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과 뉴욕의 스타 셰프가 재해석한 갈비양념은 어떤 맛일까
뉴욕의 미쉐린 2스타 아토믹스를 통해 한식의 미학을 새로 쓴 박정현(JP) 셰프가 서울에서 루이 비통과 함께 특별한 미식의 장을 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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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피 앳 루이 비통의 셰프 박정현.
많은 럭셔리 하우스가 F&B로 영역을 확장하는 요즘입니다. 루이 비통의 컬리너리 미학을 한국적 맥락으로 풀어내는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이 차별점으로 삼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요
루이 비통은 전 세계인이 선망하는 상징적 브랜드입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카페나 다이닝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투영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저는 결국 ‘메뉴의 퀄리티’라는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요. 루이 비통이 아르노 동켈레나 막심 프레데릭 같은 거장들과 협업하는 행보는 단순히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포토제닉함을 넘어 ‘진정으로 맛있는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충성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다가옵니다. 그 진정성을 서울 프로젝트에도 고스란히 녹여내려 했습니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과 글로벌 브랜드의 미식 비전을 구현하는 일은 확연히 결이 다른 작업입니다. 이번 협업의 핵심가치를 어디에 두었는지
중심에 둔 키워드는 ‘서울’과 ‘여행’입니다. 뉴욕의 아토믹스가 그 도시의 로컬 식재료와 문화를 반영해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을 선보인다면, 이곳 서울에서는 ‘서울이란 어떤 도시인가’에 대한 고민이 메뉴에 투영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루이 비통은 여행이라는 가치를 근간으로 성장해 온 역사적인 하우스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서울을 기억할 때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인 단편으로 남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간장게장, 계란찜, 순두부 찌개…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 할 법한 음식을 모티프로 삼은 점이 인상적입니다
김, 고추장, 갈비양념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을 메뉴의 핵심 요소로 적극 활용하면서도 이 요소를 ‘글로벌한 감각과 언어’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해외에서 다이닝 경험을 많이 한 분들 혹은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이곳 음식을 접했을 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세련된 틀 안에서 한국적인 풍미의 정수를 발견하길 바랐습니다.
전 세계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이끄는 요리 총괄 셰프 아르노 동켈레와의 교감으로 얻은 특별한 영감도 있을까요? 선보일 코스와 관련해 아르노 동켈레가 강조한 디렉션이 있다면
아르노 셰프는 제 역량을 신뢰하며 많은 부분을 일임해 줬어요. “잘할 테니 믿고 맡긴다”는 격려 덕분에 창의적인 시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르노 동켈레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바로 ‘소스’입니다. 프랑스 요리의 정수인 소스에 대한 그의 철학이 이번 메뉴에도 깊이 반영돼 있습니다. 한국의 식문화는 대개 소스 드라이브라기보다 밥과 함께 먹는 컨디먼트(Condiment)나 반찬 위주죠. 제이피 앳 루이 비통에서는 소스 위주의 서비스를 강화해 한국적인 맛을 소스 형태로 어떻게 우아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루이 비통의 여행 예술과 장인 정신, 컬리너리 미학을 한국적 맥락으로 풀어낸 제이피 앳 루이 비통.
지금 서울에는 훌륭한 한식 다이닝이 많습니다.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의 한 끗은
맞습니다. 밍글스, 모수, 솔밤처럼 한식을 멋지게 표현하는 레스토랑이 이미 존재하죠. 저희는 그들과는 다르게 ‘유러피언적인 터치’가 가미된 세련된 균형을 추구합니다. 코스를 경험할 때 한식 맛이 강조되거나 강요되기보다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아토믹스와 루이 비통이라는 두 브랜드가 만나 서울이라는 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일이기에,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크래프츠맨십(Craftsmanship)’에도 공을 들였다고 들었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뛰어난 장인 정신을 가진 작가가 많습니다. 아토믹스에서 한국 작가들의 기물을 전량 사용하고 있듯, 이곳에서도 훌륭한 도자기와 공예품을 코스 전반에 등장시켜 미학적 깊이를 더했어요.
당신의 뉴욕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서사의 힘이 강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도 그런 내러티브를 설계했나요
아토믹스는 메뉴 카드나 젓가락을 고르는 순서 등 경험적인 장치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파워에 집중합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교한 서비스 매뉴얼이에요. 고객에게는 특별한 응대 모멘트를 선사하고, 함께 일하는 크루에게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뉴욕 아토믹스에서 보여준 ‘뉴 코리언’의 문법이 서울에서는 어떻게 변주되나요
속도감과 깊이감의 변주를 시도했습니다. 뉴욕에서 전달하려 했던 한식이 장(醬)이나 오랜 발효를 통한 깊은 맛에 집중했다면, 서울에서는 최상의 로컬 식재료와 제철의 신선함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합니다. 저도, 루이 비통도 같은 것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이 아토믹스와 완전히 구별되는 레스토랑으로 소비되길 원했어요. 아토믹스에서 주로 무언가를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면, 이곳에서는 조금씩 더하는 터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 경험하며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메뉴나 특별히 신경 쓴 순서가 있다면
아뮤즈 부쉬로 제공되는 푸아그라 카푸치노는 미국에서 대중적인 한식인 순두부찌개를 재해석해 푸아그라 폼과 해산물을 곁들입니다. ‘글로벌한 언어로 표현된 한식 파인 다이닝’이라는 이번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많은 셰프들이 한식의 다음 챕터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한국의 맛’이 무엇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저도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슴슴한 나물 같은 맛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싶다가도 역시 한국에서는 매운맛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곤 하죠. 청국장처럼 특유의 향이 강한 요리가 의외로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합니다. 한식의 특성을 유지하거나 변주하면서 소통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업으로 또 다른 표현을 보여줌으로써 제이피 앳 루이 비통이 한식 신 안에서 하나의 다리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어요. 이렇듯 한식 셰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 한식이라는 큰 그림의 퍼즐이 완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가 맹민화·박나희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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