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빈티지 가구숍 '마켓파흐트'의 디렉터는 이렇게 집을 꾸몄습니다

빈티지 가구 숍 ‘마켓파흐트’ 디렉터 신미내의 모던 앤티크 하우스.

프로필 by 윤정훈 2025.07.13
신미내 디렉터의 식기류 컬렉션.

신미내 디렉터의 식기류 컬렉션.

지난해 성수동에 문을 연 빈티지 가구 숍 ‘마켓파흐트(Markt Fahrt)’. 남편 정철웅 대표와 마켓파흐트를 공동 운영하는 신미내 디렉터의 집은 쇼룸이 있는 성수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에 있다. 마켓파흐트를 열기 전 그는 프리랜스 패션 디렉터 및 스타일리스트로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유럽풍 렌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파흐트’를 선보였고, 시즌별로 공간 인테리어를 바꾸는 과정에서 가구와 오브제에 대한 취향이 자연스럽게 두터워졌다. 패션에서 리빙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여정에서 깨달은 가구의 매력 중 하나는 보다 긴 효용성. “좋은 옷이나 가방은 그것을 얻었을 때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 않잖아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가구를 곁에 두기 시작하니 하루하루가 환기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파 하나 바꿨을 뿐인데 삶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죠.”


기존 체리색 수납장을 유광 블랙으로 도장해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 주방. 몰딩 장식 아래 무라노 글라스 빈티지 조명을 매달아 포인트를 줬다. 임스(Eames) 테이블은 비트라(Vitra). 다이닝 체어 ‘파스칼레(Pascale)’는 1970년대 가스톤 리날디(Gastone Rinaldi)가 테마(Thema)를 위해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기존 체리색 수납장을 유광 블랙으로 도장해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 주방. 몰딩 장식 아래 무라노 글라스 빈티지 조명을 매달아 포인트를 줬다. 임스(Eames) 테이블은 비트라(Vitra). 다이닝 체어 ‘파스칼레(Pascale)’는 1970년대 가스톤 리날디(Gastone Rinaldi)가 테마(Thema)를 위해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신미내의 집은 복잡한 대로변에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외관을 지닌 주상복합 아파트지만 공동 현관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리네로제 소파를 중심으로 둥글게 구성한 거실은 포근하면서도 시선이 모이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유광 블랙으로 도장한 부엌 장과 빈티지 테이블이 어우러진 주방은 한층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 미묘한 차이를 두어 개성을 드러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전 집은 신축 오피스텔이었어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살기 편했지만 저희 개성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없었죠. 그러다 이 집을 발견했어요.”


리네로제 ‘토고(Togo)’ 소파와 1980년대 플로스 빈티지 ‘버터플라이(Butterfly)’ 월 램프, 템퍼(Tempur) 매트리스와 테클라(Tekla) 침구, 아카리(Akari) ‘55A’ 펜던트 조명, 빈티지 사이드 테이블이 한데 어우러진 침실. 글라스 꽃잎이 하나씩 분리되는 무라노 글라스 빈티지 조명. 아카리 ‘36N’ 스탠드 조명과 자라 홈(Zara Home) 도어 스토퍼가 눈에 띄는 침실 입구. 수집한 오브제를 모아둔 거실 수납장.

지어진 지 20년이 조금 못 되는 50평대 아파트의 실내는 준공 때부터 세팅돼 있던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바닥엔 고급 석재가 깔려 있었고, 체리색 목재로 마감된 현관과 방문, 붙박이장, 몰딩 등이 강한 인상을 풍겼다. 철 지난 인테리어 요소가 부담스럽게 다가온 건 사실이지만 볼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잘만 손보면 재미있는 공간이 되겠다 싶었어요.”


긴 시간 동안 모아온 다종다양한 오브제들.

긴 시간 동안 모아온 다종다양한 오브제들.

투명한 볼 모양의 손잡이로 문틀의 묵직함을 덜어냈다.

투명한 볼 모양의 손잡이로 문틀의 묵직함을 덜어냈다.

그렇게 조금은 남다른 바탕 위에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더하고 아끼는 가구와 오브제, 소품을 자신만의 기준과 감각에 따라 배치했다. 고객의 눈에 미처 띄지 못한 제품부터 팔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끼는 제품까지, 일정한 시간을 통과하며 곁에 남은 다양한 사물로 집을 채워나갔다. 그 결과 흔치 않은 분위기의 공간이 탄생했다. “솔직히 호불호가 갈리는 인테리어이지 않나요(웃음).”


리네로제 길다(Gilda)를 모아 아늑한 구심점을 형성한 거실. 테이블은 빈티지. 앤티크 포트 램프는 더 코너 스튜디오(The Corner Studio). 뒤쪽의 ‘스타일로스(Stylos)’ 플로어 램프는 플로스(Flos). 장 미셸 바스키아의 ‘보스 폴스(Both Poles)가 그려진 아트워크는 더 스케이트 룸(The Skate Room).

리네로제 길다(Gilda)를 모아 아늑한 구심점을 형성한 거실. 테이블은 빈티지. 앤티크 포트 램프는 더 코너 스튜디오(The Corner Studio). 뒤쪽의 ‘스타일로스(Stylos)’ 플로어 램프는 플로스(Flos). 장 미셸 바스키아의 ‘보스 폴스(Both Poles)가 그려진 아트워크는 더 스케이트 룸(The Skate Room).

집 안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침실에는 유럽풍 몰딩 장식,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조명, 테클라 침구, 리네로제 토고 소파 등 서로 다른 요소가 자유분방하게 놓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집만큼은 고객이 아닌 스스로의 기준에 맞추고 싶었다며 멋쩍게 공간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좋은 집이란 어떤 유형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레벨 월스 (Rebel Walls) 벽지로 장식한 거실 한편의 기둥. 깔끔한 텍스처의 커튼은 마켓파흐트.

레벨 월스 (Rebel Walls) 벽지로 장식한 거실 한편의 기둥. 깔끔한 텍스처의 커튼은 마켓파흐트.

공간을 분리했던 문을 떼어내고 열린 공간으로 재편한 서재 겸 오피스. 조명은 이케아(Ikea). 데스크는 1960년대 빈티지. ‘아이디 트림(ID Trim)’. 의자는 비트라.

공간을 분리했던 문을 떼어내고 열린 공간으로 재편한 서재 겸 오피스. 조명은 이케아(Ikea). 데스크는 1960년대 빈티지. ‘아이디 트림(ID Trim)’. 의자는 비트라.

“근래 인기 있는 인테리어엔 다 이유가 있지만 막상 ‘내 집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잘 안 들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늘 유행에서 한 걸음 비켜선 취향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옷이든 인테리어든 조금 다른 구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만의 재미이기도 하고요.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 집에 반영된 것 같아요.”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사진가 이주연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