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스마트폰은 ‘예쁜 쓰레기’라는 별명이 있는 블랙베리였다. 남들이랑 다른 게 좋았다. 이 예쁜 핸드폰은 기능이랄 게 거의 없었고, 당시 카카오톡이 자리 잡아갈 무렵 이를 다운받을 수 없는 유일한 스마트폰이었다. 웬만한 애플리케이션이 안드로이드, IOS 모두 지원했지만, 블랙베리가 늘 마지막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핸드폰 침수 사태가 벌어졌고 몇 안 되는 블랙베리 서비스 센터를 굽이굽이 찾아가서 들은 소리는 가관이었다. “수리비 100만 원이요. 그냥 새로 하나 사세요” 10년 전에는 통신사를 바꾸면 핸드폰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었고, 그렇게 값싸게 살 수 있었던 게 갤럭시였다. 갤럭시를 처음 쓰고 난 뒤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런 게 진짜로 스마트한 스마트폰이구나’. 모든 게 빨랐다. 정확했다. 편리했다.
안드로이드를 쓰는 일은 자주 곤욕스럽다. 나는 종종 ‘아이폰 쓰게 생겼는데, 갤럭시 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갤럭시는 천박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영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면서 아주 가까운 사람들 중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맥북과 아이맥을 10년 전부터 썼지만, 핸드폰은 갤럭시를 고집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웬만한 업무처리를 핸드폰으로 다 할 수 있다 2 액정이 잘 안 깨진다
안드로이드는 쉽게 말하면 바탕화면이 두개다. 핸드폰 용량이 가볍게 1TB라 애플리케이션을 이것저것 깔아 놓고, 자주 쓰는 것만 메인 바탕화면에 꺼내둘 수 있다. 또 유튜브를 보면서 뭔가를 검색할 수 있고, 삼성페이 하나면 지갑도 필요 없다. 워드, PPT, 엑셀 등 업무할 때 자주 쓰는 윈도우 기반의 프로그램들을 수정하고, 저장할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하다.
아이폰 12가 출시되었고, 일주일간 사용해볼 기회가 생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안드로이드와 IOS는 굉장히 닮았다. 앱 보관함, 위젯 등이 그렇다. 그런데 디테일이 달랐다. 음성 인식을 할 때 나오는 소리나 화면과 화면을 전환할 때의 무브먼트까지 사용자를 기분 좋게 배려했다. ‘애플 감성’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였다. 또 제품력도 그렇다. 베젤은 더 얇아지고, 화면은 더 커졌다. 세라믹 실드를 사용해서, 전보다 4배 더 튼튼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애플이 직접 설계한 ‘A14 바이오닉’ 덕분에 성능이 80% 증가하고, 연산 능력이 확실히 빨라졌다.
10년은 긴 시간이다. 다른 운영체제를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2020년에 만난 아이폰12는 세련된 디자인부터 편리한 인터페이스 설계, 독보적인 기술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애플을 선택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아이폰12는 갤럭시만 써왔던 나를 또 한 번 감동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