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된 니고의 첫 번째 쇼를 보기 위해 쇼장을 찾은 그의 친구들은 그간 음악 프로듀서뿐 아니라 베이프, 휴먼 메이드를 이끌며 쌓아온 인맥을 제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을 만들 때 함께했던 니고의 쇼를 보기 위해 퍼렐은 가족들과 쇼에 참석하는가 하면 ‘예(YE)’로 개명한 카니예 웨스트는 새로운 연인 줄리아 폭스와 함께 데님 커플 룩을 입고 쇼에 등장했다. 스트리트 신에서 부흥을 일으켰던 그의 감각이 겐조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기대되는 시점!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폰다 지오네 프라다의 쇼 공간을 ‘현실과 영화’가 넘나드는 곳으로 바꿨다. SF영화에서 나올 법한 미래적인 공간의 문에서 등장한 모델들이 ‘넷플릭스를 켰나’ 할 만큼 의심하게 만든 것. 중후한 매력의 카일 맥라클란부터 소년미를 벗은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에이사 버터필드까지 영화 속 열 명의 배우들은 런웨이에서 모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디올의 75주년을 기념해 협업으로 새로운 액세서리를 선보인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 모자 디자이너 스테판 존스와는 파리지앵 무드를 완성할 다양한 소재의 베레를, 슈즈 브랜드 버켄스탁과는 뮬과 샌들을 선보였다. 특히 버켄스탁과의 협업에서는 디올의 시그너처 컬러인 그레이에 새들 백의 상징적 요소인 버클 장식과 플라워 자수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나기 전 진행하고 있었던 루이 비통의 남성 컬렉션이 추모의 의미를 담아 회고록처럼 완성됐다. ‘집, 꿈, 소년’ 그가 항상 은유적으로 표현해 왔던 것들이 런웨이에 펼쳐진 것. 식탁 앞에 앉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빨간 지붕의 집, 포근한 침대 사이로 스트리트 댄서들이 천진하게 뛰어놀고 그 사이로 버질이 남긴 옷과 팀원들이 완성한 룩이 펼쳐졌다. 순수한 소년의 룩부터 천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새하얀 룩까지 초대장에 쓰여진 “유머는 인류애를 위한 시작점”이라는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