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an Venice
Venice

당시 베니스 최초로 엘리베이터와 전기 샹들리에가 설치됐고, 릴케가 사랑했던 파파도폴리 정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대리석 계단과 천장과 벽에 새겨진 부조들, 티에폴로의 프레스코와 문장이 곳곳에 새겨져 있는 곳, 베니스적 찬란함과 어둠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아만 베니스이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대리석 계단을 밟으면서 그랑 카날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 커다란 두 개의 창밖으로 대운하가 펼쳐지는 환상적인 방. 탐미적인 옛 건물들이 즐비한 카날 그랑데의 풍경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 힘겹게 위로 밀어올려 나무 고리로 고정해야만 열리는 창문. 그건 하나의 퍼포먼스 같다. 물길을 지나가는 배들의 행렬, 이따금 유쾌한 뱃사람의 콧노래도 실려온다. 새하얀 커튼과 온갖 화려한 색조의 대리석이 서로 화답하는 가운데, 침대 위로 석양이 드리워진다.

섬 속의 또 다른 섬처럼 느껴지는 시공간. 여기서 잠자고, 식사하고, 서로의 여행을 이야기하고, 책장을 넘기는 일은 뮤지엄보다 더 생경하다. “아름다움에 있어 베니스에 필적할 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카날 그랑데에 펼쳐지는 석양일 것”이라며 베니스의 여제 페기 구겐하임이 말했다. 아만은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잠시 라운지에 티를 마시러 간 사이에도 누군가 흔적도 없이 객실을 정리해 두고 나간다. 어디에서도 메이드나 서비스맨과 마주칠 수 없는데, 어느새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해 놓은 누군가의 손길로 머뭄은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이 된다. 아만 베니스는 호텔을 넘어,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고 자신을 새로 발견하게 만든다. 올라퍼 엘리아슨 식으로 말하면 ‘감각하는 나 자신을 감각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