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타투를 소재로 한 사진집은 처음이다. 타투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타투는 ‘몸’이라는 도화지 위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 타인의 이야기와 삶이 늘 궁금한 사진가로서 이 소재를 지나칠 수 없었다.
열 명의 인터뷰이 모두 비남성 창작자로 구성됐다
남성들이 타투를 새겼을 때 사회로부터 받는 시선과 비남성이 타투를 새겼을 때 받는 시선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런 인식이 타당한지 효과적으로 묻기 위해선 인터뷰이를 여성 및 논바이너리 등 비남성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집이지만 질문은 표기하지 않고 오직 인터뷰이의 답변으로 채웠다. 공통적으로 이끌어내려 했던 부분은
‘첫 타투를 언제, 어떻게 새겼는가’ ‘가장 마음에 드는 타투는 어떤 것인가’ 등이 공통 질문이었는데, 결국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 타투를 새길 수밖에 없었는가’로 초점이 향하고 있더라. 좋든 싫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타투를 새길 결심을 하는 것은 큰 결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책 제목처럼 ‘가장 밝은 검정’이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어둠을 인정하고 소화해야 비로소 밝은 길이 나타나지 않는가. 타투는 이런 경험의 증거가 돼주는 것 같다.
“타투는 몸에 새겨지고, 경험은 삶에 새겨진다는 점에서 둘은 닮은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타투를 새길 이유가 된 강렬한 경험은
올해 열네 살이 된 반려견 ‘봉만이’가 있다. 봉만이와 함께한 14년 간의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강렬하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품고 살아갈 봉만이에 대한 사랑을 왼팔에 새겼다. 나와 봉만이가 해골이 된 채로 다시 만나 산책하는 모습이다.
타투가 법제화되면 사람들은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시술받을 수 있고, 타투이스트는 권리를 보호받으며 작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타투 강국이기에 문화적인 속도에 발맞춰 하루빨리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하고 싶은 또 다른 주제가 있다면 2019년 여름 밤에 촬영한 사진들. 그때 담았던 내 시선을 사진집으로 선보이고 싶다. 그 외에도 가족사진을 주제로 한 에세이, 문학과 사진을 한 권으로 엮는 작업 등 다루고 싶은 게 많다. 현재는 사진가로서 사진집도 꾸준히 내고 싶고, 언젠가 전시회도 열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