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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 종주국'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1400 종류가 넘는 독일 부어스트 중 가장 유명한 추천 제품 네 가지, 그리고 그 역사부터 조리법까지 다 알려드립니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9.23

마트 가공육 코너에 가보면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분홍 소시지, 비엔나 소시지, 구이용 소시지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종류만 몇십 가지가 넘어 어떤 걸 골라야 할 지 헷갈릴 정도죠. 요즘은 ‘부어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제품들이 많은데요. 부어스트(Wurst)는 독일에서 소시지를 부르는 이름으로, 제품에 소시지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독일의 정통성을 강조할 목적으로 사용 중입니다. 실제로 독일에는 1400 여 개의 부어스트 종류가 있고, 그 자부심과 전문성도 대단해요. 세계적으로 동물의 창자에 고기를 넣어 가공하는 조리 형태는 정말 많지만, 독일 만큼 소시지에 진심인 곳도 없죠. 오늘은 직접 독일 현지에 방문해서 먹어본 정통 부어스트 중 가장 유명한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할게요.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브랏 부어스트 (Bratwurst)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가장 많이 보이는 이름은 ‘브랏 부어스트’입니다. 사실 브랏(Brat)이 ‘굽다’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하나의 종류라기 보다는 조리 방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때문에 독일 전역에서 그 지역의 이름을 붙여 ‘프랑켄 브랏 부어스트’, ‘튜링어 브랏 부어스트’ 등으로 구분하곤 하는데요. 프랑크푸르트 지역의 브랏 부어스트는 특히나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기름이 아닌 물로 튀겨내어 탱탱함을 유지하는 ‘워터 프라잉’과 함께 철판 그리들에 한 번 더 구워내어 톡 터지는 식감을 강조하기 때문이죠. 편의점에서 즐겨먹는 소시지 핫바 종류와 유사합니다. 정통 부어스트는 소 피를 이용해 공장에서 가공한 ‘콜라겐 케이싱’ 껍질이 아닌, 진짜 돼지의 창자를 이용해 고기를 충전하기 때문에 실제 먹어보면 좀 더 고기를 먹는 듯한 식감이 전해집니다. 현지에서 곁들임 소스의 인기는 머스터드, 케첩, 마요네즈 순이라고 하네요.



뉘른베르거 부어스트 (Nürnberger Rostbratwurst)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독일에는 유럽 연합법에 근거해 지역명 표기를 보호 받는 소시지가 있습니다. 뉘른베르크 지역의 ‘뉘른베르거 부어스트’가 그 주인공이죠. 뉘른베르거는 1313년부터 오직 뉘른베르크에서 만들어진 것만 공인되었을 정도로 '족보 있는' 부어스트예요.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뉘른베르거 식당인 ‘뢰슬라인’과 ‘브랏부어스트 호이슬레’ 두 식당 모두 1414년, 1313년부터 지금까지 인기리에 영업 중입니다. 이 부어스트의 특징은 다른 부어스트들에 비해 두께가 손가락 사이즈 정도로 얇고 숯불 향이 강하다는 것인데요. 과거 이 곳의 감옥에서 친지들이 사식을 넣어줄 때 철장 열쇠 구멍에 넣기 위해 그 사이즈에 맞춰 얇은 모양이 되었다는 설이 있어요. 다른 부어스트들에 비해 상당히 담백하고 독일식 김치인 ‘사워크라우트’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입니다.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바이스 부어스트 (Weißwurst)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소시지에 진심인 독일까지 가서 맛본 정통 부어스트 후기 4


소개하는 부어스트 중 가장 생소한 형태일 겁니다. 바이스 부어스트는 따뜻한 물에 담긴 채 항아리 째 나오며, 껍질을 칼로 벗겨 먹는 스타일입니다. 주로 독일의 노인들이 아침 대용으로 즐겨 먹어요. 용도에 맞게 고기는 송아지와 다진 쇠고기, 돼지고기로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하고 향신료의 가짓수를 줄여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이죠. 껍질을 벗긴 소시지라고 하면 '그냥 다짐육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풍미가 대단하고 껍질 없이도 탱글한 소시지의 식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를 독일에서 먹은 부어스트 중 최고로 꼽는 후기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접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어요. 바이스 부어스트는 뮌헨의 것이 가장 유명해서, 방문 당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바이스 부어스트로 배를 든든히 채우는 풍경을 볼 수 있었네요.


커리 부어스트 (Currywurst)



이 부어스트는 커리가 들어간 케첩을 소스로 하는 부어스트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떡볶이 같은 포지션의 음식으로, 독일 전역에서 작은 키오스크나 길거리 음식으로 많이 판매하고 있죠. 특히 현지인들은 매운 맛을 즐기고 싶을 때 커리 부어스트를 간식으로 먹는데요. 우리 나라의 닭꼬치처럼 매운 맛 단계를 1단계에서 7단계 정도로 다양하게 두고 기호에 맞게 고르기도 해요. 커리 부어스트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곳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1949년 베를린의 ‘헤르타 호이워’라는 사람이 열었던 간이 음식점입니다. 당시 독일은 전후 경제 상황이 어려웠고, 그는 흔한 물자였던 커리 가루와 케첩을 이용해 값싼 간식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현재의 커리 부어스트의 원형입니다. 베를린은 이 역사를 꽤 자랑스럽게 여겨 ‘커리 부어스트 박물관’을 세울 정도라고 하네요.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글 · 사진 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