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흉폭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진정한 서부 영웅의 본좌는 ‘인디애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도 ‘황야의 무법자’로 인상미를 뽐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아니다. 파괴적이고 어딘가 불량스러운 조나 헥스다. 때로는 이런 안티 히어로의 괴팍한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 조나 헥스, Jonah Hex, 지미 헤이워드, 조시 브롤린, 메간 폭스, 존 말코비치, 엘르, 엣진, elle.co.kr:: | ::영화,조나 헥스,Jonah Hex,지미 헤이워드,조시 브롤린

감독 지미 헤이워드 출연 조시 브롤린, 메간 폭스, 존 말코비치 미국 개봉 6월 18일 말론 브란도는 에서 중얼거렸다. “공포…….” 굳이 베트남까지 갈 필요도 없다. 루이지애나주만 가도 공포를 자아내기에 필요한 건 다 있다. 엄청난 습기를 머금은 더위가 피부에 끈적끈적 달라붙어, 껌을 씹는 데도 비지땀이 줄줄 흐른다. 심장박동을 갑자기 뛰게 하는 건 열기만이 아니다. 습지대의 흙탕물 속에선 몸을 웅크린 악어 떼들이 무심한 듯 눈을 껌벅이면서도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어쩌면 이미 온갖 종류 곤충들에게 피를 제공하고 가려워 고생하는 당신이 그 먹잇감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기 몸에 붙은 벌레들을 쫓기 위해 분주하다. “젠장, 놓쳤잖아!” 또는 “고얀 놈, 드디어 잡았다!” 등의 추임새는 의 제작진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 쟁쟁한 스타들을 모은 조시 브롤린에어컨 문명의 수혜자들 중에서 그 어느 누가 감히 한밤중에, 피부병을 각오하고, 미국에서 가장 야생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오지에 빠져들겠노라고 자청 하겠는가? 지미 헤이워드 감독이 미소를 머금고 말한다. “바로 우리!” 지옥과 같은 환경에서 죽도록 고생하며 작업을 강행했지만, 지미 헤이워드 감독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촬영 팀을 위해 에너지와 여유를 유지하고 있었다. 늪지대 주변에 마련한 촬영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지없이 평온해 보인다. 기술자들과 단역 배우들은 여기저기 깔려 있는 트래블링 레일을 밟지 않기 위해, 촬영 장비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몸을 움직인다. 헤이워드는 연출과 배우들 관리에만 전념하는 명민함을 발휘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호화판 B급 영화를 상기시키는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한, 만화(을 성공시킨 바 있는 DC 코믹스에서 나왔다)를 각색한 이 영화에는 조시 브롤린, 메간 폭스, 존 말코비치, 마이클 파스벤더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이들을 다 모은 데는 발이 넓은 조시 브롤린의 활약이 컸다. 그는 연출을 위해서 대니 보일과 박찬욱 감독을 접촉했으며, 인터넷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섭외를 진행했다. 지미 헤이워드 감독은 영화의 한 시퀀스 전체를 이미 스토리 보드로 만들어 제작진과 접촉을 갖기 시작한 상태에서 조시 브롤린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림, 창의성, 대담성이라면 헤이워드도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하게 꿰고 있다. 픽사에서 10년 동안 일했으며, 을 연출한 그였다. 그는 만화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그의 말이다. “난 조시에게 그저 에 대해서만 말했다. 조시 자신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메일을 보낸 다음 날, 그가 전화를 했더라고. 오랫동안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지. 덕분에 우리는 금세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지미 헤이워드는 매우 열정적인 사람이다. 조시 브롤린도 인정한다. “그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열정과 에너지를 겸비한 사람이다. 그는 내가 ‘구니!’를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만나기도 전부터 완전히 흥분했다. 지미한테는 여과장치 같은 게 없다. 그게 마음에 든다.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 지미 헤이워드 감독은 작가이자 감독인 마크 네벨딘, 브라이언 테일러, 두 사람과 공동으로 시나리오의 일부를 직접 고치기도 했다. 원래의 짜임새와 구성은 그대로 가되, 약간 다른 분위기를 가미했다. “지미가 내놓은 버전은 정말로 등장 인물들과 완전히 부합한다.” 무대장치를 담당한 로버트 그린필드의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원전에 충실하기 위해 감독은, 먼저 버전에서는 빠져있던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다시 집어넣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떠도는 내용과는 달리, 좀비는 나오지 않는다” 제작자 앤드류 라자르의 말이다. 미국 대안문화의 기원조나 헥스는 방랑자다. 화상으로 반쪽이 뭉그러진 그의 얼굴은 잔인하다. 부당한 복수가 빚은 결과물이다. 그가 만일 런던에 살았더라면, 근사한 오페라의 유령이 되었을 것이다. 분장은 예전 방식대로, 다시 말해서 보철을 이용한 덕분에 훨씬 더 실감난다. “난 에서처럼 합성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니 만큼 나 스스로 통제하기를 원했거든.” 조시 브롤린의 설명이다. 덕분에 그는 매일 분장을 위해 두 시간 반을 할애해야 했다. 