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보고서, 다이어트의 숨은 강적들!
자기관리에 철저한 슈퍼모델들이 몸매 유지 비법에서 빠트리지 않고 전하는 말. “하얀 음식은 절대 먹지 않죠.” 쌀밥과 밀가루, 소금만 피하면 될 일? 새하얀 모습을 가진 ‘공공의 적’들은 자신의 색을 철저히 숨긴 채 우리 식탁 곳곳에 침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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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막연히 믿고 있었던 것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의외로 큰 경우를 종종 맞이하곤 한다. 다이어터인 당신이라면 이번 역시 비슷한 경우일지도 모른다. 미처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가랑비에 옷 젖듯식탁 위에 스며든 숨은 이유들은 없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전 단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짠 음식도 되도록 피하는데 살이 안 빠져요.” 이런 이들은 나름 신경 쓴다면서도 알게 모르게 다이어트와 상극인 설탕, 나트륨, 밀가루를 ‘꽤 많이’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통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본격적으로 확인해 볼까?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발간한 <외식 영양 성분 자료집>을 살펴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자료집에선 나트륨 함량을 기준으로 일상생활 속의 ‘짠 음식’ 랭킹을 선정했는데 밥도둑 간장게장은 오히려 3위로 밀려나 있다. 이를 누른 영광의(?) 1위는 바로 ‘짬뽕’. 톱 10 안에는 짬뽕을 비롯한 ‘국수’들이 무려 7개나 포진하고 있다.
 
우동, 열무냉면, 김치우동, 울면, 기스면, 삼선우동 등 그저 가벼운 끼니 대용으로 여겨왔던 메뉴들이 이름만 들어도 짠 간장게장과 맞먹는 ‘나트륨의 보고’로 선정됐다는 사실. 10위권에도 간짜장, 삼선짬뽕, 굴짬뽕 등 온통 국수 잔치다. 국물이 짭짤한 김치우동이나 짬뽕이라면 차라리 수긍이 갈 법한데 이름만 들어도 삼삼한 느낌의 삼선우동까지 차트 상위권이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혀끝에 느껴지는 맛이 세상의 전부도 아닌 것이다. 
 
 
식탁 위의 숨바꼭질
 
국수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밀가루 반죽’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소금이 들어간다. 소금의 나트륨 성분은 밀단백질인 글루텐 조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빵과 면발의 모양을 잡아준다. 면발 자체에서 짠맛이 나지 않아도 식품 영양성분표에 표기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해 보면 다들 깜짝 놀랄 거다.
 
특히 국물과 함께 각종 면 요리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면발에도 국물과 비슷하게 소금을 섞어 삼투압을 맞춰야 짠 국물 안에서도 쉽게 퍼지지 않는 성질을 갖게 된다. 국물이 짤수록 덩달아 면발까지 더 짜게 만들어야 한다. 집에서 라면 한 봉지를 끓여 먹으면서 ‘국물은 짜니까 스프는 반으로 줄였다’고 무작정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체 나트륨 함량으로 따지면 라면 면발이 스프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달지 않은 음식에도 만만치 않은 양의 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은 소금과 반대로 밀가루 반죽을 연하게 만들어 부드러운 식감을 준다. 따라서 손대는 대로 찢어지는 ‘식빵’을 비롯해 각종 발효 빵을 만들기 위해선 설탕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앙금이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이미 빵 반죽 자체에 무시하지 못할 양의 설탕이 들어가 있다. 최근에 웰빙 트렌드를 따라 속속 무설탕 식빵을 개발해 판매하는 베이커리 업체들을 떠올려보자.
 
제과점 밖 의외의 장소에서 설탕을 만나기도 한다. 단맛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김치’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김치 1, 2위로 나란히 꼽히는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설탕의 숨은 보고(?)다. 설탕은 단맛 이외에도 야채의 비린내를 감추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조미료다. 김장철에 엄마를 도와본 경험이 있다면 김치 양념에 소금 못지않은 양의 설탕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리라.
 
특히 짠 음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간을 약하게 잡는 요즘 김치들은 보존성을 높이고 맛을 더하기 위해 예전보다 설탕을 더 많이 첨가하기도 한다! 깍두기는 배추김치보다 한 술 더 뜬다. 섞박지나 무 절임이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들의 비법은 김치국물에 섞는 '사이다'에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원한 깍두기 국물은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다.
 
