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질 좋은 구두의 시작은 라스트에서 출발한다

진짜 구두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디자인보다 ‘라스트’를 먼저 확인한다. 질 좋은 구두의 시작은 라스트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프로필 by ELLE 2010.09.13


좋은 구두를 선별하기 위해선 몇 가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얼마나 질 좋은 가죽을 사용했는지, 박음질은 튼튼한지, 어떤 제작 공법으로 만들어졌는지, 내 발에는 얼마나 편한지 등등. 하지만 좋은 감식안을 지닌 사람이라도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슈즈의 라스트다. ‘라스트(Last)’란 신발을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혹은 플라스틱)로 만든 외형으로 신발의 모양과 사이즈를 결정 짓는 핵심 요소다. 정밀하고 세밀하게 그려진 패턴이 있어야 몸에 잘 맞는 수트가 탄생하듯 슈즈의 성격 역시 라스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전통적인 라스트 제조 방법은 통나무를 발의 치수에 맞게 일일이 칼로 깎아 만드는 것이다. 비스포크 슈즈를 만드는 장인들 사이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의 힘으로 라스트를 만들 수 있어야 비로소 구두 장인으로 인정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라스트 제조 기술이 일종의 ‘장인 기능 시험’인 셈. 라스트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원하는 구두를 찾는 건 한결 수월해진다. 브랜드마다 기본이 되는 라스트를 중심으로 조금씩 디자인을 변형해 새로운 구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라스트의 구두를 찾았다면 같은 라스트 안에서 다르게 디자인되는 구두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는 소리다. 한 인터넷 클래식 패션 동호회에선 브랜드별 고유의 라스트를 세세하게 비교, 분석해 각 구두가 가진 특징들을 논하기도 한다. 이제 막 구두의 세계에 입문한 초보자라면 이제는 라스트가 선사하는 구두의 진짜 매력에 빠질 차례다.


존 롭의 라스트 제조 과정


크로캣 앤 존스의 라스트.


SEVEN LAST
일곱 가지 슈 메이커 브랜드들이 대표적인 라스트를 사용한 모델을 소개한다.

1 벨루티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모델인 디메저 컬렉션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디메저 인시전 슈즈.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답게 날렵하고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라스트가 우아함을 강조한다.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팁이 아닌 사선으로 라인이 들어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2백65만원
벨루티
2
 아.테스토니의 H 라스트 슈즈는 발등이 높고 발볼이 넓은 한국인을 위해 정형외과 의사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만든 특별한 모델이다. 무엇보다 발에 감기는 듯한 ‘오묘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한 번만 신어봐도 H 라스트 슈즈의 진가를 단번에 경험할 수 있다. 1백37만5천원 아.테스토니
3 존 롭의 인기 모델 중 하나인 필립2 슈즈는 7000번 라스트를 사용한 모델이다. 7000번 라스트는 발등은 둥글게 처리하고 앞코가 길게 나온 것이 특징. 클래식한 옥스퍼드 슈즈 디자인에 긴 라스트를 사용한 덕분에 우아하고 정갈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2백26만원 존 롭
4 82 라스트를 사용한 에드워드 그린의 인기 모델 첼시 슈즈. 82 라스트는 전형적인 영국식 구두인 라운드 토 슈즈 디자인을 길고 슬림하게 늘려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형시킨 모델이다. 덕분에 클래식한 멋과 세련된 느낌이 동시에 공존한다. 1백75만원 에드워드 그린 by 란스미어
5 로크의 024 라스트를 사용한 체스터 슈즈.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디자인으로 발볼이 넓은 사람도 큰 압박 없이 신을 수 있다. 슈즈 전체에 브로깅이 들어가 있어 포멀한 분위기와 경쾌한 느낌이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40만원대
로크 by 라 피규라
6
 크로켓 앤 존스의 348 라스트를 사용한 웨스트번 슈즈. 348 라스트는 크로켓 앤 존스의 라스트 중에서도 가장 날렵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모델이다. 발볼이 넓은 사람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발등을 타고 흐르는 수려한 라인은 한없이 우아하다. 79만8천원 크로켓 앤 존스
7 알든의 라스트 중 한국인의 발에 가장 잘 맞는 트루플레어 라스트를 사용한 모델이다. 얇은 발목과 넓은 발등을 가진 한국 남자들의 불편함을 고려해 발목은 타이트하게 제작되고 발바닥을 잘 감싸는 곡선을 넣어 편안함을 더욱 강조했다. 1백10만원 알든 by 일 치르꼬

*자세한 내용은 루엘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박정희
  • 포토 정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