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벨이 ‘벙어리’가 된 이유 간편하고 효율적인 운동 기구 ‘덤벨(Dumbbell; 아령)’. 손잡이가 달린, 무게가 있는 운동 기구는 기원전부터 존재해 왔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운동 기구로도 꼽힌다.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운동 기구 ‘할테라스’는 손잡이가 달린 반달 모양의 돌로 덤벨의 조상님 격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양손에 들고 멀리뛰기 등을 하면서 체력 단련에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덤벨이라는 용어가 처음 확인되는 것은 18세기 초 영국인데 그 스토리가 재미있다. 덤벨을 직역하면 벙어리 종, 즉 ‘소리를 내지 않는 종’이다. 덤벨의 한자 이름인 아령(啞鈴)도 한자 ‘벙어리 아’와 ‘종 영’에서 따온 것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바로 덤벨이 원래 종의 부속품이었기 때문이다. 동양의 종은 밖에서 종의 표면을 두드리는 방식이다. 종을 울리기 위해선 종과 같은 높이에 서서 종을 쳐야 한다. 반면 서양의 종은 성곽이나 교회당 첨탑 끝에 달려 있어 종을 울리려면 종 안의 추를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큰 성이나 교회의 종은 크기도 크고 무거웠다. 이를 흔들기 위해 종지기들은 별도의 체력 단련을 해야 했고, 자신이 흔드는 종의 추를 빼서 들었다 놨다 하는 운동 기구로 활용했다는 설이 현재 알려진 덤벨의 유래다. 추가 빠져 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종, 그 종에서 나온 추로 만든 운동 기구. 그래서 벙어리 종, 덤벨이다. 여기서 파생돼 그 뒤로 나온 무게를 들어올리는 운동 기구들은 하나같이 바벨, 케틀벨, 메이스벨, 클럽벨 등 이름 뒤에 벨(Bell)을 돌림자처럼 사용하는 관례가 생겼다. 농기구였던 케틀벨 좌우 대칭인 덤벨과 다르게 비대칭인 케틀벨의 유래도 흥미롭다. 영어 단어로 주전자라는 뜻의 케틀벨(Kettle Bell)은 미국으로 건너오며 새롭게 붙은 이름일 뿐 본명은 케틀벨의 고향인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쓰던 기르야(Girya)였다. 기르야의 정체는 무게추였다. 특히 농부들이 곡식의 무게를 잴 때 쓰는 추로 1pood(약 16kg)라는 단위에 맞춰 추를 넣었다 빼는, 무게를 맞추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오늘날 제작되고 있는 케틀벨의 무게는 8kg, 16kg, 24kg, 32kg으로 8kg 단위로 만들어지는데 이 또한 기르야 시절의 흔적이다. 당시 반푸드(8kg) 단위의 무게 단위에 맞춰서 기르야가 제작됐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쓰는 10진법 단위(5kg, 10kg)와는 조금 생소한 무게 단위가 설정된 것이다. 이렇게 17세기까지는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사용되는 농기구였던 물건이 당시 농부들이 민속놀이에 가까운 개념으로 흔들고, 집어던졌다 받고, 들어올렸다 내리면서 힘 자랑을 하던 게 스포츠로 정착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지금 케틀벨은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진 가장 대중적이고 ‘핫’한 운동 기구다. 농기구였다는 거친 과거는 상상하기 어렵다. 흑역사를 가진 트레드밀 하지만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운동 기구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흑역사를 안고 있는 것은 트레드밀(러닝 머신. 참고로 러닝 머신은 한국에서나 통하는 콩글리시다)이다. 현재 사용되는 트레드밀은 전통 모터가 들어간 전자동식으로 70년대에 조깅과 유산소운동 붐과 함께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그 전까지 트레드밀(Treadmill)의 용도는 운동이 아니라 고문 기구였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트레드밀이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다. 제자리에서 다람쥐 쳇바퀴를 돌 듯 사람이나 가축이 가운데에 들어가 기어를 돌리는 트레드휠(Treadwheel)이라는 도구가 존재했던 것. 트레드휠의 주 용도는 무거운 돌이나 나무 같은 건축자재를 들어올리는 기중기. 이미 고대 로마시대부터 콜로세움 같은 대형 건축물을 지을 때 ‘제자리에서 발판을 밟아 굴리는’ 방식의 도구가 활용돼 왔다. 그 뒤로 중세를 거쳐 18세기까지 유럽에서는 곡식을 빻거나 버터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젓는 용도로 이같이 바퀴를 돌리는 기구를 이용해 왔다. 물론 이때의 트레드밀은 사람이 올라가서 발판을 밟는 것보다 소나 말 같은 가축의 동력을 활용하는 기구였다. 본격적으로 사람이 올라가 발판을 밟는 방식이 만들어진 건 1818년대 초 영국에서였다. 당시 영국의 교도소에선 강제노역법이 있었다. 범법자들은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 동안 중노동을 해야 했는데, 이때 윌리엄 큐빗(William Cubitt)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이 바로 트레드밀이었다. 