벨트가 등까지 내려온 케이블을 하루 16시간씩 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습기도, 극성스러운 모기 떼도, 지척에서 기회만 엿보는 악어 떼도 그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그는 과거 반항적인 남군 출신이다. 지금은 범죄 조직을 이끄는 자들을 잡는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 인간 사냥꾼이다. 범죄 조직원 중 한 명인 턴불(존 말코비치)은 워싱턴으로 행군하기 위해 (아니 항해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은밀하게 군대를 일으킨다. 젊은 매춘부 레일라(메간 폭스)의 도움으로 헥스는 턴불의 마키아벨리적인 야심을 꺾으려 한다."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도무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조시 브롤린의 고백이다. “하지만 어느 대목부터였던가, 하여간 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난 사람들에게 어떤 지침도 주지 않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열정에 취해서 하게 되는 영화를 좋아한단 말이지. 이 영화가 그렇다. 우리는 여기 이렇게 모였다. 스튜디오의 간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우리가 꿈꾸던 영화를 만들고 있잖아.” 그의 이 말에 존 알바노와 토니 드주니가(미국 대안문화의 기원이 된 조나 헥스를 탄생시킨 작가들)도 완전히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상황의 긴박감 속에서도 이탈리안 웨스턴의 특징인 부조리한 유머가 넘친다는 것이 그들의 평이었다. “난 언제나 스파게티 웨스턴을 좋아했다.” 조시 브롤린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잇는다. “나는 에 스파게티 웨스턴의 부조리를 가미하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앙토냉 아르토의 연극이나, 내가 좋아하고, 내 성장의 동반자가 되어준 리빙 시어터의 잔인함도 양념으로 곁들이고.” 영향력 문제라면 사실 이보다 더 최악의 조합도 얼마든지 있다. 모기 떼와의 전쟁하지만 모기 문제에 다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모기들은 수직으로 내리 꽂힌다. 녀석들은 모기 쫓는 스프레이를 근사한 향수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조시 브롤린은 모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왕년의 남군 부대원들이 성채의 문을 건너뛰는 장면에서 조시는 허공을 향해 자신의 무기인 인디언 도끼를 던진다. 도끼는 호기심이 너무 많았던 초병의 이마에 내리 꽂힌다. 영화엔 강렬하고 음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선혈이 난무하는 장면은 최대한 배제했다. 감독은 강조한다. “피를 보여준다고 해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아니다.” 몸에서 피가 솟구치는 따위의 효과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루치오 풀치가 눈가의 멍 자국 하나로 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처리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성채의 문을 지나면 또 하나의 놀라움이 우리를 기다린다. 밤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수 십 명의 남군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높이 5미터짜리 배가 눈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대포를 밖으로 드러낸 ‘USS-칼레도니아 호(턴불의 검은 별 호)’는 남북전쟁 당시 뉴 올리안즈에 함포 사격을 가한 북군의 배와 흡사하다. 지미 헤이워드는 스태프들이 이루어 놓은 기적적인 결과를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지난 주에야 이 장면을 썼다. 그런데 벌써 현실이 되다니. 무대장치는 마지막 순간에 완성되었다. 이제 겨우 이 삼일이나 되었을까.”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실험을 거친 작업이었다. “이 대포들은 반동 작용 기제 위에서 조립되었고, 진짜 탄약이 장전되어 있다. 이제 쏘기만 하면 된다니까.” 무대장치 담당인 톰 메이어가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배로 말하자면, 합판으로 제작했다.” 그의 얼굴엔 피로의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메이어의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기차, 부랑배들의 서커스, 광산에서 벌어지는 굉장한 장면들이 아직도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어쨌든 모두들 습지대의 리듬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군복을 입고 땀을 줄줄 흘리는 단역 배우들 가운데 자기 몸을 때리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근 동네 주민들인 그들은 모기가 범벅이 된 샌드위치를 먹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기 쫓는 스프레이를 잔뜩 뿌리고도 여기저기 물리고, 그 곳을 피가 맺히도록 박박 긁는 촬영팀과는 영 딴판이다. 악어 떼가 움찔하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는 촬영팀과 현지인들은 다르다. 현지인들은 잘 안다. 악어를 피하기 위해서는 대각선으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악어들을 정신 사납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모기 떼들을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