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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러버의 비건 음식 리뷰 #솔직후기

대체육으로 만든 버거, 비건 치즈, 젓갈 없는 김치, 순식물성 아이스크림. 지금 가장 궁금한 4가지 비건 푸드, #내돈내산 비건 음식 솔직 품평기. 비건 음식은 다 맛 없다?

BY권민지2020.07.01
바이오 라이프 비건 치즈: 마츄어 체다 슬라이스
유럽인들이 뽑은 베스트 (비건) 치즈로 선정된 코코넛 오일로 만든 치즈다. 일단 패키지가 예쁘다. 본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이 당연하나 21세기 비건 세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채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MZ세대 트렌드 중 하나 아니던가. 힙스터의 취향을 저격해야 한다는 소리다.
 
사진/ 바이오 라이프

사진/ 바이오 라이프

짙은 향이 제법 치즈 같다. 선명한 노란색에 구멍이 통통 뚫려 있는 것이 〈톰과 제리〉 속에 나오는 치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슬라이스 치즈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훌륭한 편. 부드러우면서도 퀴퀴한 맛이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공 슬라이스 체다치즈보다 더 진짜에 가깝다. 함께 맛본 육식주의자이자 까다로운 미식가인 친구 J 역시 예상 밖의 호평을 남겼다. “아무 기대도 안 했는데 담백하고 맛있는데? 가벼운 치즈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것 같아. 식감은… 생면 파스타 같은 느낌?” 찰기 없이 뚝뚝 끊긴다는 얘기다. 식감만은 완벽히 재현할 수 없나 보다. 식빵 위에 올려 살짝 녹여 먹었더니 뚝뚝 끊기는 대신 미끌거렸다.
 
사진 속 치즈의 윤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미끄덩 미끄덩!

사진 속 치즈의 윤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미끄덩 미끄덩!

총평 맛과 향은 80점, 식감은 60점.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을 맛. 기본 체다 외에 버섯을 잘게 썰어 넣은 머쉬룸 슬라이스, 매콤한 맛을 더한 핫페퍼 슬라이스, 빵이나 크래커 위에 펴발라 먹기 좋은 크림치즈 체다 블록, 피자 치즈로 제격인 모짜렐라 블록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심영순 비건 맛김치
우리가 아는 맛있는 김치의 맛. 약 2년 전 런던에서 맛본 비건 김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런던표 비건 김치가 고춧가루로 버무린 배추 샐러드에 가까웠다면 ‘심영순 비건 맛김치’는 필수 재료가 빠졌다는 느낌이 전혀 없을 만큼 잘 익은 김치였다. 약간 달달하지만 깔끔하고 시원하며 감칠맛도 잘 살아있다. 젓갈 맛이 강한 전라도식 김치 말고 경기도식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
 
라면에 김치는 언제나 옳다

라면에 김치는 언제나 옳다

총평 90점. 너무 잘게 썰려 있어서 마이너스 10점. 같이 곁들인 ‘10가지 채소를 사용하여 깔끔하고 담백한 맛 채황’ 라면은 100점. 순하고 부드러운 맛. 라면인데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비욘드 미트
약 20년째 채식을 해오고 있는 친구와 콩단백 소시지를 먹은 적 있다. 그는 소시지를 입 안에 넣자마자 “음~” 같은 탄성을 내뱉었다. 나는? 겨우겨우 삼켜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채식전도사나 다름없는 그가 지구를 위한 의무감으로 맛있는 척 연기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니면 채식을 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진짜 고기의 맛을 잊어버렸거나. 그도 그럴 것이 그 콩단백 소시지는 지우개를 구워 놓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맛이 ‘없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데 퍽퍽한 질감만 느껴지고 인공적인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콩소시지, 맛이 없다콩단백으로 만든 마라 불고기. 소스가 더해지면 조금 낫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콩고기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불고기나 마라, 고추장 소스로 버무린 게 아니라면 그냥 삶은 콩을 먹는 게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1년여 전, 진짜 고기 같은 대체 육류를 만났으니 바로 (주식으로 더 유명한) 비욘드 미트다. 이름처럼 ‘넘사벽’이다. 고기의 육즙과 질감, 냄새까지 어찌나 정교하게 흉내 냈는지 채식주의자보다는 육류애호가가 더 좋아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잘만 구우면 숯불 향까지 맴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세 가지.
 
비욘드 버거와 비욘드 소시지. 사진/ 인스타그램 @beyondmeat

비욘드 버거와 비욘드 소시지. 사진/ 인스타그램 @beyondmeat

기술력의 승리 비욘드 비프. 사진/ 인스타그램 @beyondbeef

기술력의 승리 비욘드 비프. 사진/ 인스타그램 @beyondbeef

비욘드 버거: 클래식. 버거로 만들어 먹으면 정말 감쪽같다.  
비욘드 소시지: XL 사이즈를 자랑한다. 뽀도독한 식감이 압권.  
비욘드 비프: 찰흙 같은 겉모습에 실망하긴 이르다. 굽지 않고 만졌을 때도 기름기가 묻어나오며 중간중간 코코넛 오일로 마블링 효과를 내기까지 했다.
모두 ‘푸드 테크’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좀 수상한 맛이다. ‘뭐로,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런 맛이 나지?’ 곱씹게 되는.
 
맛이 없어 보이는 건 내가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이다

맛이 없어 보이는 건 내가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이다

총평 맛 100점-가격 20점= 80점. 비욘드 버거는 1만2천9백원, 비욘드 비프는 1만9천9백원, 비욘드 소시지는 1만7천9백원. 진짜 고기보다 비싸다.
 
나뚜루 캐슈 바닐라 순식물성 아이스 디저트
놀랍도록 달다. 그게 전부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먹을수록 섭섭해진다. 이름은 캐슈 바닐라인데 바닐라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아몬드 밀크의 느끼함과 물만 탄 미숫가루를 마셨을 때의 허전함이 공존한다. 무척 끈덕끈덕해서 스푼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데 미스터리하게도 입 안에 넣자마자 그 찰기는 사라진다. 함께 맛본 디저트 애호가, 애주가, 미식가 그러니까 푸디인 R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더니 끝내 수저를 놓았다(놀라운 일이다). 결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인 아이스크림+와플로 시도해도 와플에게 미안할 것 같다는 혹평을 남기며.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아이스 디저트, 캐슈 바닐라가 아니라 그냥 캐슈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아이스 디저트, 캐슈 바닐라가 아니라 그냥 캐슈

총평 35점. 비건 아이스크림을 고집한다면 스크류바, 죠스바, 수박바를 권한다. 어쩌면 나뚜루의 다른 비건 아이스크림인 코코넛파인애플 맛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재구매 의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