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체크 패턴의 재킷은 Recto. 파스텔컬러의 니트 베스트는 모두 Ganni.
2021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덕〉은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다. 언제 기획했나
‘사건(버닝썬)’이 터졌던 2019년 3월, 한 달 정도 있다가 착수했다.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기획과 촬영, 구성을 빠르게 진행해야 했다. 촬영이 마무리된 것은 올해 봄. 총 12명의 팬을 만났고, 그중 10명의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실렸다.
지원사업에 지원하던 당시, 영화를 어떻게 소개했나
당시에는 팬덤보다 우리 사회의 ‘우상화(Idolizing)’에 대해 생각했다. 정준영을 여전히 지지하는 팬들과 ‘박사모’가 중첩돼 보였거든. 영화를 만들며 무작정 시선을 넓힌다고 이야기가 확장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건드릴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팬덤, 즉 우리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빠들’이 범죄자가 되는 현상을 여성 팬이 직접 필름으로 남겼다는 것도 〈성덕〉의 의미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정준영과 같은 방송에 출연했을 정도로 ‘성덕’이었던 본인의 이야기를 희화화했지만 실은 상처이기도 할 텐데
관객 반응을 보며 이게 공동의 경험이라는 것을 느꼈다. GV 때도 누군가 “제가 누구 팬이었는데요”라면 객석에서 탄식이 일었다. ‘덕질’하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다닐 때나 일상에서 조금씩 무시받는 경험을 하기 마련인데. 그런데 팬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지금의 젊은 여성층에게 ‘덕질’ 자체가 큰 취미이자 문화다. 거듭되는 애정 과 기대가 실망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깝지는 않은지
어떤 것이든 영원히 함께하거나 좋아할 수 없다. 비록 계기가 범죄 때문이라는 것은 충격적이고 실망스럽지만, 내 어떤 시절이 누군가로 인해 행복했거나 좋은 영향을 받았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나 또한 청소년기에 그를 열렬히 좋아했기에 영향을 받았다.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
당시 사건을 알렸던 박효실 기자를 만나 비난 댓글을 단 것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도 있다. 본인이 가해자인 순간을 다루는 걸 보고 용기 있다고 느꼈다
범죄로 상처 입은 사람 모두 어느 정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었고, 뉴스를 보자마자 곧바로 수긍하기 어려웠다. 피해자를 향한 약간의 의심,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의심. 그런 면에서 우리 또한 가해자였고,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사실 연락하는 걸 오래 고민했다. 영화를 위한 장치처럼 보일 수도 있고, 괜히 안 좋은 기억을 헤집는 건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그분은 정말 좋은 어른이었다.
현재 영화과에 재학 중이고 입봉도 했으니 영화 덕후로서도 ‘성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을 꿈꿀 때 첫 작품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것 같다
정말 못했다(웃음). 실제로 코미디에 관심이 없기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는 결이 다른 웃긴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도 괴리를 느꼈다. 다만 내가 너무 분노하고 상처받았을지언정 이 영화는 울면 안 된다는 것. 웃겨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영화는 극이든 다큐멘터리이든 타인의 삶,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족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지금 사회가 잘 드러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아, 갑자기 영화 이야기를 하려니 너무 부담스럽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