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있다! 건물 전체가 기묘한 작품인 박물관 3
뿔이 솟은 건물, 물 위를 떠다니는 박물관, 동화 속 세상을 닮은 공간. 건축과 예술, 상상이 뒤섞인 뮤지엄 세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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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 우체국의 화려한 변신, 포모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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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조각 'Our Magic Hour'(2003)가 반기는 포모 뮤지엄. © India Mahdavi, Paris / Erik Langdalen Arkitektkontor, Oslo. Valérie Sadoun, PoMo, Trondheim 2025.
노르웨이 트론헤임 하늘 아래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조각 'Our Magic Hour'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때 중앙우체국이었던 1911년 완공된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의 건물이 이제는 현대미술과 디자인이 펼쳐지는 문화 중심지, 포모(PoMo) 로 거듭났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인디아 마다비(India Mahdavi)의 첫 박물관 건축 프로젝트로, 노르웨이 건축가 에릭 랑달렌(Erik Langdalen)과 협업하여 완성되었다. 트론헤임의 도시 경관과 노르웨이 전통 공예, 민속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포모(PoMo)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색과 형태의 변화를 경험하는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핑크색으로 물든 선물가게. ©India Mahdavi, Paris / Erik Langdalen Arkitektkontor, Oslo / Valérie Sadoun / PoMo, Trondheim 2025.

오렌지 색 계단의 건축적 구조가 하나의 예술품 같다. ©India Mahdavi, Paris / Erik Langdalen Arkitektkontor, Oslo / Valérie Sadoun / PoMo, Trondheim 2025.

4층 다락방에에는 네덜란드 예술가 듀오 필링 워터스가 지역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벽과 천장을 채색했다. ©India Mahdavi, Paris / Erik Langdalen Arkitektkontor, Oslo / Valérie Sadoun / PoMo, Trondheim 2025.
분홍색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강렬한 색채와 창의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넓은 창으로 자연광이 가득한 메인 홀이 펼쳐지는 1층에는 옅은 테라조 바닥과 팔각형 조명이 공간을 한층 밝고 경쾌하게 만들고, 프란츠 베스트(Franz West)와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의 조각 작품들이 놓여 있다. 예술적 탐험의 정점은 4층 다락방에서 맞이하게 된다. 네덜란드 예술가 듀오 필링 워터스(Freeling Waters)가 지역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벽과 천장을 채색했다. 물고기, 오징어, 갑각류, 꽃, 조개, 책 등 북유럽 민속예술의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또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오렌지색 나선형 계단은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니라, 하나의 조형 작품처럼 공간을 완성한다. 색과 형태가 춤추듯 어우러지는 포모 뮤지엄. 그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탐험하며 예술을 즐겨 보고 싶다.
오직 올리브 오일을 위한 공간, 라 알마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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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달루시아 론다에 필립 스탁이 설계한 세계 최초 올리브 오일 방앗간. © Philippe Starck, Alfonso Quiroga Ferro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상상력은 끝이 어딜까? 한계를 모르고 확장하는 그의 디자인 세계가 이번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론다(Ronda)로 뻗어갔다. 세계 최초의 올리브 방앗간 라 알마사라(LA Almazara)가 그 주인공. 올리브 오일의 예술과 전통을 기리는 공간으로 스페인의 대표적인 미식 문화유산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EVOO)의 역사, 전통, 문화를 기리는 프로젝트다.

론다 지역의 유명한 투우사 초상화가 걸려있다. ©Philippe Starck, Alfonso Quiroga Ferro
“라 알마사라는 강렬하고 근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경이롭고 기적적인 공간입니다. 방문객들은 올리브 오일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감동이 녹아든 신비로운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스탁의 말처럼 이곳에는 가동 중인 오일 방앗간뿐 아니라 올리브 박물관, 레스토랑, 테이스팅 공간, 이벤트 공간까지 올리브 오일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올리브 오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Philippe Starck, Alfonso Quiroga Ferro
이 독특한 콘셉트만큼이나 건축 자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색으로 뒤덮인 큐브 형태의 건물에는 강철로 만든 황소 뿔이 달려 있으며, 검은 연기를 내뿜는 거대한 콘크리트 눈이 있다. 그의 위트는 건물 안에서도 이어진다. 어둡고 서늘한 공간 속 조각 오브제가 숨겨져 있다. 강철 산화 철판 벽에는 거대한 반쪽짜리 올리브가 박혀 있고, 머리 없는 거대한 인물상이 서 있다. 잡동사니로 만든 비행기, 거대한 투우사의 검과 론다 출신 투우사의 초상화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나 거대한 쇠사슬에 매달린 테라스로 나서면 올리브 나무 풍경과 나무들 사이에 놓인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올리브 오일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신비롭고 기묘한 뮤지엄이다.
물 위에 뜬 요후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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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고리가 연결된 독창적인 형태가 시선을 사로잡는 요후 뮤지엄. ©Aedas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Aedas
중국 항저우 위항 지구, 인공 호수 위에 마치 중력을 초월한 건축물이 떠올랐다. 물 위를 유영하는 듯한 거대한 루프 형태의 정체는 건축 스튜디오 Aedas가 설계한 요후(Yohoo) 뮤지엄이다. 량주 공원 내에 자리한 요후 뮤지엄은 2,500년 역사의 대운하와 연결되며, 물결치는 듯한 곡선형 구조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상징적인 장소로 완성되었다. 특히 건물의 가장자리가 지면에서 살짝 떠 있는 듯한 설계 덕분에, 멀리서 보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면을 감싸는 반투명 유리 패널이 호수 주변의 풍경을 은은하게 비춘다. ©Aedas
외관을 감싸는 반투명 유리 패널은 중국에서 귀하게 여겨지는 ‘옥’의 맑고 부드러운 질감을 닮았다. 내부로 스며드는 햇빛은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만들어내며, 공간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다. 또 두 개의 맞물린 고리 안에는 커다란 원형 천창이 뚫려 있어, 하늘과 땅을 잇는 개방감을 강조했다. 방문객들은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항저우 도심 속 새로운 문화 예술의 아이콘이 될 요후 뮤지엄. 건축과 예술,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Credit
- 에디터 권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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