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김치바게트 작가 실키가 프랑스로 향한 이유

만화가 실키는 어느 날 프랑스로 향했다. 그곳에서 반드시 그려야 할 이야기가 있었으므로.

프로필 by 전혜진 2023.06.04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출간한 <김치바게트>. 한국 출간을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출간한 <김치바게트>. 한국 출간을 논의 중이다.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 만화가 ‘실키’가 겪은 인종 차별과 문화 차이를 다룬 만화 <김치바게트>가 프랑스 전역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인사법, 장례문화, 선거에 관한 주제부터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Matin>지의 인스타그램( matin-queljournal)을 통해 2021년부터 연재한 작품을 모아 출간했다. 고정관념을 다루는 내용이기에 제목도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해 조금은 뻔하게 지어보았다. 연재는 어떻게 시작됐나 꾸준히 만화 축제를 방문해 출판사 에디터들을 만났다. 그중 출판사 다르고와 인연이 돼 연재를 제안받았다. 2014년부터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업로드한 경험을 좋게 봤다고. <김치바게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동양인에 관한 선입견을 아무리 친절하게, 여러 번 설명해도 관심 없는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내용이다. 여전히 노란 얼굴, 찢어진 눈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책에는 일부러 프랑스인을 ‘튀어나온 눈, 큰 코, 와인을 마시고, 영어를 못하고, 달팽이를 주워 먹는다!’는 식으로 표현했고, 반려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편집자가 깔깔 웃으며 멋진 풍자라고 지지했다. 더 강하게 다뤄도 될 것 같다고. 실키가 겪는 차별은 대부분 개인 경험에서 나왔다. 이야기를 그리기로 결심한 이유는 프랑스에 온 이후 줄곧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나만 겪는 것이 아니었고, 비슷한 일이 반복됐으니까. 당시 코로나19로 동양인 차별이 극심했는데, 출판사는 내 프로젝트를 지지했고 문화 차이에 관한 이야기도 추가하게 됐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출간한 <김치바게트>. 한국 출간을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출간한 <김치바게트>. 한국 출간을 논의 중이다.

 
현지 독자의 반응은 연재하면서 댓글을 다 확인했다. 재밌다고 하거나, 차별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분도 많았다. 독자끼리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는 장이 열리기도 했고. 출간 이후 이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응원 글도 받았다. 신중하게 관찰하고, 아름답게 말했다며. <하하 하이고> <그럼에도 여기에서> 등 전작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통찰력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허구가 아닌, 직접 겪거나 보고 들은 일을 그리는 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고, <김치바게트>에서 나온 무례한 말도 현실이다. 작품 속 차별이 실제로 일어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김치바게트>에서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땐 프랑스어·한국어·영어로 된 기사와 논문을 찾아봤고, 프랑스와 한국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때때로 대화하면서 영감을 얻는데, 그럴 때는 반드시 그리기 전 친구에게 허락을 구한다. 프랑스에서 집필을 이어나가는 즐거움은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마 한국에 있었으면 크게 관심 갖지 않았을 주제 말이다. <김치바게트>를 연재하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차별 문제도 자세히 알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어가 여전히 어렵다. 프랑스어로 온전히 전할 수 없는 문장과 한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표현이 있는데, 유머러스한 대사를 쓸 때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이야기는 <김치바게트> 연재가 연장됐다. 아직 할 얘기가 많더라. 여전히 이곳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지만, 더욱 편안하게 그리고 또 읽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COURTESY OF SILKI
  • IMAXtree.com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장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