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르 데코〉의 북 에디션을 기획할 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이 유물집을 한데 엮어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덕분에 전통 기법인 옻칠을 통해 루이 비통 트렁크만큼이나 강한 내구성을 자랑했던 우리 선조들의 여행용 가방 ‘행담’과 한지에 콩기름, 들기름을 여러 번 덧발라 우산 대신 사용한 ‘갈모’, 칼과 함께 젓가락을 넣어 다니며 음식에 든 독의 유무를 판단했던 휴대용 은장도같이 평범한 재료에 지혜를 담은 제품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고,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옥바리’를 통해 성별에 따라 밥그릇 형태가 달랐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값지다. 보리 짚과 대나무, 싸리나무, 종이, 조개 같은 재료의 변화무쌍한 형태는 또 어찌나 감동적인지. 사실 온양민속미술관은 건축으로도 견줄 곳이 없을 정도. 공주 무령왕릉 내부를 모티프로 조성한 벽돌 쌓기 방식의 이 멋진 박물관은 예술의전당을 설계한 고 김석철 건축가가 긴 처마와 누마루 같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녹여낸 곳이고, 과거 온양미술관으로 불렸던 구정아트센터는 고 이타미 준 건축가가 거북선 지붕과 충청도의 ‘ㅁ’자형 가옥 등을 모티프로 설계해 두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보길 권한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주인공은 너무 평범해서 그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우리네 것들이다. 이 지면 전시를 빌려 우리 생활도구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사진가 구본창이 담아낸 자연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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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경태가 빚어낸 공예의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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