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Nº5가 남긴 시간의 흔적
샤넬 향수의 근원을 찾기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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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YMPHONY IN CHANEL N°5
‘향수의 발상지’라 불리는 그라스(Grasse)는 비옥한 토양과 따뜻한 햇살, 바람을 막아주는 완만한 언덕이 빚어낸 향기의 낙원이다. 수많은 향수의 원료들이 이곳에서 자라나며, 아이코닉한 샤넬 N˚5의 스토리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1921년,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가 그라스 쟈스민을 조합해 완성한 N°5는 전설이 됐고 1987년, 샤넬은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최대의 꽃 생산자 뮬 가문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향기의 근원을 온전히 품었다.
오전에 갓 수확한 쟈스민을 큼지막한 통에 담고 용매제를 부어 향을 추출하는 과정.
둘의 관계는 꽃이 샤넬의 향수로 탄생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관리하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었다. 오트 쿠튀르가 장인의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노하우를 보존하는 것처럼 샤넬은 자사 향수에 독점적으로 들어가는 원료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 샤넬 향수의 근원을 찾는 첫 발걸음은 뮬 가문의 농장에서 시작된다. 농장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죠세프 뮬(Joseph Mul)의 손녀와 함께 쟈스민 꽃잎을 손으로 하나씩 따 바구니에 담는 것. 꽃잎이 마르지 않도록 젖은 천으로 감싼 바구니에는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생생한 꽃향기, 사람의 온기가 함께 담겼다. 뮬 가문의 농장은 지금도 꽃을 재배하면서 어떤 화학 비료도 사용하지 않으며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한다. 모든 꽃이 토양의 언어를 따라 자라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스스로 향기를 피우는 셈.
이른 아침에 모여 쟈스민 꽃을 따는 수확자들.
“토양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최고 수준의 꽃을 재배하기 위한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물 재배 사이에 농장을 휴경하고, 토양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하고 있지요. 가장 향기로운 꽃을 생산하고 현재와 미래에도 동일한 품질의 원료와 향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쟈스민을 손으로 직접 따는 모습.
신선함을 보존하기 위해 젖은 천 위에 쟈스민 꽃을 담는다.
죠세프 뮬의 사위로 5대째 농장을 이어가고 있는 파브리스 비앙키(Fabrice Bianchi)의 설명이다. 꽃잎을 따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수확자들의 손을 바라보았다. 꽃잎을 따던 손끝에 묻은 미세한 향이 바람결에 흩어지며, 그 속에 깃든 묵묵한 시간이 다가왔다. 향수 한 방울에 이토록 수많은 손의 온기와 계절의 숨결이 스며 있었다. 그렇게 쟈스민 본연의 향과 수확 방식을 경험한 다음, 실제 수확자들이 딴 꽃의 무게를 측정하는 과정을 함께하고 바로 옆에 있는 공장으로 이동했다. 이 공장은 매일 신선하게 수확한 꽃에서 최상의 정수를 추출하는 곳으로, 매 수확 시기마다 꽃의 향기를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연구소이기도 하다. 그날 아침 수확한 쟈스민은 금속 상자에 담겨 공장으로 운송되고, 꽃은 용매제에 담겨 농축 시간을 거친다. 용매제가 증발하면 꽃은 자신의 향을 고도로 응축한 향기 왁스인 농축물(콘크리트)이 되는데, 1kg의 쟈스민 농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350kg의 쟈스민이 필요하다. 이 농축물은 샤넬 조향사의 지침 아래 다시 한 번 정제돼 N°5의 심장이 되는 앱솔루트로 재탄생한다. 농장에서 공장에 이르기까지, 향기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이들은 ‘샤넬 포뮬러의 수호자’로서 존재한다.
그라스에서 열린 이벤트 현장.
THE ETERNAL BLOOM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샤넬 향수 한 병에는 세기를 넘어 이어져 온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담겨 있다. 약 100년 넘는 시간을 품은 샤넬 N°5에는 그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운명이 깃들어 있다는 의미. 대표적으로 조향사뿐 아니라 농장에서 꽃을 따는 수확자들과 연구소에서 향을 추출하는 화학자, 헤리티지 큐레이터와 컨설턴트,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향의 세계에 목소리를 더한다.
샤넬 향수의 탄생에 존재 가치를 더하는 55인의 초상.
이벤트 장소에 커다랗게 장식된 오브제.
이번 트립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샤넬 향수의 탄생에 존재 가치를 더하는 55인을 새롭게 조명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샤넬 향수에 깃든 열정과 탁월함, 크리에이션을 소개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독보적 가치의 연결고리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지고 집약된 장인 정신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샤넬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Olivier Polge)는 “그라스는 향수의 장인적인 기술(Craft)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예요. 하루 일과가 끝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속에 무언가가 흐르며 우리의 주의를 끌어당기고, 환상을 자극하죠. 이 모든 것은 흙 속에서 자라는 원료에서 시작되며, 그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샤넬은 향수 시장의 리더로서 이 독보적인 인적 가치의 연결고리를 조명한다. 55인의 대표 보이스를 통해 샤넬 향수를 완성하는 모든 이들의 존재에 찬사를 보내는 것. 행사장 벽면에는 샤넬 향수를 만들어온 다양한 이들의 초상과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쟈스민 꽃잎의 향을 맡는 죠세프 뮬.
샤넬 농장을 이끄는 농장주인 죠세프 뮬부터 어머니와 함께 그라스 농장에서 30년간 일해온 루치아나 로마노(Luciana Romano), 향을 느끼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수술을 받은 후 향기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다는 샤넬 그라스 공장의 매니저 나이레 에비비(Naïlée Ebibi)까지. 샤넬 향수의 탄생, 그 행간에 담긴 수많은 이들의 스토리가 100년을 이어온 장인 정신을 다시금 일깨웠다. 샤넬의 그라스 농장에 다녀온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는 구절과 얼굴이 있다. “나는 꽃 사이에서 태어났다(I was born among the flowers)”는 죠세프 뮬의 한 마디와 농장에서 마주한 손녀딸의 모습. 꽃 속에서 태어난 어린아이는 어느덧 샤넬 향수를 상징하는 원료의 수호자로 자라나 땅에 대한 헌신적인 마음과 자세로 향수의 기반이 된 운명의 땅을 일궜고, 이제는 손녀딸이 흥미로운 모험을 이어가고 있다. 5세대에 걸친 샤넬과 뮬 가문의 파트너십이 6세대로서 새 국면을 맞은 셈. 벽면을 가득 채운 이들의 이야기와 비록 그곳엔 없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다양한 손길을 통해 향수 한 병에 담긴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스토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Credit
- 에디터 김선영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정혜림
-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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