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지금 알아야 할 뷰티 키워드는 액티브 에이징!

노화의 시계를 거스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 뷰티 신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액티브 에이징' 키워드.

프로필 by 김선영 2025.03.04

AGE DIVERSITY


2017년, 미국의 저명한 뷰티 매거진 A는 ‘안티에이징이라는 개념의 종식(The End of Anti-Aging)’을 선언하며 ‘에이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찍이 촉구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안티’에이징에 대한 수요는 막대하다. ‘나이가 들면 아름답지 않은가?’ ‘노화는 지양해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에 대해 고대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라는 책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 안에서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이 주는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네. (중략) 인생의 단계마다 그에 따른 특성이 있네. 아이 때는 약함이, 청년일 때는 대담함이, 중년에는 진지함이, 노년에는 원숙함이 있네. 이것들은 제철에 수확해야 하는 과일 같은 것이네.” 우리는 어쩌면 잠재적 연령 차별(Ageism)을 바탕으로 나이 드는 모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안티에이징과 슬로에이징, 웰에이징을 지나 훨씬 더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액티브 에이징’ 시대를 맞이한 2025년. 그 어떤 최신 테크놀로지의 화장품이나 시술보다 우리가 먼저 갖춰야 할 건 나이에 맞게 아름답게 농익어 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다 긍정적이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아닐는지.



EXOSOME


스킨 부스터 시술이 각광받으며 혜성처럼 나타난 ‘엑소좀’! 이 성분은 체내 세포에서 생성되는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주머니로 지방과 단백질, 유전물질의 조각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신호 전달자로서 다른 세포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해당 세포가 이에 반응해 콜라겐 생성을 증가시키는 것. 국내에서는 ‘매직 스킨 부스터’ ‘4세대 스킨 부스터’라는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주사제로 사용하는 리쥬란 힐러가 탄력과 보습, 재생에 효과적이라면 MTS 기기나 미세 니들로 콕콕 집어 주입하는 엑소좀은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피부 탄력을 높일 뿐 아니라 항균 효과를 지녀 여드름 흉터나 붉은 자국을 개선하는 데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미국 FDA에서도 이를 일반 화장품 성분으로 명확하게 승인하거나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사례는 없어 ‘엑소좀 화장품’이라고 홍보하는 제품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GRAY MODELS


더 이상 브랜드 앰배서더는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나 아이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명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을 수입하는 글로벌 에스테틱 리딩 그룹 멀츠 에스테틱은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이자 ‘밀라논나’로 잘 알려진 장명숙을 앰배서더로 선정했고, 디올 뷰티는 ‘디올 캡춰’의 얼굴 중 하나로 헐리우드 배우 글렌 클로즈(Glenn Close)를 선정하며 나이와 상관없이 빛나는 피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더 이상 ‘젊음=아름다움’이란 공식만이 해답이 아님을 보여주며 많은 여성들이 나이와 관계없이 본인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은 사례다.



LONGEVITY


현재 뷰티 신에서 가장 ‘핫’한 에이징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장수(Longevity) 과학이다. 웰니스에 대한 열망이 커지며 장수 원리와 세포에 집중한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는 것. 그렇다면 장수란 무엇일까? 단순히 오래 사는 것? 지금 뷰티 시장에서 논의되는 장수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것을 의미한다. 살아가는 날을 평균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으로 나눈다면, 장수는 후자를 좀 더 늘리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인 셈. 장수 과학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바이오 해킹’이다. 쉽게 설명하면 ‘몸을 해킹해 생물학적 시계를 멈추는 것’인데 이를 뷰티에 적용하면 혈액과 소변, 조직검사 등의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본인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노화 요소를 인지, 관리, 예방하는 ‘바이오 마킹’과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피부를 분석하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예측해 주는 프로그램 등이 해당된다. 실제로 장수를 주제로 열린 2023년 파리 코스메틱 360 박람회에서는 바이오 해킹 관련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소개됐다.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솔루션 업체인 퍼펙트 코퍼레이션(Perfect Corp.)은 AI 모델이 얼굴의 특정 부위를 시각적으로 분석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주는 앱을 선보였고, 에스토니아의 인공지능 분석 및 개발 업체인 하우트 에이아이(Haut. AI)의 ‘SkinGPT’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스킨케어 사용 전후의 피부 변화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해 장기 효과를 예측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바이오 해킹 솔루션들이 여성들의 뷰티 루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NEURO GLOW


2024년 민텔에서 발표한 주요 뷰티 트렌드 중 하나인 뉴로 글로. 마음이 건강해야 외모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장선에서 뇌과학과 신경과학을 결합한 뉴로 코스메틱이 주목받고 있다.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주변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기능을 조절하는데, 이 원리를 활용해 신경계와 피부 세포 간의 신경전달물질 이동으로 세포 활성을 조절하고 신경 자극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을 최소화하는 것. 지난해 프랑스와 북미에 먼저 론칭한 시슬리 그룹의 뉴라에(Neurae′)가 대표적인 브랜드로 피부 고민에 타깃한 신경 활성 물질과 기분을 개선하는 향, 감각적인 제형을 결합한 N/A3™ 테크놀로지로 뇌와 피부를 연결한다. 시슬리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 공식 론칭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니, 이 놀라운 감각의 여정을 함께할 시간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자.



