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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의 미학을 디저트 예술로 구현한 셰프 이야기

달콤한 예술의 끝은 어디일까. 루이 비통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 막심 프레데릭과 함께 그 비밀스러운 미식 지도를 펼쳐보았다.

프로필 by 이경진 2026.02.18

“저는 5대째 가업을 잇는 가족 농장에서 자랐어요.” 프랑스 노르망디의 푸른 농장에서 할머니와 함께 케이크를 굽던 소년은 이제 세계를 유람하며 달콤한 기쁨을 전하는 페이스트리 거장이 됐다. 루이 비통 하우스의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인 그는 루이 비통 가죽 공방에서 느낀 ‘손의 예술’을 디저트라는 매개체로 완벽하게 치환해 낸다.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문을 연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에서는 한국의 쌀과 딸기, 후추를 프랑스의 전통 제과 기법과 결합해, 하우스가 상징하는 장인 정신의 본질을 좇는다.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 막심 프레데릭.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 막심 프레데릭.

밀란 몬테나폴리오네 거리의 루이 비통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당신의 디저트를 맛본 적 있어요. 입 안 가득 찼던 행복한 맛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신에게 훌륭한 디저트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과 미식의 순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해요.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죠. 루이 비통의 노하우를 전하는 동시에 소박하면서도 풍미 가득한 순간을 나누기 위해 노력합니다. 루이 비통의 모든 디저트에는 수공예 기술과 원재료의 예술이 담겨 있어요. 저의 목표는 항상 미각에 인간적인 차원을 담아내는 겁니다.


루이 비통의 요리 총괄 셰프인 아르노 동켈레(Arnaud Donckele)와 함께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 초콜릿 숍인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카페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이 커뮤니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인간적인 자질입니다. 요리 총괄 셰프인 아르노 동켈레와 저는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에게 장인 정신을 전수하는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모든 구성원을 교육하고 감각을 열어주며, 어느 도시의 매장이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루이 비통 컬리너리 공간은 각기 다른 개성과 상징으로 이어지는 요소를 담고 있으며, 놀라운 세계관을 만들어냅니다. 이 행복한 조화가 제게는 큰 기쁨이에요. 모든 장소가 저를 설레게 합니다. 저에게 이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모험이에요.


막심 프레데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아래 탄생한 페이스트리는 '르 카페 루이 비통'과 초콜릿 숍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에서 만날 수 있다.

막심 프레데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아래 탄생한 페이스트리는 '르 카페 루이 비통'과 초콜릿 숍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에서 만날 수 있다.

르 카페 루이 비통과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의 메뉴를 위해 서울이라는 도시 특유의 감성 그리고 루이 비통의 프렌치 미학을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접시 위에서 결합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각 창작물마다 프랑스 장인 정신을 담아내고, 고객에게 ‘가장 프랑스적인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작은 터치를 더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원재료를 활용한 것처럼요. 한국은 지금 딸기가 제철이죠. 여기에 한국적 향신료를 비롯해 감귤류 등 다른 가능성도 십분 활용했습니다. 우리 페이스트리의 고유성뿐 아니라 서울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대해 현지 셰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어요. 그렇게 얻은 요소를 프랑스의 노하우와 결합해 조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특히 초콜릿 숍에서 맛본 구운 쌀 맛이 나던 초콜릿은 한국인의 감성을 정확히 조준했어요. 전 세계 프로젝트에 로컬 감수성이 담긴 디테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어릴 때부터 이런 직업을 꿈꿔왔습니다. 농장에서 자랐거든요. 늘 할머니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었죠.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경험한 기쁨을 많은 사람에게 드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제과와 제빵, 쇼콜라티에의 길을 선택한 본질은 바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일에는 항상 나눔과 즐거움이 있고, 그것이 제 직업의 본질이거든요. 도시에 맞춰 새로운 메뉴, 나눌 만한 즐거움을 찾는 게 저에게는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서울, 한국의 맛에 맞추는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저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어요.


