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볼거리가 가득한 칼비의 골목. 7 달콤한 이모르텔 향기가 아찔한 농장. 8 멀리 바다가 보이는 보태니컬 파크. 9 푸른 바다를 닮은 일 루스의 건물들. 10 오렌지 나무 아래 즐기는 만찬.
치유의 섬, 코르시카 분주히 움직여 마지막 목적지인 칼비(Calvi)로 이동했다. 칼비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 해안 도시. 차창 밖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쪽빛 바다 위에 수 십 여대의 요트들이 점점이 박혀 장관을 연출했다. 전날 폭우가 쏟아져 아침엔 하늘이 흐렸지만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은 금세 먹구름을 구석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오전엔 살레치아 보태니컬 파크(Saleccia Botanical Park)를 둘러봤다. 우리나라로 치면 ‘식물원’쯤 되겠지만 온실 속에 각국의 희귀 식물들을 조금씩 가져다놓은 우리 식 식물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다. 얕은 언덕을 따라 올리브, 오렌지, 아몬드 나무 같은 것들이 자유롭게 자라고 그 아래는 이제는 친근한 이모르텔과 라벤더, 머틀(록시땅 이모르텔 디바인 크림의 또 다른 재료로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난 식물) 등이 옹기종기 덤불을 이루고 있다. 비에 젖은 풋풋한 풀 냄새에 햇볕에 뜨거워진 꽃들이 뿜어내는 달콤한 향기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뤘다. 습하고 뜨끈한 남국의 꽃향기와는 또 다르게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이랄까.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금세 볕이 따가워졌다. 점심은 발라뉴 지방에서 이모르텔을 재배하고 있는 농부인 스테판 그라니에의 농장에서 먹기로 했다. 날씨가 좋아 정원으로 나갔더니 잔디밭 위엔 빈티지 테이블과 폴딩 체어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다. 오렌지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서 이모르텔 오일로 향을 낸 토마토와 가지 샐러드, 감자를 곁들인 농어구이와 타르트를 먹었다. 신선한 제철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은 일류 호텔만큼이나 맛있다. 증류소에서 하루 종일 이모르텔 김도 쐬였겠다,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다 보니 피부가 절로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토너와 모이스처라이저 정도로 간단하게 피부를 정리한다.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는 빼놓지 않고 바르지만 파운데이션도, 파우더도 모두 생략. 록시땅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인 패트리샤의 말에 따르면 요즘처럼 더운 여름엔 수시로 호수나 바다로 수영을 가기 때문에 메이크업을 하면 오히려 불편하다고. 공해나 스트레스 같은 노화를 자극하는 요인이 덜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킨케어만으로도 피부를 보호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 피부가 건조하다고 느껴질 땐 전통 방법 그대로 만들어진 록시땅의 시어버터 크림을 덧바르는 정도. 대여섯 겹은 발라야 안심하고 나갈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분명 다르다. 오히려 창백한 피부보다는 태닝된 피부가 훨씬 건강하고 럭셔리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인지 끝 없이 해변이 펼쳐진 일 루스(Ile Rousse)는 일찍부터 태닝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보니파시오에 비하면 훨씬 번화가라 각종 숍들이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 줄지어 있다.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지름신을 부르는 쇼핑센터나 럭셔리 부티크는 없지만 아기자기한 쇼핑의 재미가 있는 곳. 아몬드, 무화과씨 등을 넣은 쿠키, 천연 꿀 캔디,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지만 감칠맛 있는 염소치즈 등 특산품과 이곳의 마스코트인 나폴레옹을 모티프로 한 기념품 등 소소한 소품들을 판매한다. 골목을 뒤져가며 알차게 쇼핑을 즐기고 해변으로 나가니 폭풍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바다와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다. 물감을 칠해놓은 듯 커다란 구름들이 수평선 위로 낮게 걸쳐 있을 뿐이다. 마치 어릴 적 열혈 시청 프로그램이었던 <밥 로스의 미술교실>을 보는 것 같다. 흰 물감을 조금씩 더해 구름과 파도의 포말을 마술처럼 그려내는 느낌. 키 높이까지 걸어들어가도 페디큐어 색깔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모래밭에 느긋하게 누워 있다 보니 어느새 저녁. 해가 저물어 보랏빛으로 다시 붉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래밭 위에 테이블을 놓고 채소 샐러드와 대구구이같은 소박한, 하지만 코르시카의 맛이 가득한 음식들로 낭만적인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마치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고 편히 쉰 것처럼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 몸도 마음도 모두 치유된 느낌이 들었다. 낯설고 선뜻 가기엔 먼곳임엔 틀림없지만 평온하고 조용하면서도 작은 재미, 그리고 큰 감동이 있는 곳, 알퐁스 도데와 모파상이 사랑했던 ‘향기로운 섬’, 바로 코르시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