기존의 농기구나 제분기로 쓰이던 트레드밀의 원리를 활용해 끊임없이 제자리에서 돌고 도는 ‘디딜방아’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지금과는 조금 다르게 원통을 눕힌 뒤 표면에 24개의 나무판을 덧댔다. 제자리에서 차례로 넘어오는 발판을 밟다 보면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계속해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교도소용 트레드밀은 현대의 전동 트레드밀보다 운동량이 많고 사용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1인용이 아니라 적게는 대여섯 명부터 많게는 10명 이상까지 동시에 올라가 박자를 맞춰가며 타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힘들다고 마음대로 쉬거나 페이스 조절을 할 수도 없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심지어 교도소에선 트레드밀을 타는 동안 죄수들끼리 대화를 차단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해 가혹함을 배가시켰다. 원래 죄수들의 노동력을 물을 퍼올리거나 곡식을 분쇄하는 등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였다지만 사실상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죄수들은 간수가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앞만 바라보며 시간당 1440피트(약 440m정도)씩, 매일 6시간 2.5km에 가까운 오르막길을 올랐다. 앞서 설명했듯이 고문용 트레드밀은 오르막용이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매일 등산길 2.5km를 걸었으니 녹초가 될 수밖에. 자연스럽게 죄수들끼리 싸움을 하거나 내통할 기운조차 없을 정도로 체력을 소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1842년 이후 영국 내 여러 교도소에 널리 펴져 10여 년간 50여 곳의 교도소에 도입됐다고 한다. 1850년대에는 영국은 물론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로까지 퍼져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다. 결국 인권법이 제정돼 강제노동이 금지되는 1898년까지 약 100여 년간 트레드밀은 공포의 대상으로 교도소 재소자들을 괴롭혔다.최신 기술로 과거 세탁 그 뒤로 트레드밀의 존재는 사실상 잊혀졌다. 증기기관이나 전기가 도입되면서 굳이 비효율적인 가축이나 인간의 힘을 빌리는 방식은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농기구나 고문 도구였다는 흑역사를 뒤로하고 잠자던 트레드밀을 재발굴한 사람은 독일의 차력사인 루이스 아틸라(Louis Attila)였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엔 순회 공연을 하는 차력사들이 많았는데 지금의 보디빌더나 서커스가 혼합된 형태였다. 무거운 돌덩어리를 들어올리거나 비키니만 걸치고 잘 발달된 근육을 과시하거나 공중제비를 도는 등의 기예를 보여주며 돈을 받는, 일종의 순회공연단의 개념. 아틸라 역시 그들 중 하나였는데 평소 하체가 부실하다는 생각에 하체단련법을 고민하다 우연히 예전에 교도소에서 쓰이던 고문 도구, 트레드밀의 설계도를 접하게 된다. 아틸라는 크게 만족하여 이 기구를 자작하여 자신의 운동법에 추가하고 나중엔 미국 뉴욕에 체육관을 차려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니 이것이 현대적인 피트니스용으로 활용된 트레드밀의 최초 사례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의미의 현대식 트레드밀은 1952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워싱턴 대학교 교수였던 로버트 브루스(Robert Bruce)와 웨인 퀸튼(Wayne Quinton) 박사는 운동하는 사람의 심박수와 호흡수를 측정하는 실험을 계획했는데 실제로 밖에서 뛰는 사람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우고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없어 실내용 달리기 기구를 개발했다. 이것이 현대의 트레드밀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경사도가 없는 평평한 롤러가 제자리에서 회전하면서 손잡이가 달려 있고, 실험자는 이 위에서 숨이 찰 때까지 손잡이를 잡고 뛰면서 신체의 변화를 기록하는 데이터 측정 실험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처음 개발된 전동 트레드밀은 1970년대 들어 조깅과 유산소운동 붐을 타고 피트니스 클럽은 물론 가정용으로까지 널리 퍼지고 지금은 경사도와 속도 조절, 계단식, 웨어러블 기기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트레드밀들이 나와 있다. 그 유래를 염두에 두면 비싼 돈을 주고 ‘셀프 고문’을 자처하는 것이 아닌가 쓴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같은 성분도 어떻게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법.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운동 기구들도 마찬가지다. 신분상승 내지는 개과천선한 이들과 함께 오늘도 값진 땀을 흘려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