모노그램 등 하우스의 상징적 요소를 다채로운 페이스트리로 구현하는 스토리텔링도 인상적입니다. 하우스의 예술적 요소를 당신의 작업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어떤 철학적 공통점을 발견했나요

(자신의 페이스트리 북 속에 있는 농장 사진을 보여주며) 이 책을 보여드릴게요. 여긴 제 가족이고, 이곳은 제가 자란 노르망디의 농장입니다. 큰누나 노에미(Nomie)는 농부입니다. 가족 농장을 물려받아 5대째 농사를 이어가고 있죠. 루이 비통의 아니에르(Asnires) 공방을 방문해 루이 비통의 역사와 아카이브로 깊이 들어갔을 때 저의 가족과 똑같은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코드들이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죠. ‘손의 예술’과 ‘원재료의 예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족 정신, 각 세대가 가족의 집(메종)에 자신만의 개성과 색을 더해간다는 점까지. 이런 시간의 축적이 결국 루이 비통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루이 비통 역사가 저를 감동시키는 지점이에요.


훌륭한 디저트는 감정으로 음미하게 됩니다. 소설이나 시처럼요. 페이스트리 작업은 사람의 손을 통해 누군가의 감정을 만드는 일 같아요. 당신의 작업에서도 재료를 맛의 요소가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로 해석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저는 원재료 뒤에 숨겨진 ‘사람’을 봅니다. 제 영감의 원천이죠. 저에게 신뢰를 주고, 제가 하는 일을 지탱해 주는 이들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사용하는 헤이즐넛은 제 가족 농장에서 재배한 것이고, 우유와 버터를 만드는 분들도 제가 잘 아는 생산자들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페이스트리 재료를 만들어주죠. 헤이즐넛과 카카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초콜릿은 단순한 초콜릿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네요. 우리는 루이 비통에서 원재료를 고민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원료와 그 뒤의 사람들을 선택합니다. 루이 비통이 최고의 가죽, 최고의 원단을 선택하듯, 저도 페이스트리와 초콜릿 숍의 재료 선택도 동일한 철학으로 선택합니다. 루이 비통의 모든 초콜릿은 이런 원재료로 프랑스에서 제작해 서울까지 공수됩니다. 이 모든 원재료와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 마음이 초콜릿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인간적인 차원과 감수성이 담겨 있지 않다면 결코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감동은 행복을 만들고, 그 행복은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아요. 저는 맛을 넘어 ‘기억’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고구마 페튤라'를 비롯해 프랑스 전통에 한국적 코드를 더한 메뉴가 백미인 르 카페 루이 비통.

'고구마 페튤라'를 비롯해 프랑스 전통에 한국적 코드를 더한 메뉴가 백미인 르 카페 루이 비통.

루이 비통과 함께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매일 보람을 느낍니다. 어제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시절부터 해온 모든 작업이 서울까지 이어져 왔다는 걸 실감하면서 벅찼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초콜릿 숍을 보고, 이런 모습의 카페를 보고, 위층의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을 보고, 이 공간을 살아 숨 쉬게 만들어줄 스태프를 만나 그 분들을 안내하고, 함께 초콜릿을 맛보는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어제도 초콜릿 테이스팅을 했고, 오늘도 12시에 다시 테이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이런 모든 순간이 앞으로도 마음 깊이 새겨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겠죠.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요

꿈꾸게 하는 도시랄까요.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한국인입니다. 파리에서 6년 동안 함께 일하며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죠. 그래서인지 오기 전부터 이미 한국을 잘 알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와보니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럽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이 펼쳐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 숨은 달콤한 도피처, 르 카페 루이 비통.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에 숨은 달콤한 도피처, 르 카페 루이 비통.

서울 고객들에게 ‘이것은 꼭 맛봐야 한다’며 추천하고 싶은 페이스트리가 있다면

그 질문은 제 아이 중 한 명을 고르라는 것과 같아요(웃음). 시계탑 모티프의 ‘비비엔’ 초콜릿처럼 상징적인 작품도 있지만, 저는 단순한 프랄린 한 스푼이나 헤이즐넛 한 알에도 동일한 감수성을 담습니다. 굳이 한 가지 말한다면 ‘그것을 맛본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초콜릿’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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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가 맹민화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