도 있는데, 대회 도전만이 자기표현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지도 몰라요. 나다움을 찾는 다양한 방법을 전하려고 해요. 깊이 다뤄보고 싶은 주제는 일과 직업이에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더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들려드릴게요
행복하게 사는 거죠. 크리에이터로서는 할머니가 돼서도 ‘건강한 할머니’로 뷰티 카테고리에서 영향력을 주고받고 싶고요(웃음). 친구 중 99.5%는 비장애인인데, 친구들이 살다가 몸과 마음의 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계속 꿈을 갖고 나아가고, 서로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조만간 제가 일을 또 한 번 크게 벌일 것 같은데요. 더 멋진 모습으로 〈엘르〉와 만나고 싶습니다.
현링의 콘텐츠는 또 다른 여성들에게 어떤 걸 전할 수 있을까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데 제 영상이 작지만 큰 영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외적 성형과 무조건적 다이어트, 타인과의 끝없는 비교가 최선의 방법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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