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아와 나탈리의 거실 전경. 소파는 블랙 가죽 버전의 토고(Togo), 천장 램프는 루체플랜(Luceplan)의 솔레이 누아르(Soleil Noir).
파리 9구, 소피 (SoPi; South Pigalle, 피갈 역 남쪽을 일컬으며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부티크가 많은 동네) 지역의 오래된 아파트는 2년 전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의 코파운더 베누아 베르디에(Benoît Verdier)와 루이 비통 글로벌 리테일 머천다이징 디렉터 나탈리 루카스(Nathalie Lucas) 그리고 그들의 두 살배기 아들 바딤(Vadim)이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이다.
다이닝 룸 입구에 앉아 있는 아들 바딤과 그의 최애 인형 피카추. 테이블은 리네 로제(Ligne Roset), 빈티지 의자는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 패브릭으로 리폼했다.
바딤이 태어나기 직전에 살던 집보다 방 두 개가 더 있는 이곳으로 이사했어요. 아이방과 손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동네가 좋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거실 한쪽에 놓인 빈티지 수납장 위에는 에토레 소트사스의 ‘타히티(Tahiti)’ 램프와 키스 해링의 드로잉이 놓여 있다. 손잡이가 달린 블랙 ‘칼리마코(Callimaco)’ 조명은 아르테미데.
베누아는 생제르맹데프레, 나탈리는 팡테옹. 두 사람 모두 센강의 왼편인 리브 고슈(Rive Gauche) 지역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강 건너편 리브 드루아트(Rive Droite)의 삶에 매료돼 있다.
빈티지 서적과 심플한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협탁은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Pierre Chapo)의 디자인.
집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맘에 들어요.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것도요. 리브 고슈 지역도 매력 있지만 센강 오른편 지역의 에너지를 따라올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잉고 마우러(Ingo Maurer)의 램프, 에토레 소트사스의 작품 뒤로 기욤 펠룩스(Guillaume Pelloux)의 그림이 걸려 있다.
클래식한 오스마니언 스타일의 아파트는 두 사람의 취향으로 가득 차 있다.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와 세라믹 오브제를 사랑하는 커플의 아파트는 다양한 오브제와 아트 피스들이 마치 갤러리 같다. 특히 베누아는 1980년대 디자인에 조예가 깊어 디자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침 식사용 테이블은 AMPM, 의자는 프리소 크라머르(Friso Kramer), 벽에는 패션 브랜드 메종 페르(Maison Pe´re)의 라이프스타일 팝업 이벤트 당시 선보였던 그림이 걸려 있다. 오른쪽 벽에 걸린 액자는 터키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작자 미상의 작품.
1980년대 디자인을 정말 좋아해요. 특히 디자이너 필립 스탁을 좋아해서 그의 작품을 엄청 수집했죠. 불행히도 나탈리가 집에 놓는 걸 반대해서 대부분 제 사무실에 있지만요.
로랑 뒤푸르(Laurent Dufour)의 세라믹 작품과 베누아의 전자 기타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다이닝 룸 코너의 벽난로 풍경.
필립 스탁이 1980년대 방송국을 위해 만든, 사인이 없는 작은 오브제까지 수집할 정도로 베누아는 필립 스탁의 디자인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 거실을 가득 채운 부드러운 블랙 레더 토고 소파는 나탈리 할머니 집의 추억 때문에 선택한 제품이다. 질 드랭(Gilles Derain)의 플레임(Flame) 라이팅과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쇼군(Shogun) 그리고 나탈리가 선택한 세라믹 제품은 각기 다른 스타일이지만 오묘한 매치로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두 사람은 열렬한 디자인 · 아트 애호가로 주말에는 파리 생투앙 벼룩시장을 비롯해 프랑스 곳곳의 갤러리, 인터넷을 통해 좋아하는 오브제를 찾고 있다.
베누아, 나탈리, 바딤의 가족사진. 나탈리는 주말마다 새로운 꽃으로 침실 분위기를 바꾼다.
팬데믹 이후 인터넷으로 서치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어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으로도 많이 구매하니까요.
꽃병은 아니사 케르미슈(Anissa Kermiche), 벽 중앙에 걸린 매그(Maeght) 판화 에디션은 벨기에 아티스트 Vacl의 작품.
두 사람이었던 가족이 셋이 되었듯 두 사람의 취향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50년대 스타일의 찬디가르(Chandigarh) 체어를 구입했다. 두 사람에게 좋은 취향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아는 것. 그리고 다양한 것을 거리낌 없이 섞어낼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디자인 피스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아티스트의 세라믹 작업 그리고 터키의 한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그림 등으로 그들만의 취향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입구 옆 선반에는 엑스니힐로의 향수와 베누아가 수집하는 해골 모양의 조각들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