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를 사랑한다면 이 집처럼
뼛속까지 마르세유 사람, 포토그래퍼 올리비에 암셀렘의 아파트.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올리비에의 오피스. 데스크 앞에는 앙드레 푸트만(Andrée Putman)의 안락의자 세트, 뒤에는 사우스 웨이 스튜디오(Southway Studio)의 작품과 조엘 케르마렉(Joël Kermarrec)의 그림, 왼쪽에는 가브리엘 바실리코(Gabriel Basilico)의 사진이 있다.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한 조명과 나딘 샤트레(Nadine Charteret)의 테이블, 임스 체어가 어우러진 다이닝 룸.
사진가 올리비에 암셀렘(Olivier Amsellem)은 프랑스의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도 뼛속까지 마르세유 사람이다. 마르세유에 멀티 브랜드 숍과 와인 바, 호텔을 운영하는 것에 이어 최근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도 한 채 마련했다. 샤넬이 크루즈 쇼를 선보인 이 지역은 꽤 ‘힙’한 도시 중 하나로 떠오르지만 올리비에에게 마르세유는 파리나 뉴욕 같은 도시의 삶과는 달리 어떤 과장이나 과시 없이 사는 삶을 의미한다. 뿌리 깊은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지역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안락한 삶과는 거리가 있고, 막상 살기도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마르세유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직접 살지 않으면서 그 도시를 알리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태어난 도시인 마르세유에 지금껏 거주하는 일은 나에게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침대는 론 아라드(Ron Arad), 의자는 로빈 데이(Robin Day)의 디자인. 침대 주변에는 타피오바라(Tapiovaara)의 거울과 토마스 마이렌더(Thomas Mailaender)의 사진, 마테고(Matégot)의 조명을 뒀다.

볕이 스민 게스트 룸의 전경. 데스크 위에는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조명이 놓여 있고, 의자는 피에르 귀아리슈(Pierre Guariche)의 디자인이다. 벽에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리소그래피를 걸었다.
올리비에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마르세유 아파트는 카레 도르(Carré d’or)라는 동네에 자리 잡은 1950년대 건물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그 안은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올리비에가 좋아하는 건축가 라빌(Laville)이 지은 곳이라 특히 맘에 든다는 이 집은 가로로 이어지는 넓은 거실과 오피스로 사용 중인 응접실의 창과 벽난로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패션과 사진 신에서 경력을 이어온 사진가 올리비에의 삶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과 건축에서 꾸준히 영감을 받고 있고, 그 모든 영감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도 고스란히 담긴다. 올리비에는 데커레이션이나 디자인과 관련해 특별한 교육을 받지는 않았다. 온전히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우고 실습했다. 그의 집을 채운 오브제 컬렉션을 들여다보면 르 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과 브루탈리즘, 샤를로트 페리앙과 장 프루베의 철학과 가구 디자인, 로베르 말레-스테방(Robert Mallet-Stevens)의 빌라 노아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파트에 있는 많은 가구들이 디자이너 작업처럼 보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아무 서명도 없는 물건도 꽤 많다.

거실 한쪽에 둔 소파는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의 디자인, 조명은 자크 그랑주(Jacques Grange), 스탠드 세트와 화분을 담아둔 포트는 마티외 마테고(Mathieu Matégot)가 디자인한 제품이다.

올리비에는 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마르세유의 탁 트인 전망을 좋아한다.
“벼룩시장이 열리면 꼭 들러보는 편이에요. 잘 아는 중고품 상인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경매시장에 가서 구입하기도 하죠. 하지만 갤러리에서는 구매하지 않는 게 나만의 방식입니다. 이름이나 브랜드는 신경 쓰지 않고 지금까지 쌓아온 나만의 취향이나 직감에 따라 구매해요.” 그에게는 갤러리보다 벼룩시장이나 빈티지 마켓, 중고품 장터에 자주 들러 자기만의 직감으로 아름다운 피스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물론 오피스에 둔 앙드레 푸트만(Andre′e Putman) 의자, 거실의 잔느레(Jeanneret) 체어 같은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 소유했던 오브제나 가구를 사용하며 이전 사람들의 삶에서 일종의 따듯함과 기쁨을 느낀다. 중고품을 파는 사람들과 만나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쌓아가는 것 역시 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들 대부분이 믿기 힘들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타인의 삶을 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올리비에의 눈과 손을 거쳐 이 공간에서 새롭게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부엌 전경.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샤를로트 페리앙. 낭만적인 테라스는 올리비에가 이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다.

거실에 특별한 인상을 더해주는 벽난로 옆에는 자크 아드네(Jacques Adnet)가 디자인한 플로어 조명, 가루스트 & 보네티(Garouste & Bonetti)의 의자가 놓여 있다. 벽난로 위의 세라믹 오브제는 조지 주브(Georges Jouve). 벽에 걸린 그림은 라디슬라스 키즈노(Ladislas Kijno)의 작품이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 사진가 OLIVIER AMSELLEM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정
2025 가을 필수템 총정리
점점 짧아지는 가을, 아쉬움 없이 누리려면 체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