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밀리 아테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방식.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감독 에밀리 아테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방식.

감독 에밀리 아테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방식.

이마루 BY 이마루 2023.03.04
20여 년 경력의 베테랑 감독이지만 한국에 영화가 개봉되는 것은 〈안녕, 소중한 사람〉이 처음이다
부산국제영화제로 한국에 두 번 방문한 적 있는데 정말 좋았다. 열두 살 된 딸도 한국 음식을 좋아해 베를린에서도 한식당을 종종 찾을 정도. 〈안녕, 소중한 사람〉의 한국 개봉은 내게도 특별하다. 삶의 끝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종종 외면받는 서구 문화보다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잘 이해해줄 것 같다.
 
영화로는 처음이지만 연출에 참여한 〈킬링 이브〉 시즌4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어떤 경험이었나
무척 좋아하던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하지도 않고, 실수도 하고, 쾌락을 위해 살인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기 때문에 엄청 웃기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지난 2월 8일 한국에 개봉한 〈안녕, 소중한 사람〉은 삶의 마지막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다는 당연한 명제를 뒤집는다. 언제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어머니가 수십 년간 다발성 경화증을 앓았다. 2015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어머니는 환자와 함께할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그들이 ‘내려놓는’ 걸 어떻게 돕는 게 좋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분이다. 덕분에 어머니에게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어떻게 해야 사회의 압박이나 주변 사람들의 소망에서 자유로워져 병과 죽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엘렌(비키 크리엡스)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안녕, 소중한 사람〉은 치료를 거부하고 낯선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는 아내와 그를 옆에서 지키는 남편을 그렸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의 유작인 만큼 영화의 많은 장면이 죽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안녕, 소중한 사람〉은 치료를 거부하고 낯선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는 아내와 그를 옆에서 지키는 남편을 그렸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의 유작인 만큼 영화의 많은 장면이 죽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엘렌의 마지막 선택에 삶에 관여하는 건 남편 매튜(가스파드 울리엘)이다. 부부나 연인관계의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이상적인 사랑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사랑하는 사람이 선택한 대로 보내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 죽음으로 향해 걸어가며, 결국 혼자 세상을 떠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편하게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원하는 게 뭔지,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지 아닌지, 어디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지 물어봄으로써. 
 
두 번의 섹스 신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감독으로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첫 러브 신에서 엘렌은 남편과 섹스하고 싶어하지만 실패한다. 엘렌이 아프다는 사실 때문에 마티유가 주저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다른 기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끝에 등장하는 러브 신은 대사가 거의 없다. 마티유가 엘렌의 소망을 받아들임으로써 오랜만에 두 사람은 완전히 하나가 된다. 마티유는 엘렌에게 시간을 준다. 호흡이 가빠올 때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에로틱한 욕망을 되살릴 충분한 시간을. 내게는 그 장면의 길이가 중요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눌 마지막 기회라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 모든 순간을 음미하고 싶을 테니까. 그리고 두 배우는 내가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줬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 비키 크리엡스 주연의 〈코르사주〉가 개봉하기도 했다. 많은 한국 관객들이 그녀의 얼굴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데
비키와 베를린의 같은 동네에 산다. 비키의 딸과 내 딸이 같은 유치원에 다닌다. 비키는 배우로서 아우라뿐 아니라 개성과 시대를 초월한 느낌이 있다.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다.
 
죽기 전에 보고 싶은 풍경이 있다면
아버지의 고향 이란에 가보고 싶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들 덕분에 이란 문화에 친숙하다. 이란이 폭압적인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꼭 가보고 싶다.
 
당신에게 죽음이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떠나는 것. 그리고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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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사진 PETER HARTWIG
    아트 디자인 김려은
    디자인 장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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