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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엔 이런 프로그램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프로그램들이 가진 공통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1)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급을 매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런 외국인 출연 프로에서 중국계 영국인이나 미국인을 본 적 있는지. 고향 친구를 초청해서 한국을 여행하는 방글라데시 외국인 노동자를 본 적 있는지.
나는 종종 출연 요청을 받는다.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거절하면 꼭 다시 묻는다. “혹시 추천할 만한 외국인 친구가 있어요?” 한번은 대학원 반 친구 중에 한국에 사는 베트남 여성을 추천한 적이 있다.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해서 보내줬더니 “혹시 다른 외국인은…”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TV에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주로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진다. 한 축의 ‘외국인’은 새롭고 밝고 긍정적이고 재미있고, 지적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다른 축의 ‘외국인’은 한국 사회 적응, 갈등, 고난의 과정을 보여주며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2) 100% 사실이 아니다. 그저 대본일 뿐이다
」문제는 많은 시청자가 외국인을 알아갈 기회가 이런 종류의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으로 한정되어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외국인의 현실과는 무관하다. 한국인 PD가 상상하는 외국인에 대한 입장과 관점을 드러낼 뿐이다.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외국인이라면 이렇게 행동하고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낭만적인 판타지가 대본에 드러나고, 출연자들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대중이 가지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여지가 크고,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
한번은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요청을 받아 사전 미팅에 참석한 적이 있다. 기자로서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지 물어봐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차별금지법과 자살 문제에 관해 관심 갖고 있다고. (현재 나의 관심이 K-음식이나 K-팝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해당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나는 맞지 않았다. 물론 그 후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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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뽕
」4) 열등의식
」외국인 출연 예능프로그램은 과연 재미있는 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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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9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