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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부터 버터 떡까지, K-디저트는 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디저트 유행의 단맛, 그 달콤하지만 자극적인 것에 관하여.

프로필 by 박찬 2026.04.13

“인스타를 너무 오랜만에 열어서 트렌드를 잘 모르겠네요. 우선 최신 유행 탕후루 먹어봤습니다.” 최근 래퍼 우원재가 탕후루를 들고 올린 SNS 게시물이 화제였다. 화제가 된 이유는 ‘최신 유행’을 말하며 약 2년 전 유행한 디저트 탕후루를 꺼냈다는 점이다. SNS 내에서 디저트 유행을 좇아가는 이들, 그리고 그 문화적 현상을 비틀어버린, 영민한 풍자였다. 이렇듯 한국 디저트 음식의 유행을 꼬집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건 유행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매스컴이 소비자에게 유행 음식을 세뇌시켜 잠식하게 만든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지난 탕후루, 두쫀쿠, 그리고 가장 최신 유행 디저트 음식인 버터 떡까지. 세 글자가 반복되는 걸 보면 디저트 음식에는 어떤 유행 혹은 바이럴의 법칙 같은 게 있는지 체감할 정도다. 짧고, 낯설고, 금방 입에 붙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버터 떡. 중국 상하이의 전통 간식 ‘황요우니엔까오’에서 출발했다. // Chat GPT

버터 떡. 중국 상하이의 전통 간식 ‘황요우니엔까오’에서 출발했다. // Chat GPT


그중에서도 버터 떡은 최근 가장 뜨겁고도 신선한 디저트다. 중국 상하이의 전통 간식 ‘황요우니엔까오(黄油年糕)’에서 출발한 버터 떡은 찹쌀 반죽에 버터를 더해 구워내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두쫀쿠가 그랬듯, 바삭하고, 쫀득하고, 한 번에 이해되는 식감이다.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빠르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비슷한 메뉴를 내놓고, 베이커리는 이름을 바꿔 변주한다. 편의점까지 합류했다. 한때 개인 카페에서 시작된 메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어디에서나 비슷한 형태로 팔린다. 버터 떡은 그렇게 유행이 됐다. 검색량이 치솟고, 해시태그가 쌓이고,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영화관까지 빠르게 상품화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버터 떡이 들어선 달, 인스타그램 관련 게시물이 2만 건을 넘겼다. 유통업계는 곧바로 유사 상품을 내놓으며 반응했다. 이미 한 차례 두바이 초콜릿 쿠키, 이른바 ‘두쫀쿠’ 열풍을 지켜본 뒤였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 보다 누가 먼저 파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장, 그것이 지금의 한국 디저트 시장인 셈이다.


그 결과 유행은 달콤하지만, 구조는 꽤 가혹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탕후루다. 한때 국내 주요 브랜드 매장 수가 500곳을 넘겼다가 1년 만에 150곳 안팎으로 줄었다는 수치는, 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또 빠르게 식는지를 보여준다. 열풍이 꺼질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점포와 자영업자들이다. 디저트는 한동안 가장 가벼운 소비처럼 보였지만, 공급자에게는 결코 가벼운 산업이 아니었다. 유행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재고, 임대료, 인건비, 레시피 전환 비용은 더 무거워진다. 한국의 디저트 산업을 이야기할 때 “핫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이유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건, 이 유행의 주인공들이 대개 한국이 처음 만든 메뉴는 아니라는 점이다. 버터 떡은 상하이 간식에서 왔고, 소금빵은 일본의 시오빵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원형을 복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더 강한 버터 향, 더 선명한 식감, 더 많은 필링, 더 즉각적으로 사진이 잘 나오는 외형, 더 촘촘한 카페 동선과 브랜드 연출을 덧입힌다. 그러면 그 음식은 원산지의 디저트가 아니라 한국식 디저트가 된다. 익숙한 외래종이 한국의 소비 환경 안에서 전혀 다른 속도로 번식하는 셈이다.


