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튀리에의 정신이 깃든 부쉐론의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
세밀하고 정교한 쿠튀르 정신은 부쉐론 역사의 핵심이다. 부쉐론 주얼리는 몸을 감싸는 옷처럼 유연한 선이 돋보인다. 젬 스톤을 직물처럼 가공해 유려한 선을 구현하거나 폼폰과 리본, 벨벳, 레이스, 그로그랭 등 부쉐론의 아이코닉한 패턴 역시 섬유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부쉐론의 창업자 프레데릭 부쉐론의 유년시절 경험에서 비롯한다. 포목상이었던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직물을 접했고, 이는 주얼리를 제작하는 접근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진주를 엮어 만든 태슬 헤어 오너먼트, 루비로 수놓고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스카프, 벨벳과 다이아몬드를 꼬아 만든 어깨 견장 등 소재의 다채로운 결합은 의상과 주얼리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단단한 소재가 만들어내는 유연한 곡선은 부쉐론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크게 발전시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이런 메종의 역사를 발췌해 격식 있는 전통 의례복의 장식적 코드와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한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
바로 네 번째 이스뚜아 드 스틸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이다. 그녀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부쉐론 아카이브에서는 다양한 보우와 니트, 그로그랭, 폼폰, 레이스의 모티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쿠튀르 테마를 탐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권력의 상징이었던 남성 복식 문화를 해체해 메달과 버튼, 자수 장식, 견장을 빌려와 화이트 단색의 24개 아트 피스를 완성했다. 클레어 슈완에게 현대적 하이 주얼리는 주얼리를 착용하는 방식과 스타일에 있다. 그녀는 최상의 아름다움과 함께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멀티웨어가 가능한 하이 주얼리를 선보여 왔다. 이번 컬렉션은 클레어 슈완의 주특기인 멀티웨어의 정점을 보여준다. 어깨를 감싸는 견장은 팔찌가 되기도 하고, 긴 목걸이의 일부는 브로치로, 주요 장식은 반지로 변형된다.
예식 의상의 자수 장식에서 모티프를 얻은 ‘브로드리 (Broderies)’ 주얼리.
저는 권력의 상징을 해체한 다음 이를 재구성하고 싶었어요. 이번 컬렉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한 키트 형식으로 디자인했죠. 여러 요소 중 원하는 디테일을 선택해 개성 넘치는 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 제작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단단한 골드와 스톤에 섬유의 특징을 불어넣는 것이었죠.
제작에만 1천9백 시간이 소요된 ‘꼴(Col)’ 네크리스.
오랫동안 쿠튀르의 상징으로 사랑받은 리본과 매듭에서 영감을 얻은
‘노우드(Noeud)’ 테마는 반투명 록 크리스털과 화려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리본 특유의 그로그랭 패턴을 록 크리스털로 표현한 것이 독보적이다. 게다가 무려 여섯 가지 멀티웨어로 제작해 다양한 착용 방식을 제안한다. 네크리스의 일부를 떼어내 브레이슬릿이나 브로치, 숄더 브로치로 연출할 수 있고 리본 중앙을 장식한 페어 셰이프 다이아몬드를 떼어내면 반지가 된다. 끈으로 엮어 만든 견장을 뜻하는
‘에귀예트(Aiguillette)’ 라인은 브레이드와 폼폰에서 영감을 받아 다섯 가지 멀티웨어로 착용 가능하다. 네크리스 중간 브레이드 장식을 분리하면 브레이슬릿과 체인 브로치로 바뀌고, 체인 브로치는 좀 더 단순한 형태의 두 가지 브로치로 변형할 수 있다. 초커 형태의
‘트히꼬(Tricot)’ 네크리스는 털실로 뜨개질하듯 록 크리스털을 니텔 와이어로 연결해 니트의 셰브론 패턴을 표현했다. 최상의 유연함과 섬유 질감을 창조하기 위해 부쉐론의 장인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쉐론이 1900년대에 제작한 티아라에서 영감을 받아 예식 의상의 깃(칼라)을 형상화한
‘꼴(Col)’ 라인은 다이아몬드와 록 크리스털로 섬세한 레이스를 표현했다. 골드를 실처럼 뽑아내 스톤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구현해 내며 우아함과 장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에귀예트 (Aiguillette)’ 네크리스를 분리하면 두 개의 브로치로 활용할 수 있다.
‘노우드(Noeud)’ 세트의 센터 스톤을 따로 떼어 연출한 링.
이 역시 목을 감싸는 네크리스와 초커, 쇄골 라인의 네크리스 등 세 가지 형태로 착용할 수 있다. 클레어 슈완은 스타일에 섬세함을 더하기 위해 단추를 하이 주얼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다이아몬드와 록 크리스털을 세팅한 15개의 화이트골드 버튼 세트
‘부통(Boutons)’ 헤어 장식으로 연출하거나, 버튼홀이나 넥타이에 더해 다양한 스타일로 활용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세 가지 모티프의 메달을 형상화한
‘메다이온(Me′dailles)’ 라인은 정교함과 강인함을 상징한다. 리본의 그로그랭 패턴의 텍스처를 살리고 수작업으로 하나씩 조각해서 만든 15개의 메달리온을 연결해 네크리스를 완성했다. 네크리스를 분리하면 라펠에 달 수 있는 브로치가 된다. 그런가 하면 예식 의상의 자수 장식은 프레데릭 부쉐론이 특별하게 생각한 고사리 형태의
‘브로드리(Broderies)’로 거듭났다. 화이트골드 프레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해 두 개의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헤어피스와 브로치, 이어링으로 연출할 수 있다.
‘꼴(Col)’ 네크리스에서 분리한 초커 네크리스.
서로 다른 여섯 가지 착용법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노우드(Noeud)’ 세트.
니트웨어에서 영감을 얻은 ‘트히꼬(Tricot)’ 네크리스.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주얼리의 본질을 표현하고 수많은 스타일링 방식을 제시하는
‘파워 오브 쿠튀르’는 클레어 슈완이 생각하는 현대적 하이 주얼리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매일 착용할 수 있고, 지금 룩과 세련되게 어울리며, 성별을 초월해 개성을 표현한다. 이런 점에서 강인한 남성을 상징해 온 복식 문화에서 착안한 요소를 젠더리스하게 풀어낸
‘더 파워 오브 쿠튀르’는 현대적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