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아름다운 마녀, 〈친절한 금자씨〉
」 N차 관람한 영화와 횟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5차 가량. N차 관람한 이유 주인공 ‘이금자’의 처절한 인생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한 번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 기억에 남는 대사 영화 첫 장면에서 성가대가 추위에 떨며 출소하는 금자를 기다린다. 성가대원 한 명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하는 대사. “살아 있는 천사라지요?” 금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압축한 한 줄이다. N차 관람 후 발견한 점 금자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에서 단 한 번도 웃은 적 없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감상자를 미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매력 천국과 지옥. 단테의 〈신곡〉에서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지옥을 거쳐 천국으로 향하는 여정 같은 영화. 불구덩이에서 기괴한 형체들이 울부짖고, 무서운 망령들이 지키고 서 있는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점점 평화로운 천국에 떨어지는 듯한 감상이 매력이다. 재개봉하면 볼 작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 내 생애 최고이자 최악의 영화. 불편한 이야기가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운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내 영화적 취향 불편한 영화에 끌리는 편. 앞서 말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우울 3부작. 변함없이 애정하는 영화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왜곡된 진실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작품.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작품의 색감과 연출도 애정한다.
정소진, 〈엘르〉 피처 에디터
「 역대급 악역의 날카로운 미장센, 〈양들의 침묵〉
」 N차 관람한 영화와 횟수 조너선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 살면서 10회. 기억에 남는 대사 “Have the lambs stopped screaming?” N차 관람 후 발견한 점 한니발 렉터 역을 맡은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와 대사의 중요한 부분들이 애드리브였다는 점. 한편 거듭된 의문 ‘한니발 렉터’는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점. 추천 이유 5분가량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직접적 설명 없이도 클라리스의 모든 정보를 관객이 유추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마치 오래전부터 클라리스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감방 한가운데에 차려 자세로 미소 짓고 서서 그녀를 맞이하는 한니발 렉터의 등장 신은 긴 설명 없이도 그가 어떤 존재인지 직감하게 만든다. 영화예술만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시네마적 연출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굳이 영화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작품의 매력 단연 ‘앤서니 홉킨스’. 그는 〈양들의 침묵〉에 단 16분 출연하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내 영화적 취향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의 2010년 작 〈안젤리카의 이상한 사건〉. 올해 들어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
익명, 영화 콘텐츠 제작자 ‘Andre visits Seoul’
N차 관람한 영화와 횟수 2006년 작 봉준호 감독의 〈괴물〉. 5회 관람. 기억에 남는 대사 “저런 저 병X 같은 저거! 아 쟤는…” “(때리면서) 하나뿐인 여동생 그것도 못 챙기는 놈들이, 뭣이 어쩌구 어째?” “아, 태우면 돼! 태우면!” 가족들이 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주차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신. 현실 가족 같고 웃겨서 여러 번 돌려 본다. 한편 거듭된 의문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현실이 괴물 배 속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매력 가족적인 흥을 느끼고자 한다면 이만한 영화가 없다. 냉담한 현실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나의 영화적 취향 2008년 작 〈눈 먼 자들의 도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왓챠피디아에서 만점을 준 나만의 ‘최애 Top 10’ 영화 리스트 중 한 편으로, 항상 잘 맞아떨어졌던 예상 별점이었지만 이 작품은 2.5점 이상으로 가장 크게 빗나간 작품. 각본과 받아들여지는 메시지 자체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영화만이 가진 공허한 공기에 미세한 희망이 서린 듯한 분위기의 연출과 차가운 순백의 톤이 내 취향을 저격했다. 재개봉하면 보고 싶은 영화 1994년 작 〈포레스트 검프〉.
잔퀴, 바밍타이거 영상 디렉터
N차 관람한 영화와 횟수 〈라이온 킹〉(2019). 6회. N차 관람한 이유 어릴 적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처음 봤을 때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하지만 지나친 기술력 발달의 폐해일까. 귀엽던 ‘아기 심바’는 ‘찐’사자가 돼 있었다.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지. 내가 아는 심바의 귀여움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다시 봤다. 결국 어른이 된 2019년의 나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또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 라피키가 심바에게 건넨 대사.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란다.” N차 감상 후 발견한 점 내 원래 이상형은 무파사다. 그런데 〈라이온 킹〉(2019) 관람 후 느낀 건 점점 스카가 잘생겨 보인다는 거다.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우리 아빠. 무파사처럼 따뜻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 아빠에게 나는 ‘사자의 왕 무파사를 보며 아빠를 떠올린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 감독님께 한 마디 “심바가 징그러워졌다”는 소리에 너무 속상했을 것 같아요. 괜찮아요. 아직도 눈물 쏟는 제가 있잖아요.
전혜진, 〈엘르〉 피처 에디터 「 완벽한 폭주,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 N차 관람한 영화와 횟수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관 기준 최소 25회 이상. N차 관람한 이유 어떨 때는 퓨리오사, 어느 때는 브리더와 부발리니 전사들, 때로는 맥스와 눅스, 시타델의 사람들까지 볼 때마다 감정이입하는 대상이 달라진다. 아무리 여러 번 봐도 볼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신들이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점. 눈물이 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대사 대사가 많지 않아서 모든 게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임모탄을 제거할 때 퓨리오사가 내뱉는 “Remember me?” 한편 거듭된 의문 임모탄의 아내로 브리더들의 탈출을 돕는 미스 기디. 추격전의 어느 시점까지 있었던 그녀가 마지막 결전 때는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추천하는 이유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고, 그런 여자들을 ‘조용히’ 돕는 남자들의 등장만으로도 얼마나 생경한 감상을 가질 수 있는지 경험하고 싶은 사람. 영화 비주얼과 음악에도 민감한 사람. 액션물의 속도를 즐기고 싶지만 액션물의 단조로운 서사로 인해 즐거움이 반감됐던 사람. 이 영화의 매력 완벽한 폭주. 그냥 모든 면에서 미친, 흠잡을 게 없는 영화다. 감독님께 한 마디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의 〈퓨리오사〉 개봉이 어느덧 내년으로 다가왔네요. 이번에도 믿고 있습니다.
이마루, 〈엘르〉 피처 디렉터 「 국수 같은 작품, 〈더 퍼스트 슬램덩크〉
」 N차 관람한 영화와 횟수 〈더 퍼스트 슬램덩크〉. 6차 관람. N차 관람한 이유는 나의 눈물을 훔친 (송)태섭의 서사가 박진감 넘치는 산왕전의 전개와 어우러져 ‘감성팔이’ 느낌을 주지 않았다는 것.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인물 작화, 기대보다 퀄리티 높은 영상미는 말할 것도 없고. 기억에 남는 대사 이유는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안 감독의 명대사다. 사실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였다. 저 대사를 듣는 순간 ‘내가 뛰고 있는 경기는 오래전 이미 끝난 상태였구나’라고 자각했다. 부정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영화 뒷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또 다른 시합을 시작하면 되고, 태섭처럼 또 다른 무대로 가면 되니까. 한편 거듭된 의문 이렇게 태섭이가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왜 이제 서사를 준 거지? 이 영화의 매력 〈슬램덩크〉와 농구를 몰라도 어느덧 후루룩 다 보고 곱씹게 되는 ‘국수템’ 같은 작품. 몸만 오면 된다. 내가 산증인이다. 또 재개봉한다면 내 최애 태섭의 등번호만큼만 더 볼 것이다. 7번! 감독님께 한 마디 그래서 〈더 세컨드 슬램덩크〉는 어디쯤 왔나? “저는 ‘포기하지 않는 여자’거든요.”
심언경,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