OXYGEN POWER


디올뷰티가 올해는 산소와 생기 있는 피부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이런 메커니즘을 적용한 토털 안티에이징 솔루션, ‘디올 캡춰’ 라인을 선보였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피부 탄력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려면 피부에 최적화된 산소 공급을 해야 한다는 것. 이에 산소를 공급하는 성분인 ‘OX-C 트리트먼트’에 디올 고유의 ‘엑소-리포좀 벡터 듀오’를 접목해 피부에 8시간 동안 산소가 공급되도록 만들었다. ‘산소 같은 여자’가 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고압 산소 케어다. 켄덜 제너와 저스틴 비버 등이 받는 걸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이 케어법은 약 2기압의 고압 환경에서 고농도 산소를 주입해 체내 산소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노화 시계라 불리는 세포 속 염색체 양 끝단의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시켜 역노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고압 산소가 미세 혈관에까지 산소를 공급해 신생 혈관을 만들어 치유와 재생 능력 효과를 높인다니 궁금할 따름.



피디알엔 광채 리페어 세럼, 2만5천원, Realbarrier. 압솔뤼 롱지비티 더 소프트 크림, 55만원대, Lancôme. @kimkardashian

PDRN


연어의 정액 또는 정소에서 추출한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이란 저분자 DNA 복합체를 피부에 주사하는 것으로 세포 재생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시술. 해외에서는 지난해 방영한 <카다시안 패밀리>에서 킴 카다시안이 시술을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됐다. PDRN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발몽의 바이탈리티 컬렉션은 연어의 이리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분자량의 1만 배에 달하는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 ‘HP DNA’에 콜라겐 생성을 부스팅하는 ‘실라놀’을 결합한 ‘실라놀 DNA’가 주요 성분이다. PDRN은 동물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랑콤의 ‘압솔뤼 롱지비티 더 소프트 크림’에는 장미에서 추출한 ‘압솔뤼 PDRN’을 담았고, 리얼베리어 ‘피디알엔 광채 리페어 세럼’에도 장미 세포에서 추출한 저분자 비건 PDRN을 넣었다. “동물성이냐 식물성이냐에 따라 PDRN 작용 메커니즘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비건 PDRN은 식물이 가지고 있는 피부 친화 물질을 다량 함유해 민감한 피부가 사용하기에 좀 더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리얼베리어 김진아 팀장의 전언을 참고하길.



SENOLYTICS


노화는 단순히 생명 현상일까 아니면 질병일까? 노화가 질병이라면 치료도 가능하지 않을까? 프랑스어로 노화를 뜻하는 ‘Se′nescence’와 영어로 분해를 의미하는 ‘lytic’을 결합한 세놀리틱스는 말 그대로 노화 세포 제거제를 의미한다. ‘세포 노화를 막거나 혹은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이 세놀리틱스 연구로 노화를 하나의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인 셈. 현재 미국에서는 이를 인체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늙은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세놀리틱스가 노화를 조금이나마 늦추는 ‘키’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YOUNGER THAN EVER


어려지고 싶은 열망은 누구나 있지만, 요즘엔 그 연령대가 더욱 낮아지는 추세다. 틱톡에서는 14세 소녀가 잠들기 전 펩타이드와 레티놀 화장품을 바르고 보톡스를 맞는 모습을 올리며 화제가 됐고, 일명 ‘세포라 키즈’들은 뷰티 편집 매장에서 레티놀 화장품을 사고, 수많은 단계의 스킨케어를 하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이 지점에서 도브의 ‘10 to 10’ 캠페인이 이슈다. ‘열 살은 언제부터 열 살처럼 보이지 않게 됐을까?(When Did 10 Stop Looking Like 10?)’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캠페인은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나이에 맞는 뷰티 루틴을 이야기한다. SNS에서 떠도는 ‘나도 이제 반 삼십’이라는 영상을 보면 어리게는 초등학생, 많게는 고등학생의 청소년들이 수십 개의 스킨케어 제품을 덧바르며 본인만의 뷰티 루틴을 설명한다. 과연 이를 ‘얼리 안티에이징’이라는 말로 포장해도 되는 걸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조금 더 즐겼으면 하는 ‘반 팔십’ 언니의 마음을 브레네 브라운의 <불완전함의 선물> 속 한 구절로 갈음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때, 나는 가장 빛이 난다.’


Credit

  • 에디터 김선영
  • 사진가 LEVIN LEE
  • 스타일리스트 GERGANA REINHOLD
  • 모델 MARCELLE SCHUUR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정혜림
  • 어시스던트 조원희
  • COURTESY OF BRIGITTE LACOMBE FOR PARFUMS CHRISTIAN DIOR(GLENN CLOSE)
  • PARFUMS CHRISTIAN DIOR
  • COURTESY OF SHUTTERSTOCK
  • INSTAGRAM @KIMKARDASH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