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음 맛공방이 고려로 간 이유
<온지음이 차리는 맛:뿌리와 날개>에서 불러낸 섬려한 고려의 맛.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개성식 메밀 편수. 네모진 만두피 속에 채소와 고기 소를 넣고 네 귀를 모아 빗는다. 찌거나 차갑게 식힌 장국에 띄워 초장에 찍어 먹는다.
1, 3 밀가루에 참기름, 꿀, 술을 섞어 반죽한 것을 기름에 튀겨 집청한 유밀과. 궁중 음식이나 의례 음식으로 많이 쓰여 개성과 한양 지역에서 발전했다. 개성약과는 켜켜이 살아 있는 식감과 진한 생강 향이 특징이다. 만두과는 개성약과 반죽에 대추 소를 넣고 작은 만두 모양으로 튀긴 것이다. 2 궁중 음식과 반가 음식을 오랜 시간 전수받은 조은희 방장과 신라호텔 ‘서라벌’ 주방을 지켰던 박성배 수석연구원. 두 사람 모두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온지음 맛공방에서 근무하고 있다.
1 봄에 나온 여린 애호박에 소고기를 더해 쪄낸 개성 애호박선. 게살을 더해 온지음식으로 해석했다.
2 5~6월에 수확하는 밀은 그해의 첫 곡물로 신에게 올렸다. 밀전병에 도라지와 닭고기를 찢어 만든 위천신은 손님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메뉴 중 하나. 간송미술관 전통매듭장 김은영 관장으로부터 레서피를 전수받았다.
3 온지음 맛공방의 세 번째 요리책 <온지음이 차리는 맛-뿌리와 날개>. 레서피와 사진뿐 아니라 고지도, 구본창의 청자 사진, 전문가와 문인들의 개성 음식에 대한 글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태안군 마도 인근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운송 선박은 훌륭한 사료가 됐다. 청자 매병에 담긴 꿀과 참기름이 전라도에서 개성으로 운송됐다는 것을 비롯해 갖가지 발효 음식이 담긴 도기에 쓰여진 음식 정보를 통해 개성 사람들이 전복 젓갈, 말린 홍합, 꿩포 등을 먹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기록은 이번 온지음의 프로젝트에 자문한 정혜경 교수의 책 <통일식당 개성밥상>에도 남아 있다. 개성만두나 보김치, 개성주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지금은 거의 흐릿해진 맛을 기록과 누군가의 혀의 기억에 의존해 구현한다는 것은 ‘꾼’인 두 사람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 아니었을까? 그러나 박성배 수석연구원은 걱정보다 설렘이 더 컸다고 말한다. “조선 음식은 백자 항아리처럼 응축된 미를 보여주는 연구였죠. 절제된 것을 하다가 화려한 것을 할 수 있으니 신날 수밖에요. 2015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던 <세밀가귀-한국 미술의 품격>전에서 본 고려는 불교의 영향 아래에서 금속공예와 나전칠기, 불화 등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왕조였어요. 벽란도를 통해 아라비아 상인이 오가고, 원나라의 영향으로 양고기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으니까요.” 물론 모든 여정이 신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문인 규보가 봉래주라는 술을 먹었다는데, 제대로 된 기록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봉래춘’이라는 술을 찾았죠. ‘춘’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나온 귀한 술일 때 붙이거든요.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16지>를 보니 황나비라는 벌과 그 벌집에 후추를 넣고 중탕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국순당에서 복원한 술 ‘자주’와 레서피가 같더라고요. 마포 반가에서 만드는 청주 삼해주를 기반으로 꿀과 후추를 중탕해서 만들었어요.” 무용담은 이어진다. “순대를 만드는 것도 돼지피가 아닌 소피를 사용했다고 해서 궁중요리 연구원의 순대 레서피를 소피로 바꿔 만들어 봤어요. 그런데 개성 출신 어른들이 시식해 보시고 ‘맛이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그 시대에 개성에서 키운 돼지는 볏짚을 먹여 키운 특별한 돼지더라고요. 포항의 토종 돼지를 사서 순대를 만들었더니 점점 비슷해졌죠.” 중요한 것은 ‘지금 먹는 사람들의 입에도 맞는가’이다. 조은희 방장의 다음 말처럼 말이다. “음식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기억은 항상 자신의 입맛과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죠. 그에 의존해 구현하더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맛있는가’예요. 구현은 했는데 특별한 맛이 없다, 그럼 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간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연구하는 것은 오랜 시간 요리해 온 사람의 역할이겠죠.”
4 보김치를 온지음 방식으로 해석한 어육김치냉채. 박완서 작가가 책 <미망>에서 묘사했듯이 커다란 장미 꽃송이가 겹겹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은 보쌈김치는 화려한 고려 문화를 반영한 요리 중 하나다.
5 햇된장에 간 고기를 넣고 양념 반죽해서 둥글납작하게 빚어 말려두었다가 구워 먹는 장떡의 일종인 개성장땡이.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 이종근
- 아트 디자인 이아람
- 디자인 장지윤
2026 봄 필수템은 이겁니다
옷 얇아지기 전 미리 준비하세요,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