약 2년 전 유행한 탕후루. // Getty Images

약 2년 전 유행한 탕후루. // Getty Images


소금빵이 좋은 예다. 최근 미국 매체들은 소금빵을 ‘일본에서 시작됐지만 한국 카페 문화가 세계적 인지도를 키운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터(Eater)>는 소금빵이 이제 크루아상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고 짚었고, <푸드 앤 와인>은 일본에서 시작된 이 빵이 한국에서 카페 문화의 중심 품목으로 자리 잡은 뒤 미국 베이커리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들도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바이럴 된 빵”이라는 식으로 소개했다. 원조와 유행의 중심이 다른 시대, 한국은 그 사이를 번역하는 나라가 된 셈이다.


이쯤 되면 한국 디저트 산업의 경쟁력은 ‘창조’보다 ‘재창조’라는 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정확히는, 번역과 편집과 증폭의 능력이다. 다른 지역의 음식을 들여와 한국식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을 다시 세계 시장에 내보내는 일. 그래서 오늘의 한국 디저트는 로컬 산업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미디어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동시에 그것을 업로드하고, 저장하고, 따라 만들고, 다시 수출한다. 디저트는 접시 위에만 놓이지 않는다. 릴스와 쇼츠, 틱톡 안에서 두 번째 생애를 얻는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금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디저트를 ‘양의 논리’로 키워왔다. 더 큰 필링, 더 강한 식감, 더 높은 당도,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큰 이슈성. 그러나 앞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많이, 빨리, 남들과 함께”가 아니라 “조금, 정확히, 나답게”가 된다면, 지금의 디저트 산업은 다른 설계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의 디저트 유행은 대부분 과잉의 미학에 기대고 있다. 바삭함과 쫀득함과 버터 향과 인증 욕구를 모두 동시에 안겨야 한다. 하지만 식욕을 둘러싼 세계적 환경이 바뀌면, 이 공식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최근 미국에서는 예상과 다른 장면이 나타났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체 식사량은 줄었지만, 프리미엄 초콜릿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식단을 관리하는 대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프리미엄 디저트를 선택하는 소비가 증가했다. 단맛 하나에도 건강, 취향 등을 고려한 개인의 선택이 중요해진 시대라는 방증이다.


일본 시오빵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식 디저트로 새롭게 자리잡은 소금빵. // Chat GPT

일본 시오빵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식 디저트로 새롭게 자리잡은 소금빵. // Chat GPT


그래서 최근의 버터 떡을 보며 정말 궁금해지는 건, 맛의 미래가 아닌 소비의 미래다. 과연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디저트 유행을 소비할 수 있을까. 한국의 디저트 시장은 놀라울 만큼 민첩하고 창의적이다. 외래의 디저트를 자기 식으로 번안하고, 그것을 다시 세계가 주목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그런데 그 힘이 늘 과속의 형태로만 발휘되어야 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시장은 디저트를 사랑해서라기보다, 디저트를 통해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더 크게 자극한다. 우리는 달콤함을 먹는 동시에, 놓치면 안 된다는 조바심도 함께 먹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디저트는 자꾸만 우리를 설득한다. 지금 이걸 먹지 않으면 재미를 놓친다고, 오늘 이 줄에 서지 않으면 감각이 늦는다고, 이 메뉴를 알아야만 지금의 대화에 낄 수 있다고. 물론 그 설득은 여태껏 꽤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계속 새로운 단맛 앞으로 걸어간다. 다만 이제는 한 번쯤 물어볼 때도 됐다. 정말 배가 고파서였는지, 아니면 유행이 우리를 그렇게 몰아갔는지.


이렇듯 한국의 디저트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른 나라의 음식은 한국에 들어와 또 다른 얼굴을 얻고, 그 얼굴은 다시 해외로 나갈 것이다. 장면 자체는 꽤 흥미롭고, 때로는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다만 산업이 오래가려면 유행만 남아서는 안 된다. 남는 가게가 있어야 하고, 남는 취향이 있어야 하고, 남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한입 먹고 끝나는 화제 말고, 다시 찾게 되는 맛 말이다. 한국 디저트 시장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이제는 바이럴의 언어만이 아니라 ‘지속의 언어’도 배워야 한다. 버터 떡의 후임이 될 다음 디저트는 아마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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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찬
  • 사진 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