 
마요네즈보다 무서운 토마토케첩
 
우리가 슬로 푸드라고 인식하는 한식도 이미 상당부분 ‘하얀 가루’들에 의해 잠식당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일찍이 악명 높은 패스트푸드점에 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액상과당이 들어간 탄산음료, 트랜스지방의 보고인 감자튀김, 두툼한 밀가루 빵. 여기까진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다이어트의 적들이다. 그러나 놓치기 쉬운 숨은 복병은 따로 있다. 바로 토마토케첩. 뚜껑에 그려진 크고 싱싱한 토마토 사진에 속아 넘어가지 말길.
 
케첩의 주재료는 토마토가 아니라 설탕(혹은 액상과당)이다. 순수하게 토마토를 으깨 만든 ‘토마토 홀’이나 ‘토마토 페이스트’가 케첩에 들어가긴 하지만 일부분일 뿐. 식품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보면 국내의 대표적인 토마토케첩 브랜드의 1회분(100g)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27g가운데 70%에 달하는 20g이 ‘당류’로 기재돼 있다. 쉽게 말해 설탕인 것이다. 단가를 줄이기 위해 토마토 비율을 줄이고 설탕이나 옥수수시럽, 물엿을 채워서 만들어진다.
 
토마토케첩을 듬뿍 찍어 먹는 행동은 사실 빨간 설탕을 뿌려 먹는 것과 같은 셈이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고칼로리, 고지방인 마요네즈 때문에 살이 찐다고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실은 고당도인 토마토케첩의 해악이 더 클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선 단것, 짠것, 기름진 것을 피하라고들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피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외식이다
 
이런 식탁 위의 숨바꼭질을 계속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숨바꼭질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이 숨바꼭질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구가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 결과물이다. 개인의 투철한 의지나 노력으론 한계가 명확하다. 대부분의 숨은 재료들은 값싸게 맛을 얻고 음식 단가를 줄이기 위해 선택된 것들이다.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로 업자들의 손에 의해 값싼 맛과 건강을 맞바꾸도록 강요된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대하는 최선의 해결책은 결국 외식을 줄이는 것이다. 외식이라고 해서 값비싼 정찬이나 만찬만 떠올리면 곤란하다. 밖에서 사먹는 모든 종류의 음식. 오늘 점심에 회사 근처에서 먹은 김치찌개, 간식으로 먹은 분식집의 라볶이도 결국 외식이다. 가격이나 칼로리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유통 과정이 복잡하고 사람 손을 많이 탄 음식일수록 이런 숨바꼭질놀이는 심해진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아예 게임 자체에 응하지 않는 것. 외식을 줄이고 최대한 열심히 집에서 밥을 해먹는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해결책이다.
 
 
 
다이어트 숨바꼭질의 의외의 강적들
 
1 냉면 평소에 짜게 먹지 않았던 사람이 냉면을 육수까지 완식하면 체중이 2kg 가까이 늘어난다. 순식간에! 단순히 뱃속으로 넘어간 음식물의 무게 탓이 아니다. 면발과 육수, 양측 모두에 풍부하게 함유된 나트륨 때문.
 
2 자장면 검은 자장면 속에 숨은 하얀 스파이들. 밀가루 면발만 떠올린다면 문제를 너무 만만하게 여긴 거다. 사실 춘장 속엔 하얀 피가 흐른다! 값싸게 양을 불리기 위해 춘장에 캐러멜 소스를 섞고 물녹말을 타 달콤 걸쭉하게 만든다.
 
3 피자의 에지 토핑이 닿지 않는 피자 도우의 모서리 에지. 순수 100% 밀가루 덩어리인(반죽할 때 들어가는 소금과 식용유까지!) 에지야 말로 살찌기 가장 좋은 부위. 굳이 디핑 소스까지 찍어가며 먹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
 
 
who is the writer?
 
<다이어트 진화론>의 저자인 글쓴이 남세희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했으나 전공 강의실보다 체육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SNS상에서 ‘코치D’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며, 직설적인 화법으로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다이어트 상담으로 인기. 트위터 @dcoachd에서 확인할 수 있다.
 
Credit
- EDITOR 김미구
- WRITER 남세희
- PHOTO 전성곤
-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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