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쿄 타워〉의 첫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도쿄 에디션 토라노몬 객실 뷰.
일본에서 나는 늘 ‘산책자’였다. 목적지 없이 걷다가 숙소에 돌아오면 만보기 앱은 기본 2만 보 이상의 숫자를 표시했다. 거기엔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은 나카메구로 대신 나만의 벚꽃 명소를 찾아낸 순간 찾아오는 발견의 기쁨이 있었다. 노동에 가까운 산책 스케줄에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었지만. 3년 동안 닫힌 하늘길과 바이러스 공포 탓에 내 여행의 방점은 ‘산책’보다 ‘머묾’에 찍혔다. 일본에서의 첫 스테이케이션을 감행한 이유다. 팬데믹 기간에 오픈한 일본의 새 호텔이 코로나19로부터 도피한 내수 관광객을 위해 자체 엔터테인먼트를 더 많이 확보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1년 전 도쿄 근교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문을 연 ‘웨스틴 요코하마’를 택한 건 그 때문이다.
일본 전통의 야키스기 공법으로 가공한 검은 목재가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는 ‘골드 바’.
30번이 넘는 일본 여행에서 도쿄 외에는 가본 적 없는 내게 요코하마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호텔 내부 컨셉트는 머무는 것만으로도 지역 전체를 체험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옛날 요코하마항을 드나들던 배를 본뜬 인테리어의 레스토랑 ‘깃스이센(喫水線)’에서 일본식 코스 요리를 맛보고, 최상층 ‘코드 바’에서 현지 곳곳의 우편번호로 이름 붙인 칵테일을 마시며 요코하마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기분이란!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블루 룸’. 실내에 펼쳐진 녹음 사이로 보이는 낮의 도쿄 타워도 밤만큼 아름답다.
반면 일본식 목조 건축의 전도사 쿠마 켄고의 선 굵은 내부 디자인과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식물로 둘러싸인 도쿄 에디션 토라노몬에서는 ‘지금 도쿄’가 추구하는 트렌드를 감각할 수 있었다. 엔트리에 들어서는 순간 르 라보의 트렌디한 향이 끼쳐오고, 모리 마리코, 쿠라마타 시로, 구에린 스윙 등 다양한 작가들의 아트 피스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호텔의 백미는 낮에도, 밤에도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아른대는 도쿄타워 뷰. 지금 도쿄에서 가장 ‘핫’하다는 ‘골드 바’도 가볼 만하지만, 주말엔 제법 줄을 설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할 것.
요코하마 도심 재개발 지구 미나토미라이21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는 웨스틴 요코하마의 객실.
웨스틴 요코하마의 이자카야 스타일 레스토랑 ‘깃스이센’. ‘배가 수면에 잠기는 한계선’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만큼 내부 인테리어도 목재 선박을 형상화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